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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건줄 알았는데

심갤러(203.212) 2024.03.25 02:03:18
조회 92 추천 0 댓글 7

문득 돌이켜보니 나는 사실 게임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나는 승리에 목말라있던 거였어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으면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쁨만 강렬하게 느끼는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인스턴트하게 승리와 패배를 계속해서 반복시켜주는 게임에 중독됐던 거야

그러면서도 승부욕 자체가 강한 건 아니지 

모험하는 것을 꺼리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심한 안정지향적인 성격 또한 갖고 있어서

이기기 힘든 거엔 도전하지 않고 쉽게 이길 수 있는 것, 만만한 상대하고만 게임을 하고

그러니까 나는 분명 만만하다고, 쉽다고 생각하는 건데 져버렸을 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

승부욕을 강약약강으로 갖네


어릴 땐 대부분 내가 이기는 게 많았는데

점점 성장하면서 경쟁 속에서 내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은 줄어만 가고

그러면서도 더 노력해서 승리를 얻을 생각은 않고 그냥 쉽게 이길 수 있는 것만을 찾고 그런 것만을 지향하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린건가


인스턴트한 승리에 절여져버린 지금의 정신 상태로는 바로 눈앞에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면

한줌의 의욕조차 가지기가 힘들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진취적인 노력을 행하는 거지?

관념적으로, 추상적으로 떠오르는 경쟁의 상대들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실재하는 경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무수한 타인과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텍스트로는 분명 알고 있지만

정말 무언가와 경쟁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보다 모든 면에서 아주 약간 뒤떨어지는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과 모든 면에서 경쟁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는 나보다 잘난 사람을 따라잡고, 제치는 것을 즐기지 않아

나는 나보다 못난 사람에게 서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과시하는 것을 즐겨

나는 나보다 모든 면에서 잘난 사람이 뭘해도 좋아지지가 않아

나는 나보다 못난 사람이 좋지만

어쩌면 나는 나보다 못난 사람들을 줄곧 무시해왔을지도 몰라

나보다 잘난 사람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야 있지만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나보다 못하다고 느낀 사람들 뿐이다

정확히는 그렇게 명확하게 규정짓고서 관계를 형성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해왔을지도


비대해진 자의식을 고치기는 커녕

비대해진 자의식이 상처입는 게 두려워서

열등감을 느끼는 나를 혐오하기 싫어서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거부해버리는 상태


그냥 아무 감정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아무 욕구가 없는 인간이 되고 싶다

누군가는 성욕을 자신을 바꾸는 동기로 사용하고

누구는 야욕을 발휘해서 성장하고 성공하고

누구는 승부욕을

누구는 성취욕을

누구는 인정욕을

사람들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나름의 욕구를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해서 나름대로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그냥 썩어가고 있다

그럴바에야 아무 욕구가 없으면 차라리 좋을걸

차라리 그랬으면 나를 덜 혐오할 수 있을텐데

나는 성욕을 느끼는 나를 혐오하고

나는 승부욕에 집착하는 나를 혐오하고

나는 인정욕을 느끼면서도 아닌 척하는 나를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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