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성우 이야기 (2)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8.02 00:12:45
조회 570 추천 1 댓글 2




1. 성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그리고 동시에 전설이 된 커플 - 정경애 and 장세준(중)



10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개성파 목소리

이번엔 앞서 소개한 정경애 선생님의 부군이신 장세준 선생님에 대해 추억해보죠.
앞 편에서 밝혔듯, 사고 당시 매스컴에 보도된 내용을 보자면 장세준 선생님은 함께 변을 당한 정경애 선생님에 다소 묻힌 듯한 느낌입니다. 당시 부산일보의 신문기사엔 정경애 선생님의 이름만 제목에 나와 있으며 내용도 거의 이 분에 대한 것이고 반면에 장세준 선생님에 대해선 하단에 \'남편이자 성우인 장세준 씨도 함께 변을 당했다\'라고 짤막히 기술돼 있죠. KBS의 관련 방송에서는 당시 훌륭한 자연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을 유작으로 남긴 정경애 선생님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지만 장세준 선생님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경애 선생님 못지 않게, 장세준 선생님 역시 성우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인 것은 분명합니다. 적어도 당시 언론보도의 비중만 놓고서 장세준 선생님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죠. 두 분의 공적에 우열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내외가 모두 빛나는 분들이었으니까요.  
아카데미 다닐 적, 야간 수업이 끝나면 수강생들끼리 여의도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에 안주 접시 하나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기 행사였습니다. 저도 술은 못하지만 그 분위기가 좋아 함께 휩쓸려 있곤 했죠.
수강생들끼리 성우 분들 이야기가 나오면 주요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선배님들이 누구냐.
물론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 이야기가 가장 많죠. 제가 정식 수료때 만난 여섯 분 중 성우는 고은정 선생님과 최수민 선생님, 그리고 성선녀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강수진 선생님이나 이용신 선생님 등 활발히 활동 중인 전성기의 선배들이 대개. 헌데 특이하게도 이미 작고한지 10여년이 가까웠던(당시) 장세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베테랑 지망생은 그 분에 대해 \'그 분이 세명의 후배를 먹여 살렸다\'고 발언했습니다. 만약 이 분이 생존하고 있었다면 김승준, 김일 선생님(한 분은 기억이 가물가물)은 자기 영역을 못 찾고 가려졌을 거라는 충격적인 발언이었죠. 현재 명연기자로 자리잡은 세 사람 분의 몫을 이 분 혼자 맡고 남을 정도로 괴물급 성우였다는 평가입니다. 
전 장세준 선생님 못지않게 그 분이 생존했을 경우 밥그릇을 뺐겼을 거라는 세 연기자 역시 경애하던 선배님이던터라 그 말에 동의할 순 없었습니다. 그 분과 같은 코드의 목소리라는 설명도 조금은 무리라고 생각했고 말이죠. 물론 그 중 김일 선생님의 목소리가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그 역시 비슷하다는 정도지 꼭 닮았다는 정도라고는 느껴지지 않고 말이죠.
확실한 것은 수년이 흘렀어도 사람들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혹은 다른 후배 성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이미지가 계속 이어질 정도로 너무나 임팩트 있고 개성적인 목소리의 소유자라는 것. 그리고 그 만큼 영향력 있는 \'대성우\'의 후보자였다는 것. (어쩜 이미 대성우 반열에 올랐는지도)
그리고, 일찍 돌아가신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



코믹 연기의 대부

이름이 나오자마자 팬들이 곧바로 웃음보를 터트릴 수 있는 성우라면 누가 있을까요. 아마도 현란한 스피드와 악센트를 지닌 이인성 선생님을 떠올리는 분이 많겠지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 올드 팬들은 장세준 선생님의 이름을 떠올릴 겁니다. 
현재 위력을 떨치는 미국 드라마. 하지만 80년대에도 미국 드라마는 공중파를 통해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 성우들의 인기도 함께 했습니다. 양지운 선생님 하면 600만불의 사나이가 떠오르고, 맥가이버 하면 배한성 선생님이죠.
하지만 다소 성인취향이던 위의 작품과 달리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홈드라마 중에서 으뜸을 찾으라면?
80년대 KBS의 일요일 아침에는 정말이지 대단한 시트콤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192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정서가 다른 한국에서도 제대로 먹혀들었던 전설의 시츄에이션 코미디.
아시죠? 코스비 가족 만세.
흑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선 정말이지 귀에 쏙쏙 들어가는 매력적인 목소리가 함께 했죠. 아버지역의 김병관 선생님이나, 어머니 역의 김성희 선생님. 귀여운 꼬마악동의 김수경 선생님과 그리고 이 분. 장남 역의 장세준 선생님.
김병관 선생님이 익살스럽게 리듬을 타면, 김성희 선생님이 정말 웃겨서 못 참겠다는 듯 웃음을 연달아 터트리면서 시청자를 웃깁니다. 시니컬한 김수경 선생님의 목소리가 애어른 특유의 코믹함을 보여주면 장세준 선생님이 지원 사격에 나서죠. 랩을 하듯 빠른 목소리, 하지만 또박또박 떨어지는 목소리로 감탄사와 궤변에 가까운 설득을 쉴 새 없이 이어가면 시청자는 웃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에디머피나 머니토크의 그 흑인배우를 연기한 이인성 선생님과 닮았으면서도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또다른 흑인의 코믹한 목소리였죠. 슬랩스틱 코미디 없이 배우들의 얼굴연기와 성우들의 목소리만으로 세련된 고급 코미디가 탄생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김일 선생님(확실히 두 분 목소리가 닮긴 닮은 모양)이 이어받은 성룡의 전담 성우 자리가 원래 이 분 거라는 걸 봐도 코믹 연기가 천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액션 연기 배우 이전에 코믹 연기가 주무기인 성룡의 목소리 연기는 절대 쉽지 않은 역할인데 말이죠.
90년대 인기를 끈 돌연변이 닌자거북이의 비디오판에서도 이 분은 레오나르도의 역할을 맡아 웃기는 거북이를 연기했습니다. 흑인이든, 근육파 동양인이든, 돌연변이 미국 물 먹은 거북이든 다 어울리는 다국적 코미디의 대표자였다고 해야겠죠. 



풍부한 감정을 다양하게 쏟아내는 청년의 교과서

80년을 전후해 태어난 세대에겐 영웅 5인조가 있습니다.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의 그 다섯 젊은이 말이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5인조가 아니라 10인조 입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일본 배우 다섯과, 그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한국 성우 다섯, 합쳐서 10인조죠.
여기서 장세준 선생님은 블루 후뢰시 붕으로 활약합니다. 팀의 무드메이커인 이 친구는 이 5인조 중에서도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특히나 많았던 청년입니다. 캐릭터 자체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희노애락의 풍부한 감정을 다 드러내는 백화점식 감성의 소유자거든요.
때로는 확실하게 망가지면서 웃겨주고, 때론 가족의 애틋함을 느끼며 따스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 12편 첫 에피소드는 단연 다섯손가락에 들만한 작품인데, 전투 도중 절벽에서 떨어져 우연히 산장 아주머니에게 구조된 붕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그와 꼭 닮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그를 구조해내고, 아들의 방, 아들의 침대에, 아들의 잠옷을 입혀 간호하다 두 사람은 끊어져 있던 모자의 사랑을 느낍니다. 친구들을 도우러 가야 한다는 붕에게 손찌검을 하면서까지 만류하는 아주머니와, 거기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는 붕의 심리연기를 보다가 어지간한 성인 취향의 공중파 드라마보다 훨 낫다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일까요? 완치된 붕이 위기에 빠진 동료들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에서 장세준 선생님이 "기다려, 모두들! 내가 지금 간다!" 하고 외치는 독백은 압권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눈물 흘릴 줄 알고, 아픈 표정 짓다가도 웃는 이 청년의 목소리에 이 분은 싱크로율이 400퍼센트를 넘었다고 평가 내리는 바입니다.



또 글이 길어지네요. 여기서 잠깐 끊고 나머지는 다음 편에 계속 하죠.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15758 핵폭탄 투하 까지 1시간 25분전 [2] 이상한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3 270 0
15757 아무리 생각해도 홍성헌님은 [4] 키스타(220.82) 07.08.13 295 0
15755 말 많고 탈 많았던 오란고교 사교클럽 [4] 범기님짱(125.132) 07.08.13 604 0
15754 도넛츠꼬깜 광고의 갓드래곤님. [1]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3 210 0
15753 '독이 든 성배' 주성치 전담성우자리를 왜 김승준 왕자님이...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3 327 0
15752 난 하루히보다 [6] ㅅㄱ(222.115) 07.08.13 484 0
15751 하루히성우말야 [3] 냐루cat(211.203) 07.08.13 466 0
15749 공각기동대SAC... 일본성우가 더 엉망인데? [7] 아놔시밤(125.191) 07.08.13 439 0
15748 아기공룡둘리2 는 이대로 가야할텐데.. [5] 밀애소년코난(58.234) 07.08.13 369 0
15747 오늘 밤 9시부터 10시까지 성우갤 글 몇개 올라올 예정인가여? [4] ㅇㅇ(218.153) 07.08.13 273 0
15746 오늘이 성겔 핵폭탄 투하 일인가여? [5] 이상한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3 436 0
15745 오란고교 하루히... [1] 안즈(125.134) 07.08.13 454 0
15744 성갤 최대의 폭풍을 몰고 올 것 같은 오란고교 방영일 입니다. [7] 라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3 573 0
15743 더빙, 살아있습니다. 유키토(122.43) 07.08.13 281 0
15739 성우계의 절대팔뚝!? [13] 항가키요마로(125.190) 07.08.12 661 0
15736 오란op 용신님인거 같던데 [8] 마리(211.51) 07.08.12 654 0
15735 이철용님 까면 막장인가요? [5] 유키토(122.43) 07.08.12 471 0
15734 동물농장 남자성우 너무웃김 [6] 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2 1506 0
1573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6] maxa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2 466 0
15732 명탐정코난에서 범인 찾는 결정적 힌트... [2]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2 547 0
15731 럭키☆스타, 애니맥스 방영 예정? [7] 애슬론(211.62) 07.08.12 585 0
15730 챗방고고. Lain(203.229) 07.08.12 129 0
15729 애니맥스 제로의 사역마 좋다 [5] 루키아(222.118) 07.08.12 560 0
15727 성우가 일반인을 못 넘을 기묘한 상황. --; [15]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1 1268 0
15726 소리사랑 을 살까 해보는데요 [2] 마늘맛(221.168) 07.08.11 293 0
15725 내, 내 귀가 이상한건가... [7]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1 554 0
15724 MTV랑 카넷 프로그램소개하시는 성우분 누구시죠? [2] ㄴㅂ(121.157) 07.08.11 355 0
15723 제가 애니 시나리오을 쓰면서 캐릭터를 디자인 중인데. [1] ㅇㅇㅇ(210.106) 07.08.11 291 0
15722 어젯밤에 너무 홧김에 글을 올린 것 같아서 자삭... [1] Cloa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1 252 0
15721 위훈님이 광역계야?? [5] 하악위훈(124.80) 07.08.11 452 0
15720 몰랐는데... [11] ㅅㅅ(211.189) 07.08.11 698 0
15719 님들 전 성우중 이사람 젤좋아해여 [4] 오덕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1 505 0
15717 이시대 최강의 라이벌 강수진 제왕, 김승준 왕자의 영웅전쟁 총정리! [12]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0 1245 0
15712 서영님 기사났다 [12] 투니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10 912 0
15711 서영누님...(근래 우리나라성우 경향에 대해서) [5] (211.116) 07.08.10 545 0
15710 레그나이어 성우는 누가??? [1] (211.116) 07.08.10 177 0
15708 비스트워즈의 간판 성우 데이비드 카예(David Kaye) 얘기. [2] 에피(59.11) 07.08.10 388 0
15707 오늘 날씨가 너무 이상하네요... [3] 유키토(59.10) 07.08.10 221 0
15706 와 서영언니/ㅅ/ [8] 안즈(125.134) 07.08.10 584 0
15703 애니맥스에 다녀왔습니다.. 아니 가야합니다. ㅎㄷㄷ [7] 아트신사(58.140) 07.08.10 524 0
15702 영화 300 한국더빙 가상캐스팅 [2] 자상한영재씨(219.250) 07.08.10 408 0
15701 그 애맥 나도성우인가원가하는거... [5] 밀애소년코난(58.234) 07.08.10 432 0
15699 신비한별의쌍둥이공주 공식 아이돌인 음유시인 대체 누구... [3] 거위의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09 415 0
15698 만약 팡야를 더빙한다면???? [2] (211.116) 07.08.09 290 0
15697 MAJOR 2nd Season 엔딩은 역시 한국판 그대로 쓰였네요 ㅋ [5] 씨앤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09 391 0
15695 횽들 질문점... [4] 하앍하앍(218.154) 07.08.09 233 0
15693 개구리 중사 케로로 3기 보고 [9] 감상평(210.95) 07.08.09 669 0
15692 횽들 나 투니 메이저 광고 봤다 [6] ㅅㄱ(222.115) 07.08.09 513 0
15691 북한성우 원정숙 씨 [2] maxa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09 394 0
15690 파워퍼프걸Z 티져영상 [13] 씨앤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09 79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