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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감상) 3. 비문과 공주

일라둘(218.235) 2014.09.13 11:00:54
조회 661 추천 13 댓글 5
														

비문의 공간 - 시험

  비문의 수련과정은 시험의 세계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의지인. 원래 시험이란게 어떤 자격을 갖추는데 필요한 의지와 노력을 검증하기 위해서죠. 사람의 능력이란게 다양한 특성들이 있는 거고, 그래서 사람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합리해 보이는 방식도 있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조건은 재능이나 개인의 환경에 따라 편차기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시험을 통해 얻게 될 결과가 클수록 그 시험 자체가 악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그러나 비문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견뎌 낼 개인의 힘을 검증하는(그렇다고 가정되는) 이상적인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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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문은 더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기회의 공간입니다. 똘대 성님처럼 그 꿈이 따뜻한 잠자리와 뜨신 밥이라거나, 망구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서거나 무엇이든 간에, 그 사람들이 공정한 절차로 자신이 공동체에서 쓸모 있는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태자는 이런 비문의 책임자로서 자기의 역할을 합니다. 백제를 위해 필요한 사람을 찾고 키우는 것이죠. (물론 비유이긴 하지만) 비문의 시험은 굉장히 잔인합니다. 그래서 냉혹하단 비난을 들을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태자는 최선의 정의를 추구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이 유의미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힘겨워하는 설난이에게 가장 필요한 동기를 부여해줍니다. 설난의 다친 손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감싸며, 네가 비문이 된다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리라 약속하지요(거기다 자신의 매력을 이용할 줄도 아는 당신이란 나쁜 남자). 

이로써 설난이가 동생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의지로 삼아 변화의 과정을 견디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합니다. (그런데 낭떠러지에서 설난이 구해줬을 때 보답으로 바란 것이 비문이 되고자 한 것인데, 태자는 설난을 비문 입구에 데려다 줬군요. 여러모로 신경을 쓰긴 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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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와 자신을 함께 위하는 일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 한 개인이 오롯이 자신을 희생한다면, 우리는 그 개인을 존경하죠. 그러나 설난이는 개인적인(동생을 구해야겠단 목표가 '이기적'인 건 아니지만 설난 자신의 문제이니까) 동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태자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설난에게 맥 문신을 새기며, 머리 속에 동생 밖에 없는 너에게 충성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요. 설난이는 그래서 존경이 아니라 사랑스런 사람입니다. 소중한 것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할 줄 알기에 사랑스럽지요. (태자도 폐하에게 '그 아이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더이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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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통을 겪어내고 새로운 힘을 얻어, 설난은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 미래가 당연히 준비한 딱 그만큼만의 시련을 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설난은 새로운 과업을 시작할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더해서 사랑도 )



공주가 되기, 공주로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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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까진 설희가 진정 가족들의 사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동생 이야기인양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니, 사랑받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다른 가족들의 희생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자신의 못되(쳐)먹음을 알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자기가 불쌍하다 하더군요. 

 

 설희는 자신의 소중한 일부를 버리는(볼드모트..), 무서운 선택들을 해왔고, 그 과거를 절대로 속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타인을 행복을 저버리는 것을 스스로 혐오스러워 하는 듯 해보입니다. 그래서 더 큰 거짓으로 자신의 거짓을 덮으려 하지요.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과거를 떼어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혐오는 더욱 커지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쌍하다 생각하며 가진 것을 놓지 못합니다. 왜 나는 아등바등해야 갖고 싶은 걸 가질 수 있는 불쌍한 운명이어야 하냐고 절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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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희의 자존심은, 야심은 그런 불안에서 기인하는 듯합니다. 공주로서 불안한 존재근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집착은,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 대한 증오로 발전합니다. 공동체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자신을 위협하는 적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미숙한 음모를 꾸미지요. 이것은 내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대를 공격합니다. 설희 자신의 말처럼 비녀 하나 달랑 들고 온 공주가 어떤 음모를 꾸밀 수 있겠습니까. 또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생을 이용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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