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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유언모바일에서 작성

沙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6.18 19:24:19
조회 72 추천 0 댓글 1


K의 유언.


오늘 수 많은 기적이 일어났다.
난 아주 재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 부터 난 혼자였다. 누구도 내게 친구를 사귀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오랜 옛 시절부터 난 혼자였다. 그 누군가 나에게로 다가와서 내게 반갑게 인사를 했으면, 인사를 하는 법을 가르쳐 줬으면 난 혼자가 아니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난 혼자였다. 내가 자라나며, 내가 그 많은 책을 읽고 자아를 깨닳아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난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내 주위엔 적이 들어찼다. 수많은 적이 들어찼다. 나를 증오하는 것들 말이다. 나를 싫어하는 것들. 아니 생각해 보면 그들은 그런게 아니었다. 그들은 그런게 아니라 날 놀리고 싶어 했을 뿐이다. 증오하고 싫어하는건 나였다. 그래, 그들은 증오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처럼 나를 격높게 취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레 같은 것이었다. 자신들의 잔학성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거대한, 쉽게 죽지 않는 벌레. 난 그들이 싫었다. 증오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고 난 증오와 불호가 아무런 의미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깨달았을 때 부터 그들은 날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나보다 더 큰 문제에 부딪혔다.
그리고 난 어느새 청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 주위엔 적들 뿐이었다. 문제가 사라지고 난 뒤 적들은 나에 대해 시큰둥 해졌다. 그들은 이미 자라 어른이 돼었기에 더이상 벌레에게 관심이 없었다. 벌레, 변하지 않는 벌래. 난 쥐며느리같은 벌레였다. 나비가 되지 않는다. 벌이 되지도 않는다. 난 날개를 가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오늘이 되었다. 난 오늘 친구가 생겼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친구. 친구.친구. 친구. 친구가 말이다. 그건 정말 기적이라고 할 만했다. 기적. 내게 있어 영원히 기억될 만한 기적이었다. 그러나 난 알고 있다. 이 기적은 내일이면 깨진다. 내일이면 사라진다. 내일이 오면 소멸할 기적이다. 나를 아는 이는 많다. 나를 아는이는 없지만, 사실 많다. 나의 친구도 내일이면 나를 아는 자들 중 한명이 될 것이다. 난. 나는 이 놀랍고도 흥분스런 기적이 싫다. 증오한다. 난 알아냈다. 이 기적은 오늘 일어난 그 수많은 기적들 중 하나이고, 또한 기적의 탈을 쓴 저주라는것을. 난 이 놀라운 기적을 증오한다. 언제나 신들은 누구하나 날 사랑한적이 없다. 고로 내일이 되면 이 기적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오늘밤 난 뛰어내릴 것이다. 뛰어내려야지. 난 다시는 숨쉬지 않을 것이다. 영원토록 이곳을 떠날 것이다. 오늘밤 이후로, 그 수많은 신들이 모든 인간을 사랑하길 빌어본다. 그러나 그건 너무도 부질없는 소원이다.

/
이건 언제 쓴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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