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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윤 감독님 인터뷰기사 하나 더 갖고왔습니다

SV-001/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3.18 15:27:25
조회 898 추천 6 댓글 6
														

 

이번 것도 영진위에서 나온 건데 저번 것은 웹진 기사였다면 이번 건 실제 출판되는 소식지(월간 한국영화 48호)에 실려 있는 기사네요.

 

 

역시 영진위에서 나오는 기사가 내용이 좋네요.

 

 

http://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ublishDetail.do?boardNumber=40&flag=1&pubSeqNo=764#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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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을 위해 꼭 살아남고 싶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장형윤 감독


<아빠가 필요해>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으로 주목 받았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기대주 장형윤 감독이 제작 기간 5년 만에 판타지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로 돌아왔다. 그가 이 장편을 제작하고 개봉하기까지 겪은 숱한 고난은 ‘우여곡절’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한마디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탄생은 ‘기적’에 가까웠다. 이 영화의 제작기는 한 애니메
이터의 생존기이자 그와 동시에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음울한 현주소이다.

 

 


 

 

 

Q) 단편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2005)에는 주인공으로 작가 늑대가 등장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모이는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고, 특히 늑대가 따귀 맞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A) 그런 슬랩스틱 코미디에 재미를 느낀다. 원초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웃기는 면이 있는데, 너무 가학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본다.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사실적인 인과 관계가 꼭 중요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이니까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것들을 실사처럼 묘사하지않아도 되는 점이 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이다. 다만 한국 관객은 리얼리티를 좋아한다. 하지만 작품마다 나름의 세계관이나 룰이 있고, 그 안에서만 일관적이면 된다고 봤다. <아빠가필요해>는 혈연 관계가 아닌, 가족처럼 사는 또 다른 구성원들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 지 금 이 아 니 면 안 돼 ’ 의 심 정 으 로

 


Q)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제작에 5년이 걸렸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A) 30분짜리 <무림일검의 사생활>(2007)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일단은 저예산 장편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상업영화를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사랑 이야기를한 번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그게 저예산 음악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다.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만나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순수한 음악영화를 생각해 우연히 만난 고경천(YB 키보디스트)을 영입해 그에게 노래와 음악감독을 맡겼다. 그런데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았다. 쉽게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A) 기획을 했지만 2년 정도는 투자도, 지원도 받을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이전에 받았던 상금도 다 써버리고. 접어야겠다고 생각한 무렵 갑자기 일이 잘 풀렸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하는 애니메이션 장편제작지원이다. 이를 통해 제작비 4억 원과 5천만 원의 현물지원을 받았다. 애초 계획하고 있던 제작비는 6억 원가량이었는데, 사실 보통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은 2D라고 해도 30억 원은 든다(3D는 못해도 50, 60억 원은 필요하다). 그러니 6억 원이면 최저단가로 일할 수밖에 없다. 인맥을 총동원해 “도와 줘”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4억 원이 생기면서 전체 제작비의 절반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도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완성 확률이 높아지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배급사 인디플러그에서도 투자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순 제작비 7억 원에 P&A가 3억 원이 됐다.

 

 

Q) 당초 예상보단 진행이 괜찮은 편이었다.

 

A) 영화의 경우 촬영이 금방 끝나지만 애니메이션은 제작 기간인 5년 내내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40~50명의 인력이 투여돼 그림(작화) 5만 장을 직접 다 그렸다. 그 돈을 거의 전부 최저단가로 계산해 지급했다. 사실 업계에서 그런 가격으로는 ‘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더 맞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희는 수정 요구를 잘 안 해요”라는 식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Q) 1992년 쏘아 올린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주인공 캐릭터로 만든 것이 독특했다. 기획부터 시대적 요소를 첨가한다는 상업적인 판단이 있었나?

 

A) 그건 아니다. 원래 이야기는 암컷 얼룩소에서 출발했다. 대관령에서 풀을 뜯던 얼룩소가 록페스티벌에 온 남성 뮤지션을 보고 반하는 이야기였다. 그 남자를 따라 서울로 가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지금 같으면 그걸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풀 수 있을 텐데, 그때는 이 캐릭터로 역동적인 장면
을 만들 수가 없었다. 만약 <라따뚜이>(2007) 같은 기획을 내가 갖고 있었더라도 ‘요리하는 쥐’로는 상업적인 스펙터클을 넣을 수 없었을 거다. 그런데 픽사 스튜디오는 전부 넣지 않았나!(웃음) 사실은 얼룩소가 뮤지션과 만나는 이야기 안에도 상업적인 장면을 충분히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잘 짜기만 한다면. 그러나 결국 그런 요소를 만들지 못했고, 그러면서 다른 캐릭터가 필요했다. 당시 위성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우주에 떠도는 위성인데, 마음(감정)을 지닌 위성이라 외로움에 빠져 지구를 바라본다. 사랑에 빠진 얼룩소와는 또 다른,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였다. 둘이 닮은 콘셉트이다 보니 장편 안으로 같이 가져온 것이다. 인공위성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역동적인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두 이야기가 만나다 보니 응집력이나 개연성은 좀 떨어진 듯하다. 두 개의 캐릭터가 나온다면 아무래도 한쪽이 평범한 것이 좋다. 그래야 이입이 쉽다. 보편적인 상황과 특수한 상황이 만나서 충돌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관계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경험이나 여유가 부족하니 힘든 제작 상황과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성숙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기초 아이디어를 갖고 디밸롭을 잘해야 했는데, 역량이 부족했다. 극장 개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떡하든 ‘살아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정도는 했으면 싶다.

 

 

Q) 결국엔 애초 기획에서 바뀐 셈인데, 투자 유치 등을 생각했기 때문인가?

 

A) 제작지원도 못 받고 투자도 안되고. 기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 생각한 것보다 액션이 많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음악에 관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상업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쿵푸 팬더>(2008)류 정도가 돼야 상업적이라고 여긴다. 나도 <쿵푸 팬더>를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드림웍스는 <이집트 왕자>(1998)도 만들지 않았나.(웃음) 그들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장편에 대한 이해나 이야기의 감 같은 것이 생기고,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데 그게 단번에 될 순 없다. 문제는 투자 쪽에서는 저런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Q) 제목과 포스터를 봤을 땐 초등학교 저학년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중학생이 봐도 될 만한 소재다. 어찌 보면 작품과 홍보의 타깃이 맞지 않는 듯한데.

 

A) 여중생이 보면 딱 맞지 않나 싶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마케팅하는 걸 생각했다. 중·고등학생 관객에 맞춰 마케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예 그런 관객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낮에만 상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겨울왕국> 같은 붐이 일지 않는 한, 애니메이션을 저녁 시간대에 상영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극장에서는 일주일 만에 판가름이 나는데, 잘못하면 성인 관객이 보기도 전에 극장에서 내릴 수도 있다. 유아용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지만, 배급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 스코어를 벌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으로, ‘모 아니면 도’의 방식이다. 작품 색깔과 본질을 지키는 홍보는 어찌 보면 여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을 할 수 있다면야 그렇게 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나. 현재 목표는 본전(손익분기점)이 나오는 20만 명이다. 언뜻 소박해 보여도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20만 명은 참 어려운 숫자다.

 

 

Q) 제작사 이름이 ‘지금이 아니면 안돼’다. 이름에서부터 단호한 신념이나 절박함이 느껴진다.

 

맞다. 절실한 심정이었다. 차라리 영화를 해 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돈을 벌라고 충고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그렇게 하면 애니메이션은 결국 못하는 것 같다. 당시에는 젊었으니까 노트에 이런 말도 적어 뒀더라. “인생에 적금을 들진 않겠어!”(웃음) 항상 미래만 준비하면서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단편을 만들어 나름 수상을 하면서 알려지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산업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들은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나에 대한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장편 기획을 제안했을 때에도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더라. 그러니 직접 회사를 만드는 수밖에.(웃음) 스스로 제작사를 만들어야 장편 애니메이션이 가능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장편 애니메이션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자기 회사를 차린 경우이다. 어쩔 수가 없다. 기존의 회사들은 오리지널 장편을 만들 생각이 없고, TV 시리즈의 확장용을 만들기 때문에 타깃부터가 다르다. 또 우리 작품은 가족 애니메이션처럼 관객 폭이 넓은 애니메이션을 추구하지만, 기존의 회사들은 캐릭터 라이선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것만으로 캐릭터 라이선싱을 하기는 어렵다. 또 기본적으로 큰 회사도 별로 없다. <뽀롱뽀롱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처럼 몇몇 큰 회사들이 있지만, 이들의 경우 인원이 많다보니 위험한 도박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존의 TV 애니메이션에서의 ‘확장’ 개념으로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생각한다. 또 신인 감독을 데려다가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니 누군가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면 스스로 회사를 차리는 방법밖에 없다.

 

 

 

차라리 영화를 하라는 사람, 또 일단
돈부터 먼저 벌라고 충고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엔
애니메이션은 못하게 된다.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럼에도 극장에서
일단은 살아남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도 있다.

 

 

 

이 땅 에 서 애 니 메 이 터 로 산 다 는 것

 


Q) 현재 3D 장편 애니메이션 쪽 상황은 어떤가?

 

A) 3D 애니메이션에도 딜레마가 있다. 3D는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국내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만만치 않다. 최소 300만 명은 봐야 계산이 나오는데, 그 정도를 낼 수 있는 건 사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말고는 없다. 물론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의 경우 220만 명이 봤고,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2D 애니메이션이라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경우였다. 반면 투자가 선호하는 것은 3D 애니메이션으로, 해외 수출을 목표로 한 것이다. 문제는 북미시장을 노리고 수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다소 도박의 성격이 강하다. 정말 북미를 목표로 한다면 그곳의 사회와 문화를 잘 아는 그쪽의 감독, 시나리오작가를 써야 한다. 그런데 국내 투자사나 제작사가 이들을 컨트롤하는 게 또 쉽지가 않다. 그들이 “미국시장 상황에는 이게 맞다”라고 말하면 이 쪽에선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투자금은 천문학적이니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해외에 선판매하고, 해외 스크리닝 계획을 세운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식의 기획이 아니라면 장면 애니메이션을 투자 받는 것은 정말이지 어렵다. 투자 쪽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옳은 방법만은 아니다. 때문에 영진위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애니메이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서 말이다. 매 상황마다 자본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Q) 그런 상황이라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사실상 시스템이나 생태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A) 애니메이션은 극영화 같은 생태계가 없다. 영화 쪽은 제작편수가 1년에 60, 70편씩 되니까 제작사들이 영화 스태프들을 돌려가면서 유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1년에 한두 편가량 나오다 보니 특화된 인력들을 유지할 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천년여우 여우비>(2007) 이후로는 개봉되는 장편이 한동안 아예 없을 정도였다. 영화처럼 스태프들이 이 작품 저 작품 하면서 살아갈 수가 없다. 2D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회사들은 큰 하청회사들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을 하는 업체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게 인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하청을 하고 있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하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들도 많았지만,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는 산업이 유지가 되지를 않는다. 내가 올해로 마흔 살이 됐는데, 2D 애니메이터 중에서 가장 젊은 축이다. 더 어린 친구들이 없다. 마치 이것이 산업이 끝나가는 신호로 느껴지기도 한다.

 

 

Q) 3D 역시 마찬가지인가?

 

A) 3D는 확실히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쪽엔 젊은 친구들이 많다. 그와 반대로 2D는 산업적으로는 누가 뭐래도 사양길인 것 같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인력들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희망도 있을 수 없다. 2D는 고용 안정성을 갖기가 상당히 어렵다. 프로젝트별로, 즉 장당 돈을 받기 때문이다. 첫 달에 동화부터 시작하면 3만 원 정도를 받는다. 일을 조금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림을 많이 그려도 실제로 ‘오케이’되는 것만 돈이 지불되기 때문이다. 6개월 정도 일하고 실력이 늘어서 오케이 컷이 많아지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일을 선택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젊은 학생들이 봐도 2D 애니메이션이 ‘미래의 산업’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건 “젊음이여, 꿈을 가져라!” 하고 외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3D 애니메이션이 최첨단인 것은 맞다. 그리고 앞으로 2D로 회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건 미국, 일본과 같은 해외를 봐도 마찬가지다. 2D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이미 인력을 먹여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TV 애니메이션인데, 일본은 TV 제작편수가 많다 보니 그 인력이 유지가 된다. 한국은 또 그 작품들을 하청 작업하면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점진적으로 줄어서 이제는 소수의 인력만이 남은 상태다. 지난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바람이 분다>를 만든 후 은퇴를 선언했는데, 일본에 그만한 파괴력을 지닌 차세대 감독은 없다. 그나마 미야자키의 2D가 꾸준히 나와 주면 2D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텐데, 대가가 사라지면 산업적으로도 굉장히 큰 타격을 받을 것 같다.

 

 

Q) 현재 <겨울왕국>이 흥행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960만 명을 넘었다. 이와 같은 열풍이 애니메이션의 관객 확보나 저변 확대를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쿵푸 팬더 2>(2011)때도 놀랐는데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서 더 놀랍다. 관객이 이렇게까지 드는 덴 확실히 다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디즈니나 할리우드처럼 기술력과 자본을 보유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마지막 작업들에 핵심적인 돈과 기술이 다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퀄리티의 70~80%까지는 싸게 따라갈 수 있다. 나머지 20~30%를 올리는 것, 그것이 핵심 기술이다. 유럽에서 디즈니의 70% 정도를 따라갈 수 있는데, 그러면서 유럽(특히 스페인)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편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언뜻 보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같은, 이런 작품들이 국내로 계속해서 수입되고 있다. 현재 수입 애니메이션들이 거의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제작비를 감수해 가며 직접 만드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훨씬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내가 저예산 애니메이션을 10억 원으로 만든다면 그 돈이면 10편은 거뜬히 사올 수 있다. 이렇게 자본 논리로만 본다면 굳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 면에서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Q) 그런 차원에서 영진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일단 애니메이션에 관한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콘텐츠진흥원과의 중복성 때문에 영진위가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포기했다. 두 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논리였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콘진원은 패션, 드라마, K-POP까지 여러 가지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완전히 영화 시스템에 놓여 있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제작하고, 배급하는 것은 영진위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건 ‘영화’라고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영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필요한 분야다. 반면 TV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 라이선싱이 되는 것은 콘진원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극장에 관련된 것은 영진위의 지원이 적합하고, 그동안 영진위가 그 일을 잘해 왔다고 본다. 콘진원과 영진위가 다소 중복이 될 수도 있지만, 이는 개별 프로젝트의 성향을 보고 지원을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영진위의 개봉지원을 받았다. 사이즈가 작아서 배급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작품이 아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진위의 지원이 중요했다. 향후에는 다시 제작지원까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제가 ‘애니메이터의 생존기’가 되었다.(웃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조언을 하기 상당히 어렵다. 나도 단편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나름대로 주목을 받는 기대주였지만, 그럼에도 아슬아슬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으나 여력이 안 됐다. 개봉을 하니 이제는 살아남는 게 과제다. 개인적으로는 <마리 이야기>(2002)의 이성강 감독이 롤모델이었다. 저 방법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길을 따라온 셈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미야자키 하야오가 롤모델이 될 수 없다. 미야자키는 토에이 동화에 입사해서 감독이 된 케이스였다. 국내엔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없고,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거의 없을뿐더러 그런 길을 걸은 감독도 없다. 회사에 들어가서 몇 년 후에는 내 작품을 만든다는 걸 꿈꿀 수도 없다. 젊은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에는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 제작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사와 함께 가는 경우뿐이다. 그런데 후자의 문제는 그렇게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 줄 만한 영화사가 없다는 데 있다.

 

 

Q)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단역 목소리 연기로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이 우정 출연했다. 그와 이런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하나?

 

A) 물론이다. 연상호 감독도 고민이 크다. 그는 저예산으로 제작해, 많이 만드는 것을 선택한 경우다. 제작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니 우리도 연상호 감독 쪽과 스태프들이 오가는 실정이다. 우리끼리라도 그렇게 하고 있다. 다른 프로젝트에 들어간 회사로 인력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 두 회사로는 힘들고, 그런 회사가 몇 개가 있어야 이들이 유지가 된다. 하지만 그는 나와 이야기 방법이나 스타일이 다르다. 시나리오가 세고 강렬하다. 제작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전통적인 2D 셀 애니메이션이다. 사실 이것도 빨리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큰 하청 회사가 살아 있고, 하청 시스템이 발달해 있어서 일을 뿌리면 가능하다. 프리 프로덕션과 자본만 완벽하게 준비된다면 빨리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자본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지원금은 제작 프로세스에 맞춰서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완성해야 나머지 돈을 받는 식이다. 그러니 그 사이에 돈을 빌려서 메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영세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미안하지만, 후배들도 이런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이 사업 역량이 약하다. 제작사를 운영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깊이보다는 원천 징수, 세법, 제작사 운영 등에 대한 이해가 더 늘어난다. 어떤 프로젝트에 지원을 받으려면 기획서를 잘 쓰는 게 중요하다. 살아 남으려면 그런 것부터 배워야 한다. 문제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런 기획서를 잘 쓰지 못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그림이 뛰어난 사람들이 대개 사교적이지 못하다. 그러니 비즈니스 성향이 없다면 도와줄 파트너를 잘 만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결혼할 사람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웃음) 제작 스태프 확보에서도 돈을 많이 못 준다면 감독이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 그러니 작품 외에도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

 


글 전종혁 | 사진 이상엽

 

 

 

 

TV애니 지원은 콘진이, 극장애니 지원은 영진위가 해야 한다는 의견에 눈길이 가네요.

 

장편애니를 만들려면 자기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장 감독님 자신을 포함해서 최근 개봉한 장편애니들 중 상당수가 감독이 자기 회사를 꾸려서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죠. 아무래도 저번에 이야기가 나왔던, 제작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법인 설립을 필요로 한다는 지원요건하고도 관계가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겨울왕국의 흥행대박으로 한국애니쪽에도 기대감을 거는 의견이 보이는데 그런 사람들이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다." 라는 저 말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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