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준하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마리텔 촬영에 임했는지도 모른다.

한 살 차이의 형이 마리텔에서 웃음 사망꾼의 낙인이 박혀버렸으니까.

준비도 많이 했다. 뒤에 XX박스로 이루어진 벽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마리텔의 포맷은 5명의 출연자가 전후반 합쳐 3시간동안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줘야 하는 하드코어(?)한 방송이다. 

박명수나 정준하같은 코미디언에게는 3시간 내내 재미를 줘야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였으리라.

박명수와 정준하의 다른 점이라면,

박명수는 곧 오는 연애대상을 목표로 여러 프로그램을 촬영하다가 그 중 마리텔이라는 지뢰를 건드린것이고, 

정준하는 박명수의 폭망을 보고 저기 가면 나도 저렇게 되겠지란 공포를 알고 피하다가 무도드림에 타의로 갔다는 것.

정준하가 촬영내내 초긴장과 예민했다는 것을 느낀 부분은 스탭에게 준비가 부족했다며 면박을 주거나 먹방이나 하라는 시청자의 요구는 흘려듣고 

전반에 더빙 컨텐츠에 주력한 부분이다. 이건 아마도 불통이라기보단 시청자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잘 한 것일 수도 있다. 

박명수가 자신이 준비했던 부분을 시청자의 [노잼]이라 하는 것을 수용하고 준비한 컨텐츠를 버린 바람에 30분이라는 시간이 남아버렸고 

전반전에 할 게 없어서 물먹방이나 2행시같은걸 하지 않았나. 무조건 적인 피드백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은결이 나올 때마다 이길 수 있는 이유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산할 수 있는 [마술]이라는 컨텐츠를 중점으로 두되,

소통은 최소한으로 하며 스무스하게 넘기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에게 휘둘리는게 아닌, 시청자를 휘어잡고 있으니까.

마리텔 본방 시스템은, 최대 참가 인원이 500명이라는 것과 출연자에 대한 비방은 철저히 통제되어있다. 

그에 대비한 정준하 본방 내 MBC 스탭이 10명 이상인 이유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예상하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는거다. 물론 노잼얘기는 막진 못했지만...

[재미없다. 딴거 해라]등은 비난이 아니라 의견이 될 수 있기에 별 말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종종 정준하가 채팅창을 보면서 [재미없다], [마이리틀 장례식장]이라는 챗을 읽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전후반 방송의 평가가 어땠는지는 짐작이 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정준하의 시청자 수는 최대 [6만]이라는 다른 출연자를 완전히 압도하는 성적을 내었다. 

아마도 마리텔을 웃음장례식때 처음 알게 되고 무도드림에서 정준하를 낙찰해가는 것을 보고 정준하방을 온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박명수가 [웃음 사망꾼]이라는 낙인이 새겨지며, 마리텔이라면 치를 떠는 기믹이 생긴 까닭은 박명수의 경우 

무도 시청자들이 [박명수가 마리텔에 간다]는 것을 몰랐기에 평소 마리텔을 본방과 녹방을 보던 팟수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준하의 경우 웃음 장례식과 무도드림을 통해 마리텔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며 마리텔에 500만에 팔려가는 것을 봤으니까 

마리텔에서 무엇을 하는지 호기심에 오는 사람들로 인해 그런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까.

이번 MLT-16 에서 아쉬운 점이 뭐냐면, 트와이스나 정준하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김구라-허구연-유희관의 야구썰, 빅마마 이혜정의 요리, 한혜연의 패션지도는 재미있었지만 결국 2등, 5등, 4등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

팬덤으로 시청자 순위가 결정되는 것 같은 느낌은 다시금 마리텔을 위기상황으로 몰고 있지 않나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가수나 복면가왕처럼 다수의 방청객과 패널이 결정하는 것처럼 만들기에는

시청하는 시청자 통계로 순위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통제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뭐, 마리텔은 2주간의 편집본으로 승부를 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순위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녹방에서 비춰지는 출연자들은 대부분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도도 마찬가지다. 재미를 뽑기 위해 예능프로가 많은 시간동안 촬영을 하는지 알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정준하가 또 고통받을 것이 뭐냐면, 이번 1위로 인해 [왕중왕전]이라는 특집에 또 와서 해야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