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내 손목을 잡고 끌고가려고 했다. 내가 오빠라고 부르고 반말까지 한 걸 보면 꽤나 가까운 사이 같다. 가까운 사이인데 왜 내가 저항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싫다고 하면서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나보고 너도 좋으면서 왜 그러냐고 개소리를 지껄이길래 더 짜증나서 빽빽 소리질렀다. 다들 그냥 지나가는데 선배가 와서 구해줬다.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나보고 아무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런 거 아니라고 했더니 나더러 걸레년이라고 욕했다. 어쩐지 빨리 대주더라니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뒤돌아 다시 길을 지나갔다. 쫓아가서 어퍼컷을 날려주고 싶었는데 참았다. '사귀고 있을 때도 어퍼컷을 날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아직도 생각 안하고 말 내뱉냐 개새끼야……' 하고 생각하면서 잠에서 깼다. 깨고 나니까 왠지 기분이 더러워져서 속도감 있는 책을 집었다. 1Q84 1권을 집어 한시간동안 절반을 읽고 나서 나머지 절반은 남겨 둔 채로 가네시로 가즈키의 레벌루션 no.0 를 읽었다. 그러고 났더니 웃을 여유가 생겨서 한참 웃었다. 그렇게 욕해주고 싶었는데 꿈에서도 못한 게 아쉬워서 웃었다. 다음에 또 꿈에 나오면 그땐 진짜로 때려 주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