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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산만한 일기.

허큘러스(116.124) 2011.02.07 23:38:30
조회 104 추천 0 댓글 1

간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날씨가 선선하기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천변을 걸으면서 다리를 본다, 물을 본다, 가로등을 본다. 화려했다. 역시 빛의 도시. 천변은 도로로부터 2m쯤 꺼져서 차 소리도 요란하지 않았고 다니는 사람도 얼마 없어서 조용했다. 천변의 가로등은 스며드는 빛이다. 근래에 가로등이 백색 LED로 바뀌어 차가워진 빛이 싫었는데, 습기에 젖은 빛은 주홍빛 가로등만큼은 아니어도 부드러워 보였다. 다시 보니 이게 좀더 세련된 것 같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다. 동네는 천변을 경계로 재개발 지역과 시내가 나뉘어 있다. 시내 쪽의 커다란 VIPS 간판. 그러고 보니 21년을 살면서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 맛대가리 없는 학교 스테이크는 제외하고. 사 먹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하여튼 뭔가 이상하다. 저기서는 하루에 스테이크를 몇 개나 만들까? 1,000개를 만들던 2,000개를 만들던 어쨌든 나는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 스테이크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다. 이상해. 설마 평생 스테이크 한번 못 먹어보고 죽는 건가? 지금처럼만 산다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헐, 그럼 그 많은 스테이크를 누가 다 먹는단 말인가? 그렇다고 못 먹고 사는 건 아니다. 나는 저녁에 만둣국을 먹었다. 강원도에서 온 엄마는, 강원도에서는 설날에 만두를 빚는다고 했다. 동그란 모양이 좋으냐? 반달 모양이 좋으냐? 묻기에 난 동그란 게 좋다고 했다. 엄마는 \'강원도 만두는 반달모양이야.\' 하고 반달모양 만두를 빚었다. 만둣국 맛있다. 그래, 북쪽 몇 킬로미터 위를 보라고, 거기는 대통령이 죽으면서 인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라 그랬다잖아. 나는 쌀밥에 고깃국은 질리게 먹었는데, 그런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어쨌든 난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다. 그래, 이건 다른 허기다. 배가 고프면 빵 도둑질 정도는 이해해준다지만, 칼을 들고 빕스에 가서 스테이크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루키 소설에서는 가게 주인이 틀어준 음악을 좋아해 주는 대가로 빵을 얻었다는데, 내가 그랬다가는 사회생활 시작도 전에 전과자가 될 것 같아서 관두기로 했다. 당분간 스테이크는 머릿속에서 지우고 주는 밥이나 잘 챙겨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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