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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 - 저물어가는 무렵모바일에서 작성

진돗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04 11:37:25
조회 310 추천 5 댓글 15

며칠 전 시청 직원들이 농장에 왔다. 도에 신청한 예산이 내려 왔단다. 보상협상에 임할 생각이 있느냐 물었다. 내 입장만 따지면 내키지 않지만 일단 응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예전에 책정됐던 보상 평가액이 적힌 서류를 보여준다. 거의 10년 전 자료인데, 젊은 담당자 말로는 거기서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든 액수다. 연 매출의 80%가 채 되지 않을 금액.

그 푼돈을 가지고 이 불경기에 장사를 할까. 아니면 이 나이에 새 직장을 구할까. 어느 쪽이든 나로서는 농장을 계속 하는 것에 비할 바가 못된다. 다만 관광지구에 냄새 피우며 남아서 손가락질 받는 게 싫을 뿐이다. 협상을 해주고 나가는 게 순리이지 싶은 마음이다.

헌데 이 젊은 담당자 태도가 웃긴다. 도에 요청한 예산이라 연말까지 협상이 안 되면 반납을 해야 된단다. 한 번 반납하면 다시 따오긴 힘들 거란다. 그러니 꼭 도장을 찍어야 될 거란다. 본격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선제압부터 하겠다는 심사인가. 그래서 슬쩍 협박성 발언을 던진 걸까.

어린 친구가 상황을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마지못해 하는 협상이다.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서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예산을 반납하고 계획이 틀어지면 자기들이야 문책을 당하겠지만, 한창 시세가 좋은 흐름에서 출하 대기 중인 돼지가 줄서 있는 마당에 내가 무엇이 급해 협상을 서두를까. 서두르면 돼지 처분 과정에서도 반드시 내 쪽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게다가 이 농장은 아버지가 평생 일구어놓은 작품이다. 그것이 얼마간의 돈으로 환산될 수 있을까. 내색은 안 하지만 아버지는 당신 인생의 적잖은 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그들에겐 일상적 행정업무의 하나에 불과하고 서류로만 감지되는 종류의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삶 전체의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다. 이 젊은 담당자는 자기 일이 그러한 일면에 맞닿아 있음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자기가 주는 것도 아니면서) 돈 몇 푼으로 생색내고 알량한 권위를 앞세우면 쉽게 갈 길도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단 걸 깨닫게 될 게다.

물론 나는 첫 대면에서 아무런 불만도 표현하지 않았다. 보상액에 대해서는 그들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다음에 입장을 밝히면 될 터이고, 그들의 웃기는 태도에 대해서도 이번보다 더 적절한 반격 타이밍이 반드시 올 테니까. 아마도 그들의 생각보단 장기전이 될 모양이니 나는 느긋하게 페이스를 조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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