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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갤문학] 습씅작앱에서 작성

취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3.17 2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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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승희 선배를 처음 보게 된 건 서울로 상경하면서부터였다. 적당한 가격의 원룸을 알게 되고 들어오면서, 짐정리를 막 마치고 배달로 짜장면을 시켜먹은 다음 그 빈 그릇을 바깥으로 내어놓을 때였다. 아직 입학식도, 오티도 새터도 하지 않았던 터라 혈혈단신으로 덩그러니 서울에 떨어진 입장이었던터라 혼자 계단참에 앉아서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학교까지는 좀 걸어가야하는 거리가 있는, 달동네 느낌이 물씬 풍기고 길도 꼬불꼬불하니 복잡한 동네이기는 했지만 나름 자리를 잡게 된 자취방은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혼자 살 곳이라기엔 깔끔하고, 옥탑에 평상도 있어 나중에 친구들을 불러와 대작을 해도 괜찮을 법한 장소였다.

그렇게 혼자 멍하니 계단참에 앉아서 동네구경을 하고 있을 때, 이층으로 자박자박 걸어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두컴컴하게 땅거미가 깔리면서 제법 근사한 야경을 보던 나는 무심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그때 당시엔 아직 조금 쌀쌀한 날씨 탓이었는지, 두터운 패딩점퍼에 파묻혀서 모자까지 뒤집어쓰고는 약간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걸어올라오는 사람이 보였다.

뒤뚱거리듯 비틀거리면서 걸어올라오던 여자가 그 자리에 멈춰서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턱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택배 올게 있었나아.."
"아, 저…… 밑에 반지하층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아항. 주인아줌마가 말씀해주셨긴 했는데. 그렇구나아. 몇살이에요?"
"이제 스무살…이에요."
"에, 완전 병아리네. 헤헤. 어떤학교?"
"아, 저…… 덕송대요. 이번 행정과 16학번……"
"…어, 진짜아? 우와아. 반가워! 난 15학번이야! 우와. 이거도 진짜 우연이네. 밥 먹었어?"
"네. 이미 먹었는데요…"

그러자, 쓰고 있던 패딩점퍼의 모자를 벗으며 여자가 에이, 하고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모자를 벗자 갈색으로 염색한 생머리가 와르르 쏟아지듯 흘러내렸다. 그제야 살짝 가려져 있던 얼굴이 가로등 불빛에 비쳐 눈에 들어왔다. 노란 조명에도 뽀얀 피부에 통통하게 붙은 젖살이 인상적인 외꺼풀의 눈이 귀염성을 더욱 배가시켰다.

모자를 벗고는 푸푸거리며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여자가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내 이름은 현승희야! 여기서 자취하게 된 거야?"
"아, 네. 집이 지방이라서요."
"헤에. 그렇구나. 아, 혹시 치킨 좋아해?"
"네? 치킨이요? 아, 네……"
"그럼 입주기념으로 내가 야식으로 치킨 살게!"
"네? 괜찮은데…"
"에이. 야! 선배님이 사주시는건데 그냥 받는 셈 치고!"
"……어. 그래도."
"됐어됐어. 근데, 너 이름은 뭐야?"
"권민서라고 합니다. 근데…"
"네. 후라이드 하나하고 양념 하나요! 맥주요? 어… 민서? 너 맥주 마실래?"
"아, 아뇨. 술은 괜찮은데…"
"에이. 알겠어. 그럼 콜라 하나만 같이요. 네. 네에~"

도저히 승희선배의 그 페이스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혼자 신나게 주문을 하고는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코밑을 훌쩍 문질러 닦고는 입을 열어서 재잘거렸다.

"근데, 민서는 어디서 왔어? 지방이라고 했지. 사투리는 없는거 같은데?"
"저…… 경기도에요. 철원이라서 통학이 힘들어서…"
"에이. 거기가 무슨 지방이야 경기도면 수도권이지. 아, 나 잠깐만. 가방만 벗고 올게! 위에 평상에 올라가서 앉아있어!"

승희선배는 후닥닥 방으로 달려들어가서는 이내 가방만 벗어놓고는 그 노란색 패딩 그대로 입고 달려나왔다. 마치 병아리같은 그 귀여운 모습에 목끝까지 무의식적으로 귀엽다, 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애써 삼킨 다음 입술을 우물거렸다.

"뭐야? 왜 아직도 안올라갔어. 자자. 빨리 가자. 이거 받고."
"네? 어……"

선배가 내 손에 쥐여준 것은 맥주 두어캔이었다. 이럴거면 뭐하려고 치킨 시킬때 맥주를 물어본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여튼 얼떨결에 그 맥주를 받아들고는 옥상으로 따라서 올라갔다.

이미 승희선배는 어디서 났는지, 평상에 분홍색의 방석을 깔고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몸을 기우뚱거리며 오뚜기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앉아, 앉아. 자기 앞을 연신 손바닥으로 탁탁 내려치면서 앉으라고 권하는 그 적극적인 권유에 약간 떨떠름하기는 하지만 그 앞에 앉자, 내 손에 들려있던 맥주를 한 캔 쏙 뺏어가더니 뚜껑을 까고는 혼자 꼴깍꼴깍 들이켜버렸다.

"크으, 추워!"

그러게요. 날씨도 쌀쌀한데 얼음장처럼 차가운 맥주를 그렇게 당당하게 들이키시다니. 나는 약간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해맑은 승희 선배에 표정에 차마 뭐라고 타박을 날릴 수는 없었다. 내 뻘쭘한 표정을 목격한 것인지 선배는 환하게 웃는 낯으로 헤헤거리며 말했다.

"나, 이런거 꼭 생각해봤거든! 후배랑 이렇게 평상에 올라오면 이런거저런거 해서 먹는거."
"아……"

보통 그런걸 한다고 함은 여자후배랑 하는 걸 말한 것이 아닐까 싶기는 했지만 일단 너무 좋아하는 것 같으니 뭐라고 하기가 좀 그랬다.

방실방실 웃는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수험생활 이야기, 처음 자취를 하게 되면서의 소감이야기, 또 앞으로 캠퍼스에서 있을 일들, 그리고 마지막의 화룡정점은 연애 이야기였다.

"민서는 여자친구 있어?"
"슬프게도 없어요.."
"우, 나도 없는데. 괜찮아! 쏠로니까 아름다운 거지!"

어째 벌써 취기가 도는 건지, 아니면 추운 건지, 하얗고 토실하던 뺨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승희선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헤실헤실 웃으면서 그 작은 두 손으로 맥주캔을 꽉 잡고는 홀짝 고개를 젖혀서 뒤로 넘기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유난히 맥주캔이 크게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치킨이 배달로 도착했고, 나도 갑자기 허기가 돌아서 열심히 치킨을 들고 뜯었다. 그리고 그러는 중에, 뜻밖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어, 뭐야. 민서야. 너 다리 안먹어?"
"아, 저 퍽퍽살이 더 좋아서요……"
"크히히. 퍽퍽살이래. 여튼 그러면 내가 먹는다!"

덥석 닭다리를 움켜잡고는 연골 부분을 먼저 한 입 크게 베어물어서는 손잡이처럼 만들어 그 부분을 잡고 야무지게 와구와구 뜯어먹었다.

두 마리라는 양이 무색하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많았던 닭이 사라져 버렸고 승희선배가 야금야금 가져온 맥주캔도 서너개는 비어서 널브러져 있었다. 포만감인지, 취기 때문인지 가만히 앉아서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선배를 보고 나는 깨워서 들어가서 자라고 했고, 그 때 선배는 배시시 미소를 짓더니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방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게 선배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 * *



종종 오며가며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조금은 친숙한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쯤, 입학엠티가 있었다.

같은 과 동기들과, 선배들까지 이리저리 끼어서 가는 친목이 판치는 술판이 될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너무 정확하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것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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씅희 주연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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