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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이야기

northwin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2.06 23:45:15
조회 88 추천 0 댓글 0

재작년 내가 어느 시덥잖은 잡지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시덥잖은 잡지사란 이를테면, 겨우
열찻간의 심심파적이나 될까 말까 한 책자 몇천 권을 월초쯤에 뿌려놓고는 자기들이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을 어깨에 걸머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잡지사를 말한다.
 유난히 무덥던 그해 여름 어떤 날 오후 늦게 나는 돌연 데스크의 호출을 받았다.
이제 그만 덮고 일어나 어디 시원한 생맥주집으로나 찾아들까 하던 참이었으므로 별로 달가울 리
없는 호출이었다.
"이걸 한번 읽어두쇼, 내일 아침까지"
내 기분쯤이야 아랑곳없다는 듯 부장은 책 한 권을 내밀며 간결하게 지시했다.

"난데없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가 변연돼 팔리는걸 보고 생각한건데...... 다음 호 특집
거리로는 어떨는지"

나는 내 앞으로 밀어논 책을 집지도 않고 멀거니 훑어보았다. 어디 밤늦은 거리 모퉁이에서 가스등
밝힌 리어카의 좌판 위엗 벌여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덤핑으로나 떠안길 법한 조잡한 책이었다.

내가 선뜻 책을 집어들지 않고 표지만 살피고 있자 부장이 이번에는 약간 설득조로 나왔다.
그가 항상 즐겨하는 현학적인 문어투였다. 누가 교수 아니랄까봐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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