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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흥미가 이어지나?

악의꽃(116.121) 2017.10.19 21:51:05
조회 251 추천 1 댓글 12


내륙 강서구청의 토성동으로부터 13킬로미터, 가장 가까운 인근 부속도인 절지도로부터는 4킬로미터 떨어져 있다고 여행책자에 나와 있어. 내가 묵고 있는 민박집은 주도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야산 둔덕에 있는데, 산 뒤편으로는 약 5천 평 정도 되어보이는 너른 대지가 펼쳐져 있지. 그곳의 야생적인 황폐함은 이루 형용하기 힘들 정도야.


향나무와 은사시나무가 주를 이루는데, 이름을 모를 잡목들과 함께 어지럽게 얽혀서 첩첩 덤불을 일구고 있어. 쓸쓸하고 황량한 들판이 쭉 이어지다, 마을과 경계를 잇는 부분에 우중충한 조명탑이 우뚝 솟아 있어. 그건 구 일본군의 막사가 폐허로 방치된 채로 있다 폭우로 무너져버린 잔해라더군. 해질녘이 될 때면 이끼로 뒤덮인 조명탑이 쓸쓸한 들판을 향해 컴컴한 그림자를 불쑥 드리우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나같이 무덤한 사람조차 은근히 소름이 느껴질 정도로 오싹한 풍경이야.


그래. 그 조명탑의 사단 마크 표지를 우연히 보고 우린 놀랐지. 오스트리아 예술가 모트의 작품속에서, 또 영국에서만 평생을 살았던 마스덴의 사진속 배경에 간간히 찍혀 있던 표식과 똑같았으니까. 스쳐가는 소품처럼 언뜻 보여지는 것이었지만, 우린 그것이 예술가들끼리의 교감 신호이거나 혹은 기막힌 우연의 일치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다는 의혹을 품게 됐지.

오늘처럼 부슬비가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날에는 그곳이 나를 은근하게 유혹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이 축축한 잿빛의 상념에 젖어드는 것 같으면 조명탑의 머리에 있는 표식이 사악한 눈을 뜨는 것 같아. 북향에 걸린 마름모꼴 창문 너머로 음침한 달이 떠오를 때면 그것은 눈을 반짝이지. 달도 없는 밤에는 하얀 박쥐처럼 거대한 은빛 날개를 펼쳐. 그리고 검은 하늘로 비상하는 것 같아.


주민들은 왠지 이 장소에 대해서 얘기하길 꺼려하는 것 같아. 이토록 음침한 장소는 누구에게나 기피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겠지. 그럼에도 어딘지 이곳 사람들의 반응은 히스테리컬한 구석이 있어. 사람들은 외향포라는 이름 자체를 꺼내길 싫어하는 것 같아. 면적만 본다면 동단위의 행정 구역을 형성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크기인데, 이 장소의 개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보여.


그렇다고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은 적이 없는 무간지란 뜻은 아니야. 일본군이 떠난 후에도 막사나 요새 건물들을 개조해서 민박소로 운영했던 주민들은 몇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모두들 떠나버리고 황량한 폐가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 이윤이 나지 않는 사업일 수도 있고, 아주 개인적인 사정일 수도 있어. 하지만 뭔가 더 은밀한 흑막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런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어.


이 년 전 이 지역의 고고학 자료를 탐사한 후에 실종된 역사학자의 사건이 떠올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계속 맴돌고 있어. 그 사람도 표식이 뿜어내는 음험하고 주술적인 힘에 사로잡혔던 걸까. 한반도 구석기 시대의 기원을 더 높여서 새로 쓰게 할 만큼 놀라운 유적이 이 섬에서 발견됐단 기사가 한동안 떠돌았던 일을 너도 기억할 거야. 이 조그만 섬이 어렴풋나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사건이었으니까.


덕분에 서부경남권 신항만 개발 사업이 강단에서 학자연 흉내내는 지루한 부류들과 마찰을 빚게 됐다느니, 차질이 예상된다느니 하는 자자한 소식이 퍼졌지. 하지만 주민들은 지역 개발도, 유적 발굴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그저 자신들을 향한 외부의 시선을 쓸데없이 치부하고 귀찮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해.


역사학자의 돌연한 실종 사건이 터질 무렵부터 세상의 한켠을 차지했던 시시한 열기조차 완전히 사그라졌지. 어쩌다 내가 간혹 그에 대한 질문을 마주치는 사람들한테 꺼낼 때에는 아연실색하는 반응이 뚜렷해. 동네 사람들 모두가 외향포니, 구 일본군 기지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꺼려해. 무엇보다 고대의 거석 유적에 대해 물어보면 얼굴이 샛노래져. 제발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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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인간이 이 섬깡촌을 돌아댕겨야 되는데,,,,,



으어어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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