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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갤에 대한 추억 하나 남기려고. -그리고 오래된 사과.

오래된 화석(121.139) 2015.04.08 12:11:20
조회 556 추천 1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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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대생이었고 고급독자로 남은 사람이야. 학교는 2년만 다니고.. 자체 졸업을 했지. 과거 네임드 모씨에게 과외아닌 과외 받고 (무료 과외였어.) 학교 들어갔다가 지금은 결혼 준비하는 예비 주부가 됐지.. 학교 사람들하곤 그리 잘 어울리진 못했어. 그냥 저냥..

 얼마전에 학교에 가서 추억이 드문드문 묻은, 이젠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로 가득한 그곳을 걸었어. 다동 테라스에서 괜히 담배를 태우기도 하고. 학교에서 담배를 배웠거든. 정말 못 끊겠더라고. 값도 비싸졌는데.. 하얀 벤치를 보니 반가웠어. 말로만 듣던 거거든. 내가 아는 사람이 만든 거야. 오래되서 너무 더러웠지만 ㅎㅎ 어쩌면 이 사람이 오늘 이야기의 주가 될 거 같아.


 음, 슬프지만 난 재능이 없었나봐. 학교에 와서 언제나 절망했던 걸로 기억해.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 그 포즈 속에서 다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 고집인지 아집인지 경계가 모호한 태도를 계속 덧씌우는 사람들. 그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했고, 또 서로를 서글프게 만들기도 했지. 나는 계속 포즈를 취하려는 사람들 곁에서 같이 포즈를 취하는 척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 


 학교를 관두고 직장 다니면서 만족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어. 글로는 채울 수 없었던 걸 일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채우게 됐지. 당연히 아쉬울 때가 있지만. 충동에 가까운 감정 같아. 그럼에도 문득 옛날 모습들이 그리워서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검색해봤어. 반갑고 추억에 젖으면서도 조금 불편해졌지.


 혼자서 괜히 끙끙 앓았던 거 같아. 이 사람이 이렇게 기억되는구나. 속상했어 '이런 식' 으로 욕먹을 사람들이 아닌데.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다편적인 이미지와 오해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불편했어. 


 차라리 그 사람이 정말로 잘못한 지점에서 욕을 하면 억울하지도 않을텐데, 실제와는 다른 루머가 그 사람의 진실인양 받아들여지는 것이 슬프더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질된다는 것. 


 사람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는데 능한 것 같아. 

 내 과외 선생이었다가 지금은, 솔직히 연락이 뜸한 오빠인 그 사람의 게시물도 거의 안 남았더라고, 아주 소소한 자랑글 하나 정도. 평소 잘 웃지도 않고 웃어도 어딘지 가식적으로 웃는 사람인데, 꼭 자기 동생을 자랑할 때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어. 보기에 되게 귀여웠지. 여기에 와서도 자랑할 정도였던 걸 보면 어지간히 좋아했었나봐. ㅎㅎ


 당시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확히는 내 과외 선생님은,) 어딘지 냉소적이고 또 욕을 하긴 했어도 틀린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다들 말이 거칠었지. 고백하자면 나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야. 너가 뭔데 나를 그렇게 욕해! 좋게 말해주면 안돼? 하고 말했다가 더 욕을 먹고 글을 지우고, 속상하고 억울해서 누가 선생님을 욕하는 글을 올리면 유동으로 같이 욕하고 기회를 보면서 헐뜯었지. 그러다가 정말 우연찮게 소개로 과외를 받게 됐는데, 이 사람이 그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지. 어쩌면 인연이란 게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 ㅎㅎ


 나는 아마 그 사람이 없었으면 학교를 오지 못했을 거 같아. 사실 되게 열심히 했어. 그 사람. 목소리가 꽤 좋거든. 과외 받으러 멀리까지 가야했는데 굉장히 열심히 한 걸로 기억하네. 필기를 정리해서 해주는 편이 아니라 녹음한 다음에 친구들이랑 듣고 킥킥 거리기도 했고. 내가 생각하기엔 귀여운 짓을 많이했는데, 참 내게 무관심하게 굴었던 거 같아. 가만 생각해보면 조금 대충대충 가르쳐 준 것 같기도 했어. 과제랍시고 나보고 해오라는 건 정말 많았거든. 당연히 불만도 많았지. 그래도 꼬박고박해갔던 것 같아. 

 

 합격했을 땐, 내가 혼자 잘해서 된 거라고 학교에서 보면 아는 척도 하지 말고 선생님이라고도 부르지 말라고 해서 조금 섭섭했지. 


 움, 결혼 전이라 괜히 싱숭생숭하네.

 올 초에 그 사람과 잠깐 만난 적이 있거든. 결혼식에는 못간다고, 따로 축의금을 미리 주더라고. 옛날 과외 받은 걸로 퉁치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암 말도 못하고 받아버렸지. 그 다음 수다를 떨다가 문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 서로 웃으면서 천선이나 박리암 연소 진돗개 혁핀 서현은내운명 낭가르파트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대부분 그 사람이 이야기하고 나는 듣기만 했어. 박리암은 언제나 힛갤에서 1등 리플을 달곤 해서 놀라웠고, 연소는 남자지만 나긋나긋 말을 참 예쁘게 했고, 낭가파르바트라는 사람은 입술이 보라색인 아주 매력적인 남자라고 말해줬고 서현은내운명은 내 후배가 됐다는 말도 들었어. 진돗개나 혁핀에 대해선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다만 천선은 아프고 결핍이 많은 청년이었고, 유일하게 김호장에 대해서 만큼은 욕을 했어. 어떤 사건 이야기를 하면서 별로 좋은 기억이 안 남았다고 했지. 치정에 대한 태도 때문이라고 했지. 그 사람이 문갤을 하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전부 들었던 것 같아. 흥미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지. 대부분 유쾌한 기억이지만 김호장 다른 의미로 만은 기억이 잘 난다고 했어. 아주 나쁜 의미로.


 "그 사람들은 이제 뭘하고 있을까요."

 "모르겠어." 

 갑자기 조용해졌지. 안 그래도 문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문갤에 가서 선생님이랑 저 사람들이 언급된 글을 봤다고 했거든

 "그래?" 

 "안 궁금해요?"

 "궁금하긴 한데 찾아볼 것 같지는 않아."

 "욕하는 내용인데?"

 "욕먹어도 싸지." 

 욕먹어도 싸지라는 말에 나는 그렇구나. 하며 커피만 쪽 마시고 말았지. 뭔가 내가 하는 짓이 꼭 어리숙한 고등학생 같아서 웃겼어. 나도 이젠 나이가 꽤 있는데, 뭔가 이 사람 앞에 서면 과외받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달까. 실제로 장소도 과외를 받았던 카페였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사람은 정말로 나를 애 취급하거든. 겨우 3살 차이고 내가 돈도 더 많이 버는데 말이야. 


 사실 추억 글이라고는 했지만 그를 대신해서 사과하고 싶어. 과외를 받을 때 그 사람이 사과를 했거든. 나는 사과를 받았지.


 옳은 말이라도 그 대상이 폭언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폭력이며 자신은 익명이라는 이름아래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휘둘렀으니 사과를 해야한다고. 


 뭔가 당시 닉네임이랑 어울려서 과외를 받을 땐 웃어버렸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는 대표로 그 사과를 받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은 스스로를 찌질이라고 하면서 여기에 올 일도 글을 올릴 일도 없으니 결국 사과도 제대로 않는 병신이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고마웠거든.

 그 사람은 폭력의 구조란 말을 자주 사용했고. 그 구조의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사람이었어. 당시에 그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과를 하는 주체는 내가 여기에 이런 글을 올린다는 것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사과를 받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2008년. 무려 7년이나 걸린 사과니까.. 내가 대신하는 것도 사실 웃기지만. 응.


 미안해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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