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재수학원에 4수하는 여자가 있다.
4수한다니까 좆병진으로 생각할지 모르는데
모의고사도 서울대급으로 나오고 그런다.

나이는 많지만
굉장히 희고 귀여운 얼굴에
잘 웃어. 웃을때면 눈이 초승달이 되지
이효리를 생각하면 비슷할꺼야
물론 이효리보다 더 청순하고 이쁘다.

사실 한달 전까지만해도
이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나도 죄수생 신분이고...
재수학원에서 만나는 것도 웃기잖아.

그 누나가 나 담배피고 있을때
" 야 너 그거 피면 머리나빠져. 나는 담배 피는 남자가 제일 싫더라."
그래서 담배도 끊었어.

한달전에 비오는 날이었어
이놈의 기상청.. 하며 투덜대는데

집에 돌아가려고 학원 정문앞에 서서 내리는 비를 보며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데
뒤에서 누가 우산을 씌워 주더라고
보니까 누나가 조그마한 키로 나한테 까지 씌워준다고 팔을 높이 들고 낑낑대고 있더라고
그래서 피식 웃으니까

"야, 고맙지? 감기걸리면 공부도 못해, 나 재수할때 그래서 실패했잖아. 남자가 준비성도 없이 말이야. ㅋㅋ"

그래서

그때였던거 같아...
그날 어두운 밤길, 주황색 가로등불빛이 빗방울로 흐리게 보이던 날,
우리는 우산하나를 사이에 두고 걸었지
팔이 슬쩍 슬쩍 부딫힐때마다. 그녀도 내 마음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빛방울이 스미듯 스며들어 왔어.

그래서 지하철역까지 와서
헤어지려니 아쉬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정적이었던 그이야기를 그녀는 하고 만거야

"근데 동현이 넌 어느 대학을 지망하니?"

"아.. 저는 건국대요"
나는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며 말했다.

"뭐?  못먹어도 꿈은 크게 가져야지
건국대를 지망한다니
차라리 서울역 노숙자를 지망한다고 하지 그러니?!"
갑자기 그녀가 화를 내며 내뺨을 때렸다.
내 눈가를 따라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