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지기미(210.99) 2019.02.15 20:10:26
조회 92 추천 0 댓글 0


  모든 만남은 우연입니까, 인연입니까, 아니면 필연입니까.

  더불어 우리의 만남은 역시 우연입니까, 필연입니까.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고 나아가 필연이 되는 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수만큼의

  우연들 속에서 자신이 불현듯 붙잡은 우연, 그리하여 그 우연을 붙든 채 떨어지지 않으려

  몸서리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그것은 인연이 되고 필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만남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은 전혀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만남의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마주한 우연 혹은 인연을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있으냐가 중요하리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타인들과의 돌연한 만남들마다 어찌 손뼉을 마주치며

  서로가 서로를 통과할 수 있겠습니까.

  그와는 반대로, 대부분의 만남의 순간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매서운 눈빛이

  한 떨기 꽃을 조각조각 저미고……

  쓰라린 향기가 우리들의 심장을 아슬아슬 비껴갈 뿐입니다.

  심지어는 속절없이 빗발치는 그 향기를 한 줌이라도 낚아채보겠다고

  허공중으로 휘휘 팔을 휘두르거나 빈손을 한 움큼 움켜쥐어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대와 저의 만남 또한 이러하여서 제 심장은 바람이 빠져나가는 풍선처럼

  바빠지다가도 이내 착잡해지고, 끝내 축축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줄기 펜대를 등대삼아 당신이 계신 어둠 속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신기루 같은 그대,

  신기루의 속성이 다가가면 사라지는 착시현상임을 알기에

  차라리 저는 떨리는 무릎을 붙들고서 제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벌겋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제자리에서 머뭇거려야만 아슴아슴 피어오르는 그대,

  중요한 건 그대와 나의 마주침도, 입맞춤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대와 나의 거리, 어쩌면 이별에 대한 감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보고, 지켜줄 줄 아는 마음입니다.

  그대,

  어느 통속가요의 가사처럼

  그대가 나보다 더 외로워질 때, 그때,

  저도 작게나마 바라고 또 바라볼 수 있을까요.

  신기루 같던 그대가 나를 그리다, 그리다

  마침내 망부석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무거워진 그대를 내 수줍은 발끝 위에 가벼이 올려놓고 싶습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66] 성아(222.107) 09.02.21 48772 56
공지 문학 갤러리 이용 안내 [99] 운영자 08.01.17 24133 21
290482 내가 음극관이다 a(39.7) 09:27 5 0
290481 Lucku strike a(61.73) 06:17 12 0
290479 비는 주룩 주룩 떨어지고..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3 33 0
290478 강가 ㅇㅇ(211.234) 01:13 19 0
290477 과연 비트는 23k를 갈 것인가 항문앙문(211.229) 00:05 16 0
290476 이제 시대가 달라져서 시집과 저자로 묶는게 아니라 항문앙문(211.229) 05.11 47 0
290475 아니 니들은 저 김치찌개 다문화론보다 [2] a(39.7) 05.11 20 0
290474 해외 분쟁 등 철수 기업과 실업 국민에 저런 프로토콜 a(39.7) 05.11 15 0
290473 시는 딱 15분컷 그것으로 족함 [1] 항문앙문(211.229) 05.11 30 0
290472 서강대 가 평생 딱 하나 배웠댔죠 a(39.7) 05.11 19 0
290471 18 심각하게 내가 서강대 아니니 서강학파일 리가 a(39.7) 05.11 16 0
290470 씨발 지가 저러고프다 사람 자는데 고문하고 자빠져 a(39.7) 05.11 14 0
290469 천연두 백신 원리 그대로 방사능에 대입, a(39.7) 05.11 29 0
290468 미국이 환율조작국이라서 a(39.7) 05.11 19 0
290467 시써봄 ㅜ [1] 항문앙문(211.229) 05.11 46 0
290466 낭자 [2] 문갤러(39.115) 05.11 33 0
290464 판데믹 조약 임박. 기사로 백신 밑밥 깔고 있네요. 파도쳐라(182.217) 05.11 98 0
290463 랭보 시 소개 (ai) [5] ㄱ..(112.149) 05.11 49 0
290462 2024. 5. 11(토) 대체로 흐림 문갤러(222.118) 05.11 30 0
290461 랭보도 다시 읽어봐야지 [4] 공령지체(118.235) 05.11 42 0
290460 매그누스다 마그네슘 먹어야겠지 병신들 짜증나 진짜 a(118.235) 05.11 28 0
290459 3000이 magnus다 도배를 했겠지 a(118.235) 05.11 15 0
290458 그러한 면에서 예수를 믿으라는 말은 [2] a(118.235) 05.11 23 0
290456 인간은 참 재밌어 [1] a(118.235) 05.11 21 0
290449 오늘의 추천 시 [1]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48 0
290448 니가 그렇지 너나 똑똑하지 a(118.235) 05.11 16 0
290447 밀도density 문제다 하고 멍청함dense 측정했니 a(118.235) 05.11 17 0
290446 급여 올려주는 척은 하고... a(118.235) 05.11 19 0
290445 생각에잠긴다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5 0
290444 모닝커피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9 0
290443 씨발 미친년이 일하는데도 내ㅡ리 MRI인지 골밀도 검사기인지 a(118.235) 05.11 18 0
290442 버스 탈 때 앞에서 길 막는 거 일부러 하는 거 알고, a(118.235) 05.11 16 0
290441 태양 폭풍 드립도 쇼크독트린(재난경제) 개드립이라는 거네 a(118.235) 05.11 26 0
290440 푸른 초목 비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36 0
290439 3일째.. ㅇㅇ(210.113) 05.11 29 0
290438 봄이 봄으로 간다 a(39.7) 05.11 23 0
290437 ㅇㅇ ㅇㅇ(211.234) 05.11 26 0
290436 생성Ai와 우주 지배자에 관한 질답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24 0
290435 그래서 까챠, 니네 코트라, 라는 거잖니 [2] a(220.83) 05.11 25 0
290434 김춘수 #꽃 #까챠? #예카테리나 #카테르(경비선, 패트롤) [9] a(61.73) 05.11 25 0
290433 김춘수, 하루키, 하르키우, 봄물, 이냐 [12] a(61.73) 05.11 36 0
290432 K엔터사들이 외국 기업 샀다가 적자, a(61.73) 05.11 22 0
290431 허영심을 자기 자신이고백하다 공령지체(118.235) 05.11 29 0
290430 카지노 딜러가, 거버너 보좌관이냐 a(61.73) 05.11 19 0
290429 처분적 법률이 자동으로 집행력 가지면? [1] a(61.73) 05.11 34 0
290428 COVID19 답안공개 하고 있어서 뭐, a(61.73) 05.11 31 0
290427 적/색을 공령지체(118.235) 05.11 24 0
290426 뽕두 색기 딸피인가? ㅋㅋ 공령지체(175.213) 05.11 6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