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모델을 기용한 광고의 노선은 대체로 전자를 겨냥하게 마련. 스타를 제품의 대변자로 가능하면 멋지게 포장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발화점으로 삼으려 한다.

한편으로는 스타에 대해 고까워하는 이중 심리의 개입을 어떻게 막을까를 고민하고, 스타의 이름값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줄기차게 모색하면서 말이다.

이같은 광고의 숙제를 푸는 유용한 테마로 최근 ‘스타의 착각’이 부상했다. 멋진 껍데기를 벗은 스타의 맨 얼굴 및 굴욕이 인터넷 등에서 놀이의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광고도 스타를 아예 광장에 내놓고 창피를 주는 데 동참했다. 스타가 ‘북치고 장구 치듯’ 알아서 무안을 당하는 반전 스토리로 스타에 대한 환상과 파괴의 모순된 욕망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GM대우의 \'마티즈\' 광고

GM대우의 ‘마티즈’ 광고와 ‘코카콜라 제로’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우선 김태희의 굴욕, 착각, 복수 등 3편의 에피소드를 다룬 ‘마티즈’ CF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CF는 2007년 현 시점, 가장 눈에 띄는 활약상을 전개중인 CF스타 김태희를 모델로 영입하면서 전속모델과 제품을 동일시하는 공식을 일단 깼다. CF 속 김태희는 액면 그대로 유명스타일 뿐이며, 오히려 마티즈와 비교를 당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착각’ 편에서 김태희는 길가에 주차된 마티즈를 보고 반해 차에 기대 포즈를 취하는 등 자기 세계에 도취해 있다가 낭패를 본다. 차를 들여다보는 그의 얼굴에 마티즈의 운전자인 남성은 워셔액을 뿌려 와이퍼를 작동시키는가 하면 창문을 닦으라고 수건까지 건넨다. 그 수건이 자신을 위한 남성의 배려인 줄 알고 ‘착각’하는 김태희의 모습은 가학적인 재미마저 살포시 자극하며 웃음을 준다.

‘굴욕’ 편에서는 한껏 근사하게 차려입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김태희가 단지 부츠가 더럽다는 이유로 마티즈의 운전자에게 딱지를 맞는 스토리로 김태희 망신주기의 점입가경을 보여준다. 두 광고를 장식하는 내레이션도 ‘위트와 얄미움’으로 가득하다. 마티즈의 운전자를 화자로 내세워 ‘김태희는 실물이 더 예뻤고, 나는 내 갈 길을 갔다’(‘착각’ 편), ‘김태희는 백마 탄 왕자님이 필요했고, 나는 내 갈 길을 갔다’(‘굴욕’ 편) 등을 야멸차게 내뱉으며 김태희보다 마티즈가 더 소중함을 드러낸다.

‘코카콜라 제로’ CF의 에릭 역시 레코드점에서 자신에게 섹시한 몸짓으로 다가오는 여성에 대해 ‘너도 나한테 반했니?’ 식의 착각을 표시했다가 그 여성이 에릭 옆에 있는 ‘코라콜라 제로’를 탐냈을 뿐이라는 반전의 진실로 인해 멋쩍은 웃음을 머금고 만다는 설정으로 콜라보다 매력 없는 남자 역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다.

두 CF는 일단 김태희나 에릭이 시청자의 인식에 매혹적인 선망의 스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다. 광고에서 김태희와 에릭이 제품에 비교된다고 해서 그들의 스타성이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비교될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의미로서 오히려 그들의 위상을 강조하는 거울이 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의 굴욕과 착각은 귀여운 유머로 전환돼 모델의 다양한 재능과 표정을 엿보고 친근감도 돋우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게 대할 것이라는 스타의 심리에 그것은 착각이라며 통렬한 한 방을 날린 두 광고는 단순한 ‘스타 망가뜨리기’ 이상의 신선한 쾌감까지 견인한다. ‘가차없는 말 공격’이 유행인 시류에도 잘 부합하며 스타 모델과 브랜드 모두에 대해 환기(喚起)의 효과를 발휘하는 영리한 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