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비요일은 판타지]

문갤러(218.156) 2024.04.29 09:56:57
조회 74 추천 1 댓글 0


[비요일은 판타지]




혜진이 여섯 살 때였다.


지금도 아버지 홀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시골집에


이웃 아주머니들과 친척들이 모여들었다.


까닭은 지난 몇 달간 병원 생활을 한 혜진의 어머니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결론에 얼마 전 집으로 돌아왔고,


이제 이생의 시간이 거의 끝에 다다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였다.


어린 혜진은 마당에서 혼자 강아지와 놀다가 어른들의 넋두리를 들었다.


어렵다고...


산에 가서 명약이라도 캐오면 모를까 이미 강을 건너고 있다고.


조용히 강아지의 눈을 들여다보던 혜진은 곧 어머니의 얇고 해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논길을 따라 밭길을 따라 산자락을 따라


점점 산으로 올라간 꼬마 아이는 독특해 보이는 풀이나 꽃들을 꺾어


가방에 담았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산길을 걸으며 이마에 맺힌 땀도 닦았다.


이윽고 가방에 꽃과 풀들이 수북이 쌓였을 때


혜진은 높은 숲이 사방을 메우고 있는 걸 보았다.


길을 잃은 걸 깨달았지만 울지 않았다.


그저 어서 집에 가야겠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산그늘은 빨리도 밀려왔다.


하늘은 푸르러도 주위는 벌써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달빛을 남기고 그 하늘마저 어두워졌을 때에야 혜진은 비로소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둠속으로 불빛들이 흔들리며 혜진을 찾는 외침이 들려왔다.


혜진은 소리 내 울며 불빛들을 향해 걸어갔고,


한달음에 달려온 사촌 오빠들은 화를 내거나 철없음을 탓하지 않고


그저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혜진은 사촌 오빠의 등에서 가방만 꼭 쥐고 있었다.


하늘엔 별들이 떠오르고 어둠이 자욱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집엔


어수선한 어른들의 모습이 혜진을 탓하듯 반겼다.


방으로 들어가자 친척 할머니가 엄마 아픈데 어딜 갔었냐고 물었다.


혜진은 약초를 캐러 산에 갔었다고 말했다.


가방을 내어놓으니 산에서 나는 풀들과 꽃들이 한가득 쏟아졌다.


풀잎 향기가 방안에 퍼졌고 숨소리가 여려지던 어머니는


그 향기를 마시며 점점 호흡이 또렷해져 갔다.


어머니는 손을 움직여 혜진의 손을 잡았고 호흡은 더욱 선명해져 갔다.


유언을 하듯, 어린 딸이 캐온 약초를 맛보려는 듯


어머니는 방안의 모두가 놀랄 정도로 가슴을 떨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미안하다고, 더 이상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생의 마지막 이야기가 눈물이 되어 차올랐다.


그리고 어느덧 그 머나먼 강을 다 건넌 어머니는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고


떨리던 가슴도 가라앉았으니 마침내 아련한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한 방울 눈물이 어머니의 눈가를 지났을 때 방안에는 풀잎 향기만이 짙었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울음소리가 방안을 물들였다.


혜진도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서럽게 울었으니 그 울음소리 가득한 시공엔


못 다한 이야기와 애타는 풀잎 향기가 가슴 깊이 사무치고 있었다.




......




테인이 도이크 셰런을 처음 만난 곳은 불바다였다.


테인과 호위기사인 울리히, 그리고 테인을 짝사랑하는 리쿠


이렇게 셋은 험준하고 약초가 많기로 소문난 랑고트 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예로부터 패악한 드래곤 ‘가일’이 산다고 알려져 있었다.


다만 가일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세간엔 랑고트 산을 떠났거나 죽었을 거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하필 가일이 깊은 땅속 동굴에서 단잠을 깨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처음으로 마주한 게


제각각 흩어져 약초를 찾고 있던 테인 일행이었다.


지랄 맞은 성격인 가일은 보자마자 화염을 내뿜었으니


울창한 숲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


리쿠는 화염을 피해 달아나며 테인을 소리쳐 불렀고,


울리히 역시 벼락같은 불덩이에 튕겨나 속절없이 계곡으로 추락했다.


테인은 그 불바다의 한복판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아아!...’


확확 치솟으며 달려드는 불길 속에서 테인은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사랑한다는 이생의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대로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


화마가 테인을 한 줌 재로 집어삼키려는 그때였다.


모자 달린 망토가 푸르른 냉기의 파도를 일으키며 그녀 앞으로 날아들었다.


냉기는 둘의 주위를 휘어 돌며 한 아름 두께만 한 얼음벽을 생성했고


그 모습은 마치 하늘빛 얼음성이 일떠서는 것만 같았다.


가일에게서 뿜어나는 세찬 화염은 그 얼음성을 녹이며 들어왔고,


정체 모를 남자에게서 휘몰아 나오는 푸른 기운은 얼음성을 더욱 팽창시키며 파도쳤다.


시뻘건 화염과 푸른얼음의 격전...


그 광경을 테인은 하얀 성에에 뒤덮인 채 바라보았으니


두 팔 벌린 검푸른 망토는 얼음나라에서 날아온 괴물처럼만 보였다.


한참 후 마침내 모든 불길이 사라지고 얼음성도 다 녹아내린 그곳으로


리쿠와 울리히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둘은 화마에 집어삼켜져 초토화 됐다가 다시


하얗게 서리가 내린 세상을 꿈을 꾸듯 돌아봤다.


“아가씨...”


그리고 그 안에서 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테인의 새하얀 모습에 리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테인...’


마법사 도이크 셰런과 테인의 첫 만남이 있던 날이었다.




......




저기...


만남이란 참 신기해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열리는 거잖아요


처음 마주한 순간


우산을 들고 서 있는 그대는


구름 너머의 알 수 없는 판타지...


그저 내 마음 한 조각이


빗방울을 타고 몰래 따라가


그대의 표정을 신기하게 구경하죠




처음엔 달콤한 놀람에 가슴이 뛰어요


치즈케이크, 잠망경, 그대의 미소


생경한 발코니는 새로운 판타지


반짝반짝 불어오는 당신의 웃음에


세상은 꿈을 꾸듯 빛이 나고


하얀 운동화, 달보드레한 판타지에...


내 마음이 삶을 노래하죠


보고픈 그리움이 사랑을 꿈꾸죠




갑자기 그 시공이 멈춰버리기도 해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우산은 굴러 떨어지고


눈물이 나...


맨발에 혼자가 되어버린 기분...


판타지는 꿈처럼 아득해지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도 해요


두려움에 난 길을 잃고


파아란 번개, 천둥소리에 놀라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내밀어 준 그대의 손길, 벅찬 사랑


설운 내 마음 그대를 놓칠까봐


난 아이처럼 울어버렸어요


엄마처럼 나의 울음 안아준


그대는 나의 판타지


영원한 나의 마법사




비 갠 후 하늘을 보면


파랗게 빛나는 시간과 흰 구름


흐르는 삶의 시간을 따라 풍경은 변하고


우리의 감정은 수많은 기억으로 화해 또 흩날리고...


사랑하는 그대여


우리 예쁜 이야기를 그려요


마법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와도


판타지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와도


우리, 공주님처럼 마법사처럼 웃어 봐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신비로운 추억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향해 마법의 주문을 걸어 보아요




제 거예요...




가슴 설레던 그 비요일의 판타지처럼...




[비요일은 판타지] - 청순별랑


[리디북스] [전자책]



https://ridibooks.com/books/1441005665?_rdt_sid=newReleases_romance&_rdt_idx=8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1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290460 매그누스다 마그네슘 먹어야겠지 병신들 짜증나 진짜 a(118.235) 05.11 61 0
290459 3000이 magnus다 도배를 했겠지 a(118.235) 05.11 50 0
290458 그러한 면에서 예수를 믿으라는 말은 [2] a(118.235) 05.11 73 0
290456 인간은 참 재밌어 [1] a(118.235) 05.11 74 0
290448 니가 그렇지 너나 똑똑하지 a(118.235) 05.11 52 0
290447 밀도density 문제다 하고 멍청함dense 측정했니 a(118.235) 05.11 47 0
290446 급여 올려주는 척은 하고... a(118.235) 05.11 54 0
290443 씨발 미친년이 일하는데도 내ㅡ리 MRI인지 골밀도 검사기인지 a(118.235) 05.11 56 0
290442 버스 탈 때 앞에서 길 막는 거 일부러 하는 거 알고, a(118.235) 05.11 47 0
290441 태양 폭풍 드립도 쇼크독트린(재난경제) 개드립이라는 거네 a(118.235) 05.11 61 0
290440 푸른 초목 비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75 0
290439 3일째.. ㅇㅇ(210.113) 05.11 63 0
290438 봄이 봄으로 간다 a(39.7) 05.11 53 0
290437 ㅇㅇ ㅇㅇ(211.234) 05.11 57 0
290436 생성Ai와 우주 지배자에 관한 질답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1 82 0
290435 그래서 까챠, 니네 코트라, 라는 거잖니 [2] a(220.83) 05.11 70 0
290434 김춘수 #꽃 #까챠? #예카테리나 #카테르(경비선, 패트롤) [9] a(61.73) 05.11 68 0
290433 김춘수, 하루키, 하르키우, 봄물, 이냐 [12] a(61.73) 05.11 84 0
290432 K엔터사들이 외국 기업 샀다가 적자, a(61.73) 05.11 46 0
290431 허영심을 자기 자신이고백하다 공령지체(118.235) 05.11 60 0
290430 카지노 딜러가, 거버너 보좌관이냐 a(61.73) 05.11 52 0
290429 처분적 법률이 자동으로 집행력 가지면? [1] a(61.73) 05.11 92 0
290428 COVID19 답안공개 하고 있어서 뭐, a(61.73) 05.11 74 0
290427 적/색을 공령지체(118.235) 05.11 53 0
290426 뽕두 색기 딸피인가? ㅋㅋ 공령지체(175.213) 05.11 96 0
290425 밥을먹으면내턱쇠와잎세가종알종알거리지만 공령지체(118.235) 05.11 56 0
290424 있는 책들 읽어야지 공령지체(118.235) 05.11 185 0
290423 라틴어 #원천 에서 계속 말장난 oil계열 있어 [7] a(39.7) 05.10 71 0
290422 도대체가 지들이 감정적 소요는 만들고 a(39.7) 05.10 53 0
290420 세상이 덧없고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1]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93 0
290412 남녀간 애욕... 불교... [7] 하남자(218.52) 05.10 241 0
290405 말하다 보니 이상하네 a(39.7) 05.10 53 0
290404 국문과는 1443년 이전 살아 킹 세종이랑 한글 창제 중이니 a(39.7) 05.10 49 0
290403 국문과는 무슨 갑골문자 있는...몇년도니? 비포크라이스트 사니 a(39.7) 05.10 49 0
290402 내가 아무하고도 연락처 안 주고 받자 [7] a(39.7) 05.10 72 0
290401 야, 걱정원이...의심자다 1명 뚫어? 500인 기업 다녀 500인 뚫니 [3] a(39.7) 05.10 72 0
290400 골전도 이어폰 기능 이용해서 괴롭혀서 뭐? [17] a(39.7) 05.10 67 0
290388 수빈이 보구싶다 문갤러(106.101) 05.10 74 3
290387 여잘 좋아하긴 하는데 성적 끌림이 없음 [3] 시티팝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113 0
290385 단식 과정을 적으려다.. [1] ㅇㅇ(210.113) 05.10 79 0
290384 Smug smoke a(118.235) 05.10 47 0
290383 Plugg가 노르웨이어 말뚝이니 a(118.235) 05.10 49 0
290382 뭄창과 희곡 공부하는 사람 잇냐? [8] 시티팝f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9 98 0
290381 죽어도 니 다마꼬치 에세이 전부 니 학위 말소에 쓸 테니까 [3] a(118.235) 05.09 64 0
290380 재밌지? 너는 갖게 될 거야 카데바 니가 두들기며 놀았는데 a(118.235) 05.09 51 0
290379 갓 터치드, 와 메잌 톨쳐드, 도 분간 못 하는 개새끼들 a(118.235) 05.09 57 0
290378 더 웃긴 건 저것들이 오늘은 누구 눈치 본다 a(118.235) 05.09 49 0
290377 씨발년이 어디서 급여명세로 대충 눙치려고 a(118.235) 05.09 58 0
290376 씨발 그 지랄해 결론이... a(118.235) 05.09 50 0
290373 돈에는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6] 하남자(112.184) 05.09 10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