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번에 약속드린대로 삼지애니메이션 갔다왔습니다. 원래 화요일에 갈거라고 얘길 했었는데 일정이 밀려가지고 지난주 금요일날 갔다 왔어요.

원래 갔다오고 바로 당일 글을 올리는 게 원칙인데 이번에는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좀 글을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해요.

아무튼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 레이디버그와 세븐씨즈 관련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는데, 참 난감한 게 이게 국내에는 이름 말고는 소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라(세븐씨즈 같은 경우는 올해 SBS에서 윤상철 삼지애니메이션 부사장님 인터뷰할때 잠깐 관련 영상이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그것뿐.) 도데체 뭘 물어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줄거리도 모르고 캐릭터 설정도 모르고 누가 참여하는지도 모르고…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

그래서 질문할 때도 자세하게 질문을 못하고 "레이디버그랑 세븐씨즈는 어떤 작품인가요?" 하고, 엄청나게 두루뭉술(두리둥실뭉게공항이 아니고)하게 물어봤습니다.

두 작품에 관해 소개하자면,

우선 레이디버그는 이미지 보고 대걍 눈치 채셨겠지만 여성향 3D 히어로물 애니메이션이랍니다. 보통 슈퍼히어로물 하면 미국에서 많이 보이는, 주로 건장한 남자가 주인공이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그런 작품들인데 이 경우는 특이하게도 여아들을 목표로 만들어지는 것 같군요. 제가 미국 작품이나 유럽 작품을 잘 몰라서 그쪽에서는 이런 여성 히어로물이 흔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삼지쪽 얘기를 들어 보니까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히어로물로 한정한다면 아마 아닐 듯 싶습니다.

아무튼 줄거리는 파리의 한 학교에 다니는 주인공이 우연히 무당벌레 모양 귀걸이를 손에 넣는데, 귀걸이에 있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슈퍼히어로로 변신해서 악당하고 싸운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정말 단순한가? 하여튼 여성향이니까 주인공이 좋아하는 남자캐릭터도 나오는 모양인데, 특이한 게 이 남자녀석도 변신해서 같이 악당이랑 싸우나봐요. 그런데 변신 전에는 여자애가 남자애를 좋아하고, 변신 후에는 남자애가 여자애를 좋아한다고 하는군요.

파리가 배경이지만 동양계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면에서, 동서양의 조화를 꾀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거랑 관계있는건지 우리나라랑 프랑스, 일본과 합작해서 만드는 작품이랍니다. 원래는 프랑스의 Zagtoon이라는 회사에서 기획한 건데 거기에 삼지애니메이션이랑 일본의 도에이가 붙은 것 같더라고요. 저번에 보여드린 그 2D로 된 트레일러는, 기획 과정에서 도에이가 이 작품을 2D로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어필해보려고 만들었다는 모양입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3D로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3D로 가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2D애니는 일본 외의 국가에서는 대세가 아니다 보니까 그렇게 결정된 듯 합니다.

분량은 26편이고 내년 후반에 볼 수 있을 거라고 하는군요. 지금은 프리프로덕션 중이지만 초반 일부 화수는 제작이 끝난 것 같습니다.

세븐씨즈는 뭐 보시다시피 해양모험물 애니메이션이랍니다. 7개의 C라는 제목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과 주역이 되는 캐릭터들 이름이 죄다 C로 시작하는 모양인가봐요. 애들 구성이 뭐 외계인(?!), 고대인(??!!), 바다괴물(???!!!) 등등 다양하다는데 아무튼 그런 애들끼리 모여서 배를 타고 해적왕이 어디엔가 숨겨놨다는 보물을 찾으러 바다로 떠난다는 이야기랍니다. 대강 들어보니 내용상 주인공들이 가지고 다닐 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이건 39편짜리고 내후년은 되어야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 작품도 레이디버그와 같이 Zagtoon과의 합작인데 레이디버그와는 달리 이쪽은 삼지애니메이션이 더 중심이 되어 있는 작품 같아요.

뭐 대략 이런 정도고 자세한 건 아마 방영할 무렵이 되어야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애니메이툰이나 아이러브캐릭터 같은 데서 한번 자세히 취재해 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받은 질문도 했습니다.

1. (본인 질문) 브루미즈의 엔딩크레딧을 보면 시나리오 작업에 외국 사람이 주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보통은 합작애니메이션에서는 시나리오를 나눠서 맡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나눠서 한 이유가 있나요?

 A: 시즌1, 시즌2 모두 에미상 수상자인 헐리우드의 유명 작가를 고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제작을 진행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풀어 내는 것은 잘 했지만 소재나 웃음 포인트 등의 측면에서 너무 이국적이고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부분이 많았고,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작품의 성격과 안 맞는 부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에서 전체적으로 시리즈 구성을 하기 위한 역할도 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논의하여 전체적인 이야기(소재, 흐름, 결말까지 전부)를 구상하고 구성한 다음 미국 작가들이 이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옮기기만 한 에피도 있기 때문에 삼지애니메이션 직원들의 이름도 시나리오작가의 이름으로 엔딩크레딧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2. (본인 질문) 브루미즈 시즌2에서는 컨셉은 물론이고 배경이 되는 지피시티의 모습까지 많은 면에서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A: 시즌1에서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자연 속에서 노닌다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시즌2에서는 브루미즈 캐릭터의 또 다른 특성인 자동차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실제 작품을 보는 아이들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더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자동차경주라는 소재를 생각하게 되었고 여기에 피트인을 통해 다양한 장비를 장착하는 부분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경이 초원이나 숲이 되는 것보다는 도시가 되는 것이 비주얼 면에서나 소재 면에서나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배경도 바꾸게 되었습니다.

3. (Takchuipdong 님 질문) 닥터드래곤이 브루미즈 시즌1에서만 나오고 시즌2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졌는데, 빠지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뮤렉 님 질문) 또, 시즌2 이후에 브루미즈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A: 시즌1은 동화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닥터드래곤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꿰뚫어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즌2 들어서 배경이 보다 현실에 가까워졌고, 내용 측면에서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멋진 액션과 함께 보여주려다 보니 닥터드래곤의 캐릭터가 이와 별로 어울리지 않게 되어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동차경주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의 비중이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내용 중에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여 스피더 외의 캐릭터(아마 페라, 피티, 번지, 제리 등을 이야기하는 듯)를 병풍이나 공기 수준으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작품 컨셉을 확 바꾸는 것이 시청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닥터드래곤이 다음 시즌에서 등장할 수 있을지는 한번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

저번에 이야기드린대로 스미골룸님 질문은 아예 처음부터 할 수가 없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대강 이유도 듣긴 했는데 알려지면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뭣 때문이라 말씀도 드리기가 어렵네요. 그리고 솔나모님께서 외계인 붐 관련한 질문도 하고 싶어하셨던데 이번에는 질문을 좀 빨리 전해드려야 할 필요가 있어서 받지 못했던 점 유감입니다.

아무튼 따로 받은 질문의 답변 마지막에 시리즈 재미를 위해 컨셉 변경을 감행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브루미즈가 시즌1보다 2가 더 재밌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잘 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이날 목적인 레이디버그랑 세븐씨즈 얘기도 뭐… 충분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도 알려진게 없었던 작품에 대해 간략한 내용이라도 알았다는 게 어딥니까. 둘 다 좀 오랜 세월이 지나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레이디버그는 생각보다 빨리 나오는 모양이네요. 만약에 내년 말에 프리즘스톤 레인보우라이브도 살짝 알려진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나오면 그무렵 여자애들은 볼게 많아지겠어요. 변신히어로 vs 피겨아이돌 인건가?

그리고 여담인데 삼지애니메이션 회사 이름이 Global Graphic Group을 지향한다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3G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