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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시경의 사랑이 안타까운 건 모바일에서 작성

ㅇㅇ(39.117) 2019.12.12 17:21:18
조회 2337 추천 3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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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뵀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예전에는 은시경이 성곽씬에서 함께 별똥별을 보면서 이재신을 좋아하게 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은시경이 이재신을 좋아하기 시작한 건 그보다 한참 전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대 위에서 금발 머리를 하고 내 맘대로 할 거라며 노래하던 이재신을 공주인 줄도 모르고 오랫동안 바라볼 때가 바로 그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자유롭고 당당한, 나에게는 없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고, 품위는 없으셨다고 말했지만 그 사람이 공주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어떤 설렘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함. 공주라는 고귀한 신분을 넘어 자유롭고 당당하게, 그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은시경에게는 없는 연이었으니까. 아마 은시경이 가지고 있던 하나의 편견이 타파된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렇게 살고 있을 때. 이재신은 멋진 사람이다. 은시경에게는 더 그랬다. 은시경은 이재신을 보며 예쁘다느니 하는 칭찬은 한 적이 없다. 멋지다고 말했고, 빛난다고 말했다. 공주가 오랜만에 애들과 얘기 좀 하다 가겠다며 나갈 때 재신을 바라보는 것은 은시경밖에 없음.

은시경은 그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이재신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수천 수만 번도 더 생각했지만, 나는 이재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나중에는 고백까지 들었음에도 밀어내고 마는 이 사고의 회로가 너무 안타까움. 나는 당신에 비해 너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서, 당신이 이런 나를, 나와는 달리 정말로 사랑할 리 없다. 하고 확신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재신이 나에게 호기심을, 호의를 갖는 이유는 틈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틈을 보이면 바로 싫증 낼 거라는 생각에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을 선택했고. 내게 싫증 내지 않기를 바라니 바라만 보겠다는 이 결정은 소극적인 은시경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나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버림받기 싫으니 애초에 나를 주지 말자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된. “그래서, 이번 일 용기 냈어요. 공주님한테 어울리는 사람, 되고 싶어서.” 하는 말은 그렇기 때문에 큰 진전이었다. 이제는 밀어내고, 지켜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옆에 서고 싶다는 일종의 선언이었으므로. 더는 당신이 내게 싫증 내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버림받을까 봐 답답하게 굴지 않겠다는. 은시경으로서는 한 발을 내디딘 셈인데, 문제는 단명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었을 때, 처음으로 용기를 냈을 때, 수없이 고민하고 아파했던 그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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