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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수능 막 끝나고 쓴 글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5.08 22:32:22
조회 2101 추천 1 댓글 2

1998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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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바다표범



슬래쉬 메탈에 가까운 락을 틀고 장단 맞춰 가며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데쓰나 블랙이면 더욱 좋죠. 갱스터 랩도 괜찮아요.


1998년 1월인지 12월인지 알 바 아닌 어느 겨울, 전화벨이 울린다. 저쪽에서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저쪽에 사람이 있다는 전제 아래 나는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한없이 진부해진 1인칭 대명사 나가 아니라 성씨인 나다. 곧 말장난이다.

강한 인간 논리로는 전화를 걸었으면 받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저쪽에 존재하는 것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돌아가는 기계 덩어리뿐이다. 여성적인 딱딱한 기계음만이 존재하는 곳. 돈 맛을 알고 짜 맞춘 기계의 목록이 들려온다. 사회에 나갈 준비를 위한 여러 길목에서 나는 끝 모를 정도로 많은 탐욕의 냄새를 맡았었다. 다시금 어디에서나 나는 그 냄새가 난다. 느껴질 리 없는 그 끔찍한 냄새. 목숨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거대한 이기(利己)여. 나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채울 것은 이 세상은 물론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에라 이 시발 년아! 개새끼. 씨부랄, 니기미.

나가 욕지거리를 하며 기다린다. 이름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숨죽이는 나.

합격이다. 이제 나는 머나먼 충남 산업대로 내려가야만 한다. 처음 인문고에 갔을 때는 어이없게도 서울대를 막연히 생각했었다. 2학년 때엔 지방대, 3학년 때엔 전문대가 꿈이 되었지. Fuck you!

하숙을 해야겠군. 각오해 둔 일이지만 가슴이 떨려오는 것은 머리로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의 절대성이랄까. 그렇다면 얼마든지 떨려라 가슴아.


통일호 열차에선 자꾸만 퀴퀴한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를 맡기 싫었지만 결국 맡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의 온 몸이 피곤에 절어 추적추적 의자 속으로 가라앉는다. 점액질로 변해 버린 나의 몸뚱이가 처절하게 뻗어버린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을 찾아 어렵다. 옆에 앉은 새끼는 아까부터 자고 있다. 디룩디룩 근육인지 살덩이인지가 붙은 못생긴 놈이다. 알 수 없는 힘이 치솟는다. 잠을 쫓으며 놈의 코트 속주머니를 뒤진다. 드디어 쌔비는 데 성공했다. 염병할. 2만 원? 돈 좀 많이 가지고 다닐 것이지. 나가 자버린다. 제길 잠자도 되나 모르겠군. 잠자다가 돈 잃어버린 걸 알면 나부터 의심하겠지. 에라. 그냥 자자. 누구든 깨우기만 해봐라 당장 죽여 버릴 테다.

자취방 계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사글세라서 돈만 버리게 생겼다. 안타까운 일이다. 젠장. 어버이라는 연놈들 탓이지 뭐.

서울역에 이르니 벌써 12시다. 신문지나 깔고 누워 자 버릴까하고도 생각해본다. 노숙자나 앵벌이 취급을 받는 것도 이른바 IMF 시대고 하니 그다지 나쁘지 않을 듯싶었으나 나가 역을 빠져나간다. 아까 뽀린 돈은 주머니에 남아있다. 여관이 있을까.

밤새도록 서울의 거리를 헤맨다. 위험한 눈들이 나의 피곤한 얼굴을 노려보고 있다. 원 빵이라면 취했지만 당장 뽕 빨 낼 수 있어. 평소의 보기 좋은 혈색은 모조리 사라진 창백하고 노리끼리한 나.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여인숙 하나에 들어간다.

-끔찍한 바가지로군.

나가 혼잣말을 지껄이며 방에 들어간다. 여관 주인 앞에서 커다랗게 말할 용기도 그럴만한 체력도 나에겐 없다.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리만 빠게져라 아프다. 열차 안에서 마신 세 캔의 커피와 그러고도 잠깐 잠든 몸은 새로이 잠들지 않는다. 이놈의 몸이 싫다. 정자 한 톨 밖에 안 되는 부성이 뿌리의 일부라는 게 혐오스러울 따름이다. 흉물스러운 여체에서 나왔다는 게 잡스럽게 느껴진다. 인격을 옮겨 담는 기술이 나오면 당장 옮겨 가야지. 과학자들이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지껄여대고, 만약 인격을 억지로 다른 몸에 담았다간 정신 분열이 일어난다고 했다. 까짓.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정신 분열, 이중인격, 뭐 골치 아픈 친구 하나 더 생긴 셈 치지 뭐. 어버이, 그것은 유전자의 매개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이루는 데에 필요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아줌마!

-왜 그래, 학생?

-여자 좀 불러줘요. 얼마지요?

-15만원.

-왜 그렇게 비싸요?

-영계거든. 게다가 요즘 IMF 시대잖아.

-그럼 할인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안 돼.

IMF. 국제 통화 기금. Imf. 임프. 판타지 게임에서 유혹자로 취급되기도 하는 작은 요괴. 임프에게 혹해 따라가면 나오는 건 악마들뿐이지. IMF의 참된 목적은 미국 은행들을 지키는 것이지 모라토리움의 위기에서 국제적 약자를 되살리는 게 아니다. 한국을 되살리는 게 공식 설립 취지와 잘 부합되지만, 공식 설립 취지만으로 운영되는 공동체가 있기나 했던가. 실제로 공동체를 움직이는 건 언제나 수많은 입장과 무지로 가득 찬 이기주의들이었다. 아줌마, 말똥말똥 쳐다보지 마. 괴상망측하게 생긴 주제에. 꼴을 보아하니 어릴 적엔 똥갈보였겠군. 물론 입을 열지는 않았다. UN은 협동조합이고 민주주의다. UN 총회에선 모든 국가가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 협동조합 총회도 이와 같으며, 민주주의의 국민 투표도 비슷한 제도다. 실제론 끗발 센 놈들이 모든 권력을 쥔 것도 같지. UN 안보리나 협동조합 이사회 따위에선 강력한 권리를 휘두른다. IMF는 주식회사고 자본주의다. 주식회사에선 많은 주식을, 자본주의에선 많은 돈을 지닌 새끼가 발언권이 센 것처럼 IMF는 출자금이 가장 많은 미국이 막대한 권리를 휘둘러댄다. 그러니 미국 이익을 위해 철저히 봉사하겠지. UN도 이제 곧 더욱 돈벼락으로 휘둘리는 체제가 된다지. UN이나 IMF는 우리 시대의 가장 커다란 자화상인 셈이다. 한국은 그 자화상에서조차 지금 소외당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라는 집단 수용소에서 복역하고 나와서 방황만 하고 있는 나처럼. 아니지. 한국이 나한테 좋은 일을 한 것을 못 보았다.

-어여, 불러줘요.

영계가 아니면 확 불을 질러 버려야겠다. 부탄 가스통, 노끈, 라이터만 있으면 안전한 방화는 매우 쉬운 노릇이지. 이 근처에 24시간 편의점이라는 간판을 단 구멍가게가 없을 리 없으니까. 나는 길눈이 몹시 밝으니 길 잃어버릴 염려 따위는 없다.

-안녕, 오빠. 저 불렀어요?

영계가 왔다. 김 씨라 했다.

김과 나는 함께 1999년을 보낼 것이고, 2025년도 함께 지나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다른 하늘 아래서겠지만. 한 놈이 꼴깍 뒈지더라도 구성 에너지는 영원한 법이다. 물질이 없어져도 에너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열역학 제1법칙이지. 예쁜 계집애 김과 콩 까는 것을 막는 세상이여 완존히 멸망해버려라. 얼굴은 꽤나 반반하게 생긴 날나리 계집애다. 다리가 꽤 단단해 보이는 걸 보니 걸레가 꽤 맛 좋겠네. 어떤 게임에서 본 Imf처럼 웃는다. 나가 외친다.

-섹시한데!

하긴 술 취하고 미니스커트 두룬 년 봤으니 예뻐 보이겠지.

김이 왈,

-바지 벗어요. 뭘 꾸물거려요. 다 알면서.

-너 몇 학년?

-중딩 Two.

-쳇.

-뭐에요. 내가 싫어요?

나가 서경석 흉내를 내어 말한다.

-초딩이면 열라 좋았을 껄.

-늙어서 미안합니다~~. 음~.

김이 창녀답게 나에게 봉사했다.

신화, 전설, 역사 어디에 속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파라오 쿠프는 피라미드의 통로를 통해 말세에 대해 울부짖었다. 2025년 역사는 세상은 그랜드 크로스(Grand Cross)와 더불어 멸망을 고하리라. 더러운 세상이여 멸망하라. 2025년 저 마왕들의 역사는 그들을 영원히 가둘 것을 약속한 레테 안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박정희 마왕도 김일성 마왕도 영겁토록 8만 4천 지옥 안에서만 이야기 될 궁극의 시대가 2025년 열릴 것임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역겹고 불합리한 위계질서만으로 지탱되는 세계, 극악무도한 전시(戰時) 체제, 지배와 착취만이 거대한 힘을 지닌 채 날뛰는 마왕들의 시대는 파멸해야지. 엑소시스트 2 에서 앗시리아의 마왕 파쥬쥬는 스스로가 선택한 예쁜 가시나에게 죽임을 당했다. 나와 김은 파워 레인져가 되어 어르신들을 패야 한다. 그랜드 크로스는 N세대의 영원한 승리를 축복하기 위해 태양계의 자연이 안배해놓은 것이다. 마지막 개벽. 나에게 감미로운 니체의 종말을 달라! 좆나 꼴리는군.

김이 문득 말한다.

-자세 바꾸자.

-예?

나가 김의 엉덩이 사이를 벌린다. 거웃이 금발이다.

나 : 너 어디서 염색했냐?

김 : 왜? 오빠도 하고 싶어?

나 : 아니. 그냥 묻는 것뿐이야. 궁금해서.

김 : 약 사서 집에서 했어. 한동안 대야에다 히프 담그고 있으려니까 시원하더라. 근데 나 교도소에서 별명이 리나 인버스다.

나 : 뻥 까지 마. 교도소 별명이 그렇게 좋은 게 어디 있냐?

별명이나 블랙 유머는 억압 체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웃음으로 위안을 얻고자 만들어낸 것이다. 본질적으로 학교는 기득권에게 맹종하고 자신들끼리는 속고 속이며 해치고 당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억압의 공장이다. 억압하는 자는 억압을 받는 자이다. 이 본질은 과거, 현재, 미래를 초극하여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따라서 모든 학교를 봉쇄하고 모든 담탱이를 실업자로 만들며 모든 권력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나는 순간 여겼다. 지긋지긋한 초교, 중교, 고교 도합 12년을 보내고도 겨우 충남 산업대라니. 염병할! 모교? 곱빼기로 엿이나 먹어라. Fuck you란 말은 본디 정액이나 먹으라는 뜻이지 엿 먹으라는 고상하고 달콤 쌉싸름한 뜻이 아니다.

김 : 졸라 많이 먹어서 그러는 거라고.

-그럼 그렇지.

-오빤 별명 뭐야.

-외계인.

한동안 신나게 콩 까다가 드디어 싸는데 성공했다. 좋구나. 풍악을 울려라! 나는 김의 입술에 입 맞추었다. 김은 격렬하게 응했다.

-못 된 년 아냐. 확 패버릴까.

-한 대 맞으면 만 원 씩 요금이 더해집니다, 손님. 때리고 싶으시면 강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Hi-five Of Teenage? 내가 치면 넌 죽어. 돈 아까워.

웃기는 말투로 말하자 김은,

-대땅 재밌는 오빠네. 맘에 들어. 정말 귀여워.

-하. 내가 워낙 멋있으니까.

-우리 교도소장 말이야. 진짜 재수 없다.

-잠깐. 일어나서 말해.

-응.

나는 누운 채 김의 여체를 감상한다.

-너 캡빵 예쁘다.

김이 몸을 흔든다. 죽이는군.

-히히. 바에서 스트립 쇼 하면 다들 좋아하더라. 교도소장 말이야. 문어 대가리에다 퉁퉁 불고 바닥에 붙어 다니는 주제에. 꼭 살찐 거머리 같이 생겼어. 너무 너무 깐깐해. 수학여행 갈 때도 명태들한테 우리 빽을 뒤지게 시켜서 다 터지게 만들고 말이야. 깡소주 몇 병 때문에 그래야 돼? 젠장. 어떤 좃만한 새끼는 뽕이랑 돼지 가지고 가서 했는데도 안 걸렸다던데 식혜 좀 깐 거 가지고. 식혜는 제대로 까지도 못 해서 아까워 죽겠어.... 가만. 오빠 뭐야! 자면 어떻해. 에이 씨팔! 오빠, 진짜 자?

나가 자는 척 한다. 그리곤 곧 피곤해서 잤으므로 아주 개뻥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아직 발랄한 걸 보니 포주랑 양아치들한테 아직 덜 먹힌 계집애인 모양이군. 돌림 빵을 많이 당했더라도 나가 상관할 생각은 없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다시 나는 김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퉷. 그깟 공중용 걸레, 못 만나면 어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 들기는 했다. 데자뷰 현상이다. 나가 아마 엇비슷한 얼굴을 어디선가 봤을 것이다. 인간이 지닌 얼굴 인식 능력은 지극히 엉성하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악을 쓰는 좆같은 종교들. 전생 따위는 없다. 따라서 후생도 없다. 미래는 없다. 오로지 ‘이곳 지금’만이 존재한다. 시궁창에 빠진 구더기들만이 우글거리는 ‘이곳 지금’만이 실존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추악한 구더기를 사랑하는 것은 극히 저열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모빠상 표현을 빌리자면, 한방울의 물에 잠겨 도는 이 돌덩어리에 있는 모든 것이 쓸데없다.

나에겐 나만이 중요했다.

훗. 뭐가 중요하다는 거냐. 자아란 객관적으로는 인과의 짜집기일 뿐인 주관스런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즉 자아란 없다. 따라서 나도 없다. 허무주의는 진보와 합리의 공동 극한이다. 따라서 허무주의는 지고의 선인 것. 나는 나가 없다는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선? 속이 메쓰꺼웠다.

투과 효과(Tunner Effect)여 일어나라! GBR(감마선 폭발체) 971214와 같이, 전 지구 핵폭탄보다 3자 1536해(3.1536E+24) 배나 억센 힘을 가진 우주선(Cosmic Ray)이 서로 부딪쳐야만 투과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투과 효과로 생기는 진짜 진공이 광속으로 우주를 덮칠 때 블랙홀마저 증발하여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진리. 절대 권력을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사람답게 비치도록 오판하게 만드는 절대 폭력이다. 세상이여 멸망하라!


몽상을 즐기는 동안 집에 돌아오자 그때까지 예상했던 일들이, 예상했음에도 당황과 불쾌를 주며 지나쳐간다.

하숙집을 구하고 그곳에 이사를 가고 안부를 받고 하는 일들이 들뜨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젠장. 본드 마시면 쾌감이나 있지. 이건 뭐야. 차멀미라니. 본드나 부탄 따위는 해본 적도 없다만. 해버릴까? 참자. 참아. 야리나 까야지. 나가 고딩 3년 때 그의 급우들 50명 가운데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라곤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소아마비에 눈이 노르끼리했던 아이 하나랑 심약한 짜씩 하나가 다였다. 청소년 가운데서 폐나 썩어드는 담배 피우는 말종들이 늘어난 까닭은, 사회가 점차 개방화되어가는데 학교는 여전히 먹통인 짜증난 현실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좆같은. 제길. 저주나 받아라.

매점 가서 군것질하고 오는 길에 학교 1층에 가보면, 학교가 감옥이라는 진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쇠창살이 쳐진 음악실, 과학실, 1층 교실들. 아으. 교도소 간수가 선생으로 행세하는 학교들이 정말 싫다.

백댄서를 꿈꾸는 한 형의 도움으로 이사짐을 모두 부린 나는 하숙방에 틀어박혀 야리를 까며 여러 생각을 해본다. 당장 해결할 것은 뭣보다도 직장이었다. 근방에 24시간 편의점이 있어 물어 보았었다.

-혹시 아르바이트 자리 있어요?

-다 찼어.

오라질 IMF! 이 체제에서 울 나라가 쨀 날이 언제나 오려나. 궁극적인 데로 사고를 돌려보면 IMF가 우리 나라 금융에 간섭하게 된 것도 폭력 사회 탓이지. 제기랄.

어떤 놈은 중딩 때 제 엄마가 재떨이를 치워 줬다든데 나는 그 정도 위치에까진 이르지 못했었다. 꽁초가 바닥에 널린다. 귀찮군. 노래기아냐. 돈벌레라고 좋아하지 말 일이다. 병균이나 옮겨대고 바퀴벌레 알이나 애벌레를 포식하는 우라질 벌레니까.

아직 아는 놈이 몇 명 없다. 사귀기만 하면 데려다가 식혜나 까고 코크나 마시며 폐인이 되어야지. 프랑스 놈들에 따르면 코크나 식혜나 해롭기론 똑같다며. 야리는 그 아래고. 웃기게도 마리화나가 그나마 덜 해롭다. 건강을 위해 마리화나를 물 대신 먹어야지. 독일에선 맥주를 물 대신에 먹는다니까 시시하기 짝 없는 일이다. 모든 건 권력이 지배하지. 식혜나 야리를 긍정하는 까닭은 그걸 하는 놈들이 마리화나를 하는 건강 염려증 환자들 보다 월등히 많다는 까닭 달랑 하나다. 주류 즉 다수야 말로, 제아무리 싸가지 없더라도 권력이다. 아니지. 권력은 본디 미쳐버린 존재. 나는 결코 다수가 될 수 없을 운명이지. 권력만을 지향하는 서울대엔 결코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

나가 방학 때마다 서울에 있는 호스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호서대 컴퓨터 게임 공학과에 다니는 친구를 떠올린다. 컴퓨터 게임을 예술이라고 굳게 믿는 나의 친구는, 예술가는 매음굴에나 어울릴 인격을 갖춰야 한다는 철학을 아울러 굳게 믿고 있었다.

언제 놀러 온다는데. 그 호스트바에 자리 없나. 뭐. 세상에서 제일 빠르고 낯짝에 철판 깐 아줌마들이 좆나 징글징글하게 군다지만 6개월에 열 밤쯤은 버틸 수 있겠지. 그 두껍고 무지막지한 하이힐을 내 오줌 구멍에다 처넣고는 살막대기를 꽉 쥐고 신나게 흔들어대는 짓거리만 안 한다면야 조금은 버틸 수 있겠지. 들어나 가나? 웬만하면 삐끼가 좋은데 그거나 실컷 알아봐야겠다. 쳇. 서울이나 부산도 아닌 이딴 촌구석에서?

방바닥이나 긁고 있으면 뭐하나. 나는 긁어 Family가 아니다. 나가 나가 보기로 한다. 어차피 폭력 사회에서 평생을 보낼 가능성이 짙은 운명. 폭력 사회에서 꼼짝없이 평생을 보내야 했던 지난 4만 년간의 모든 사람들에게 씁쓸한 경례를 보내며 나는 밖으로 나선다. 대체 폭력 사회 역사는 얼마나 되는 걸까? 불행하게 만들 바에야 다 자살할 것이지 왜 살아서 나를 싸지르는 결과가 생기도록 만든 거냐! 자살, 그 감미로운 충동. 하나의 가벼운 세포막에 지나지 않는, 생명 따위를 저버리는 의식적 행위의 표출. 나는 벽에다가 똥 문지를 정도로 늙어 문더라지기 전에 격렬한 자살을 할 것이다. 그때쯤엔 총기 소지가 불법이 아니겠지. 아키라!

우선 삐삐부터 때리자.

가까운 부츠에 가서 카드를 찔러넣는다. 부츠에 카드를 처넣을 때마다 나는 가벼운 쾌감을 느낀다. 강아지나 한 마리 사야겠군. 암컷으로. 두 구멍에다 박아야지. 개새끼도 신음하나? 그럼 좋지. 먼저 이빨이랑 성대를 떼어내 버려야한다. 하다가 싫증나면 머릴 쪼개서 피가 줄줄 흐르는 골을 숟가락으로 파먹어야 한다. 이미 고양이를 그렇게 결딴낸 바 있는 나다. 꼭 피에 절은 두부 같았고 먹을 만했다. 어떤 이는 이 세상 모든 걸 성적인 것으로 환원시켜 여겼다 한다. 카드 찌르는 건 콩까기. 드리블은 드리블. 덩크 슟은 격한 빠꾸리. 그렇다면 조상들은 모조리 정신병자들이었군. 음양론인지 뭔지는 보지와 자지의 꼬라지대로 이 세상 모든 게 이룩되어 있다는 지독한 환원론이자 이원론인데다 인간 중심 환상까지 겸한 좆같은 사상이다. 십자가니 불교의 만(卍)자니 나치스 깃발이니 같은 건 모조리 두 연놈이 콩 까는 걸 단순화시킨 거라지.

이 세상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지. 우주는 목숨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무엇을 위해 있는 게 아닌 그저 있는(Is) 것. Is라. 소리가 제법 이름 날린 룰플레잉 게임 Ys와 거의 같군. 그래. 어딘가에 하늘개비짱이 있어 세상을 이 꼴로 만들고는 판타지 룰플레잉 게임으로 취급하면서 클클대고 있을지 모르지.

기계음이 울린다.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잘 못 눌렀군. 단추들을 누른다. 나는 옛날부터 단추들 생긴 꼬라지가 젖꼭지와 엇비슷하다고 여겨왔다. 실제로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고 했을지도 모르지. 립스틱이나 쭈쭈 바 따위 디자인의 바탕이 좆이란 건 금새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이 세상 모든 립스틱이나 쭈쭈 바에 신경이 이어져 내 자지에 이어져 있다면 하루 진종일 침에 절어 살 수 있을 텐데 아깝다. 양성애자를 찬미하라! 그러나 그딴 기술 있으면 보나마나 권력자 새끼들이 얼씨구나하고 다 차지하겠지만. 그러면 파파라치들에 의해 그게 밝혀질 테고 요조숙녀라고 떠뜨는 숱한 창년들이 립스틱이나 쭈쭈 바를 버리겠지. 에라!

나의 손가락들이 버튼 위를 난다.

85140090.

방가!

-안녕.

나의 친구는 단란주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서대 게임 공학과에 다닌다는 그 녀석이다. 성은 박. 나와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3년 내내 CA 활동도 똑같은 문예부를 했고 2,3학년 때엔 같은 반이었다. 일본어랑 이과를 고른 덕택에 같은 반이 된 거였다. 나가 말한다.

-하하. 잘 만났다, 박성태.

-맞장 뜨려 왔냐? 나인호. 쨔쌰.

-새꺄. 여자 불러. 뭐하는 거야?

-안 돼.

박이 눈짓한다. 나가 알아챈다.

-또 시작이냐?

-드릴이 으뜸이지. 너 오늘 졸라 튀는데. 걸레 만나려고 무지 신경 쓴 모양이야. 태극기 티셔츠에 십자가 귀걸이에 염주 목걸이? 올빽이랑 등치랑 눈매만 아니면 짬뽕 종교인으로 몰리게 생기셨어.

-내가 187cm에 75kg 아니냐. 이 옷? 태극무늬란 건 십자가를 돌리다 보니 나온 거라고 하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어. 오오~~ 태극기여. 음양 이론을 바탕 삼아 그려졌도다. 태극도 팔괘도 음양이잖아. 고로 콩 까는 거야말로 세상이 바라는 거야. 태극은 돌아가는 모양이야. 돌아간다. 돌린다. 예쁜 계집앨 잡아서 보지에 주먹을 처넣으며 돌려 먹는 것도 태극으로 멋지게 상징할 수 있어. 때문에 태극기 티셔츠야. 애들끼리 돌려 먹곤 버리는 게 가장 재밌어.

-옛날에 후회했다는 그 일 말이냐? 그래도 별로 패지는 않았다며. 원식이한테 들었다.

-강간하려면 그 계집애도 홍콩 가게 해야지 다구리만 해서야 쓰겠냐? 합리성은 지켰지. 지금은 제대로 하는 걸 더 좋아하지만 말이야. 강간하는 건 힘없던 옛날에나 했던 거지.

박이 나를 멀거니 바라본다. 뭔가 물어 볼 게 있는 모양이다. 나가 선수쳐서 묻는다.

-원식이가 누구냐?

-업계로 간 중학교 동창이야.

-어디?

-서공. 꼴깍. 십자가는 옛날에 들어서 알고 있어. 염주 목걸이엔 또 무슨 개똥철학을 때려붙였냐? 넌 짜식이 지도 모르는 어지러운 야그를 존나게 해댄다니까. 감옥 다닐 때부터 그랬잖아. 너랑 짝 된 게 후회스릴 지경이다, 씨발.

-새끼가 개똥 철학 이라니. 이건 Sex스런 철학! 콩알. 한 줄로 엮인 음핵이나 불알이지 뭐긴 뭐냐. 하하하. 보지는 속살에 도톨한 돌기가 많이 있는 걸 으뜸으로 치는 법이지. 그것도 때려맞출 수 있겠군. 어차피 가치란 사람이 지 마음대로 부여하는 거야.

-야. 이제 많이 묵었냐? 실컷 먹어라. 주량 재는 거 잊지 마. 뻗으면 니가 다 뒤집어 써야 돼.

-땡전 한 푼 없냐?

-당근이지. 그게 더 재밌잖아.

갑자기 박이 일어선다. 혁띠에 손을 대더니 두리번두리번. 어쭈 폼 재냐.

-야, 째자!

나랑 박은 좆 빠지게 달린다. 다행스럽게도 술집 주인이나 웨이터나 삐끼에게 걸려들지 않았다. 나와 박은 한동안 뛰고는 목이 쉬도록 웃었다.


                                 [Bad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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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66] 성아(222.107) 09.02.21 48855 56
공지 문학 갤러리 이용 안내 [99] 운영자 08.01.17 24193 21
291063 음주운전 iced bond a(118.235) 09:02 9 0
291057 엘리베이터 검사기한은 작년이니 a(118.235) 07:42 9 0
291056 강원대 교수가 쉐보레 말리부 화이트 끌고 맨날 우리 동네 왔구나 a(118.235) 06:41 14 0
291055 염소가 싸이클링이라... a(61.73) 06:39 11 0
291054 강원대가 명예교수 들이밀며 제일 먼저 시작했니 a(61.73) 06:38 7 0
291053 염소도 실제 문제가 있었다는 건데... a(61.73) 06:09 8 0
291052 CL은 임상실험이고..그냥 인체실험이지 a(61.73) 06:03 9 0
291051 Red complex ->> self echo tell a(39.7) 05:45 8 0
291050 그죠? 원래 사람 있는 데서 어싱도 막 하면 안 돼 a(39.7) 05:32 9 0
291040 a야.. 문갤러(118.235) 05.21 25 0
291039 모든 것을 다 같다고 하는 때이니 앤젤라 베이비에서 까르륵, a(118.235) 05.21 13 0
291037 확실히 귀에 내가 스스로 이어플러그 꽂아 기압 안 맞으니 [1] a(39.7) 05.21 16 0
291035 궁금한 것은...우리 학교도 자대 50퍼센트 비율 맞춰 [56] a(39.7) 05.21 27 0
291034 이대 나노이온연구소는 대놓고 홈피주소zeus라 벼락 내렸다? a(39.7) 05.21 15 0
291033 이화여대 나노화학과에서 니네 얼굴 쏟아져나오는 건 둘째 a(39.7) 05.21 26 0
291032 스타일 바꿔 계속ㅡ 도 아이구 재미있으니까 각자 살자 a(39.7) 05.21 25 0
291031 저 아까 검사 새끼가? 그만하라고요? 그러고 탁 끊은 것이 a(39.7) 05.21 24 0
291030 오늘의 추천 시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35 0
291029 생각에 잠긴다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30 0
291028 ICQA 언니는 내ㅡ리 궁금했던 것이... [10] a(39.7) 05.21 25 0
291027 아니 지도교수님이 신경숙 좋다니까? 신경ㅡ숙? [9] a(39.7) 05.21 23 0
291026 모닝커피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31 0
291025 너 출신 학교 아우팅 하라 빙글빙글 웃고 다니죠 [16] a(39.7) 05.21 42 0
291024 아주경제 보훈 신춘문예라고 있던데 이것도 신춘문예냐? 등단 인정되나 문갤러(183.98) 05.21 21 0
291016 달을 팝니다 [2] 하남자(118.235) 05.21 69 1
291004 무신론자였을 때 쓴 소설 : 악마 개독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1 56 0
290995 노예 문갤러(39.115) 05.21 19 0
290994 "저기 미친년 지나간다. 장소에 따라 틀려 보여." a(39.7) 05.21 17 0
290992 한양대학교 나노생명공학과 a(39.7) 05.21 18 0
290991 컨셉이 구운몽이지 a(61.73) 05.21 21 0
290987 술 한 일주일 진탕 마셔서 니들 지랄 하는 때마다 반응하는 뇌 a(39.7) 05.21 19 0
290974 시 제목 좀 알려주셈ㅠ 문갤러(219.250) 05.21 35 0
290973 대학원 문창과 어디가 좋음? [1] 문갤러(180.64) 05.21 45 0
290972 요새 a 점점.. 문갤러(118.235) 05.21 37 0
290971 텃밭 만들었다 ㅇㅇ(59.25) 05.21 25 0
290970 아 이 지긋지긋한 뇌전증 증상 a(118.235) 05.20 24 0
290961 무신론 철학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22 0
290960 산을 나오려는 예언자에게 문갤러(211.234) 05.20 58 0
290959 애굽을 돌아나온 모세여!!! 문갤러(211.234) 05.20 34 0
290958 프랑스어 공부 34/100 일차 책주문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0 26 0
290957 또 뭘 돌려 남의 뇌를 a(118.235) 05.20 21 0
290956 음악도 일종 마약인 건 알겠는데...심박 두배수 만들며 듣는 건 a(118.235) 05.20 24 0
290955 전세 사기 핑계로 전세 품목 제한해...부동산 가격 잡았네 a(118.235) 05.20 35 0
290954 내가 정인을 사랑해도 이 정도 심박은 안 뛰겠다 a(118.235) 05.20 25 0
290953 전두환이 아웅산(월계관) 테러했으면 a(118.235) 05.20 21 0
290952 아...과기부가 융합연구 활성화계획은 세웠는데 [3] a(118.235) 05.20 37 0
290951 #뇌_임플란드 했다고...임플란트 역삼에서 했다 그랬다? a(118.235) 05.20 19 0
290950 정인 오르막길 하나 듣길... a(118.235) 05.20 3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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