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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로메테우스는 목에 맷돌을 달아야 했을까모바일에서 작성

ㅇㅇㅇ(223.62) 2021.03.22 00:10:50
조회 727 추천 10 댓글 18

별건 아니고 그냥 갑자기, 개인적으로 왜 윤동주 시인이 저 시어를 썼을까 궁금했음. 해설집 뒤적여도 맷돌에 대한 얘기는 '책임', '죄악의 대가' 이런 두루뭉술한 것들 밖에 없길래 걍 뒤적여서 그럴싸한 생각 만들어 봄... 찾아보면 분명히 기존 연구도 있고 그러겠지만 뭐... 아무튼ㅇㅇ 걍 찌질한 비전공자의 변이라고 생각하셈..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들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다들 잘 아는 시일거라고 생각함. 어느 날 평소처럼 이 시를 읽다가,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는데 6연의 2,3번째 문장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왜 하필 맷돌을 다는지가 갑자기 너무 궁금해지더라ㅋㅋㅋㅋ

결론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윤동주 시인이 '기독교'했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더라고.



마태복음 18장 5ㅡ6절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 중 하나를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이 그 목에 달려서 깊은 바다에 빠뜨려지는 것이 나으니라


나는 무교라;; 이 구절에 대해서 대충 찾아봄.. 보니까 중의적 의미가 있긴 한데, 대중적으로는 순결한 신앙인을 죄에 빠뜨리는 자는 차라리 연자 맷돌을 목에 달아 빠뜨려야 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더라고ㅇㅇ 무튼 이걸 간에 대입해 보면..


프로메테우스 - 불도적해서 인류에게 불을 전파함 - 불의 도래 이전, 순결했던 인류를 죄악에 빠뜨림 - 맷돌을 목에 달고 침전해야 함(성경적 모티프) + 독수리좌에게 간먹방 당해야 함(신화적 모티프)


그런데, 인류에게의 불의 전파는 이처럼 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죄악이지만,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실 구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함.

이렇게 생각하면 바로 위에 써놓은 성경적 모티프와 신화적 모티프의 자기희생이 결국 "예수"라는 하나의 성경적 모티프로 형상화되지 않음?(인간들을 구원하고, 독수리좌 간먹방과 맷돌을 달고 침전하는 자기희생적 모습)

정리하자면 이 시에서 식민지 시대 지식인으로서의 화자는, 프로메테우스 설화 + 구토지설 + 성경을 활용해서 끝없는 자기반성과 예수와 같은 자기희생을 다짐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르게 말하자면 예수-프로메테우스적인 이상향을 추구한다고 해야 하나?


무튼 생각을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하고 나니까 당연하게도 십자가가 생각나더라..



<십자가(十字架)>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여러 시를 읽을수록 예수를 닮고 싶었던 윤동주 시인의 모습이 점점 더 선연해지는 느낌이 듦ㅇㅇ 뭐 난 무교라 예수같은 왈패는 잘 모르겠지만서도...ㅋㅋㅋ

무튼 대충 이런 느낌이고 걍 생각 정리해 보고 싶어서 들렀음.. 전공자 성님들 비전공자 성님들의 가르침 기다리고 있겠음... 다들 건승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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