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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스캐리몬스터(58.229) 2015.12.24 20:16:52
조회 75 추천 0 댓글 2

10 Kg 쌀 두 포대와 삼양라면 두 상자를 배급받았다. 배급받은 곳은 인민회관 1층 혁명의 불씨 별관이었다. 그곳은 배급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몹시 혼란스러웠다. 나는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벽에 기대어 순서가 어서 오길 희망하고 있었는데, 앞쪽에 배급을 마친 70세가량의 할머니가 옆에 있는 비슷한 연령의 할머니에게 면박을 줬다. "어휴. 내가 이 병신 때문에 못살아!" 그러자 옆에 있던 왼쪽 다리가 ㄱ자로 꺾인 할머니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쾌활하게 웃었다. 주위에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덩달아 웃었다.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가 말했다. "고맙네." 면박을 준 할머니는 별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됐네. 하나도 안 무거워" 할머니는 삼양라면 네 상자와 10 kg 쌀 네 포대를 커다란 수레에 싣고 영차영차 하면서 별관을 빠져나갔다. 왼쪽 다리가 ㄱ자로 꺾인 할머니가 지팡이를 돌리며 절뚝절뚝 뒤를 따랐다.

배급품을 무사히 지급받은 나는 인민회관 지하에 묶어둔 당나귀까지 가야 했는데 앞길이 깜깜했다. 왜냐하면, 나는 수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엉거주춤 쌀 두 포대를 어깨에 지고 라면 한 상자를 가슴에 품고 나머지 라면 한 상자를 들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이마에서 땀이 뻘뻘 났다. 나는 자리에 서서 몇 분 동안 분투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웬 백발의 노인이 다가와 쿨하게 라면 한 상자를 들어 인민회관 지하까지 내려가 당나귀 등에 실어주고서는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나는 풀피리를 불며 당나귀를 타고 나의 포근한 수상가옥으로 향했다. 가던 중 안면이 있던 거지굴 할아버지가 낑낑거리며 배급품을 힘겹게 나르고 있었다. 나는 당나귀에서 내려 거지굴 할아버지의 배급품을 당나귀에 실으며 말했다. "도와드릴게요. 할아부지." 거지굴 할아버지는 연신 나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예. 나리. 예. 나리." 당나귀의 인상이 점점 험해져만 갔다.

집에 돌아온 나는 무언가 어떤 삶의 흐름을 느끼며 살며시 손톱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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