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스템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메모리 안전성을 무기로 '러스트(Rust)'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C/C++가 지배하던 영역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리눅스 커널에까지 도입될 정도로 그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시스템'을 만드는 여정에는 러스트와는 다른 철학을 가진, 매우 강력하고 오랜 역사를 지닌 도구도 존재합니다. 바로 '에이다(Ada)'와, 그 정적 분석 도구인 '스파크(SPARK)'입니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의 우월성을 논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두 언어가 '안전성(Safety)'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어떻게 서로 다른 철학과 방식으로 달성하는지, 그 차이점을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기술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핵심 철학 (Core Philosophy)

Rust: "실수를 방지한다"

개발자가 흔히 저지르는 메모리 관련 실수를 컴파일러가 원천적으로 막아, 누구나 안전한 코드를 작성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Ada / SPARK: "오류가 없음을 증명한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을 위해, 코드의 동작이 명세에 따라 정확함을 수학적으로 증명(SPARK)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안전성 보장 방식 (Safety Guarantee Mechanism)

Rust: 소유권(Ownership), 빌림(Borrowing), 라이프타임(Lifetime)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컴파일러가 메모리 접근 규칙을 강제하여 런타임 에러를 사전에 방지합니다.

Ada / SPARK: 강력한 정적 타입 시스템, 계약 기반 설계(Pre/Post-conditions), 런타임 검사를 기본으로 합니다. SPARK는 한발 더 나아가 코드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증명(Formal Verification)하여 특정 종류의 런타임 에러가 '없음'을 보장합니다.

동시성 모델 (Concurrency Model)

Rust: 소유권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경쟁(Data Race)을 컴파일 타임에 원천적으로 방지합니다. 이를 "두려움 없는 동시성(Fearless Concurrency)"이라고 부릅니다.

Ada: 언어 자체에 태스크(Task), 보호 객체(Protected Objects), 랑데부(Rendezvous) 등 고수준의 동시성 모델이 내장되어 있어, 작업 간의 상호작용을 명확하고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주요 사용 분야 (Primary Use Cases)

Rust: 웹 백엔드, 시스템 유틸리티, 블록체인, 게임 엔진, 그리고 점차 리눅스 커널 드라이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습니다.

Ada / SPARK: 항공우주, 국방, 철도, 의료, 원자력 등 극도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안전 최우선(Safety-Critical)'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자입니다.

생태계 및 커뮤니티 (Ecosystem and Community)

Rust: 매우 활발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Cargo를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툴체인을 자랑합니다. 웹 개발자 등 다양한 배경의 커뮤니티 구성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Ada: 상대적으로 작고 보수적이며,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Alire와 같은 현대적 툴이 등장하며 발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결론: 다른 문제, 다른 해법

두 언어의 차이는 마치 잘 만들어진 '안전모'와 '우주 헬멧'의 차이와 같습니다.

러스트는 일반적인 건설 현장에서 개발자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위험(메모리 버그)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주는, 매우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안전모'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Ada/SPARK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우주 공간에서의 작업을 위해, 산소 공급부터 통신, 충격 방지까지 모든 것이 수학적으로 검증된 '우주 헬멧'입니다. '안전'을 넘어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떤 도구가 더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떤 '신뢰도' 수준을 요구하는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뿐입니다. 이 비교가 기술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