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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양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8.08.13 16:52:50
조회 143 추천 0 댓글 2


가볍고 느린 템포의 노래를 들으며 걷다 보면 수많은 생각 사이를 스쳐 지나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각도 날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이 \'진짜\'를 사랑한다. 네 표정과 몸짓의 겉껍데기 틈 속의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알맹이를 거리낌 없이 보이는 태도 자체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네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너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지 않았다. 백 번의 진실보다 한 번의 거짓말이 내겐 더 진실이었다. \'사랑\'이라는 언어의 장막 아래에 있을 내 진심과 네 진심 사이의 거리가 나는 늘 불편했다. 어쩜 나는 네 진심 위에 서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겠다. 상관없었다. 하여튼 나는 살아있음을 빛처럼 온몸으로 내뿜는 사람을 좋아하니까. 감정의 스펙트럼을 흐리지 않고 부딪칠 줄 아는 사람을 나는 사랑하니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의 아래 기거하고 싶었다. 나는 생각보다 성욕이 동한 사람이 아니었다. 네 피부와 입술과 냄새 따위를 끊임없이 내 감각 아래 두려 했던 건, 네가 \'현실\'이라고 나 자신에게 증명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외딴 행성 같은 네 육체의 껍데기 위에 집을 지어 살고 싶었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거다. 누구나 있을 곳이 필요하다. 그곳이 사람이 되었을 때의 부담감과 중력감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기대 오는 감각은 차라리 한쪽 벽으로 빨려 날아가는 감각과 같다. 부딪힐 줄 알기 때문에 눈을 꼭 감아버리는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공포다. 나는 그것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어줄 유머러스한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인정한다, 이 부분은 내 약한 점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 기댈 곳을 지나치게 재는 사람이다.
그러고 보면 너와 지냈던 밤들은 내게 영적 수행을 떠나는 감각이었단 걸 말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네게서 쾌락을 구할 만큼 나는 쾌락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진짜\'가 가난한 사람이다. 나는 네가 만족에 몸부림치는 모양에서 진짜를 얻고 싶었다...
뭐, 이제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쩨쩨하고 유치하다.
내가 가진 사랑이란 것은 이따위밖에 되지 않았다. 막연히 바라건대, 내 사랑의 모양을 누군가 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시행착오인 채로 우리는 각자 남았다. 인생은 언제까지 이렇게 굴러갈까? 삶의 끝은 아득하지만 젊음의 끝은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하다. 젊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사랑에도 어떤 완성형이 있다면, 나도 그걸 갖고 싶다. 그것은 가장 완벽한 피날레일까, 아니면 가장 순정한 진행형일까?
내 사랑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이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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