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서 12년쯤.
영혼이 만들어지는 시기.

그게 정말 인생에서
한 사람이 완성되어지는
유일무이한 시기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런 개인적인 얘기를
해도 되는 곳인지 모르겠는데
마음 아픈 아이들이 아주 많은
고등학교에 근무했던 적이 있어.

엄마나 아빠가 안계신 아이들이
두 분 모두 계신 아이들 보다 더 많았고
양친이 모두 안계신 아이들도
몇 있었어.

조심스럽게
어머니는...? 하고 물었을 때
어렸을 때 도망갔어요.
애기였을 때 돌아가셨어요. 하는
아이들의 대답이
슬픔이 하나도 묻어있지 않은
너무나 건조한 말투라는게
충격이었어.

이 아이들은
엄마 무릎에 앉아
엄마가 읽어주시는 그림책
엄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가지고 있을
그런 기억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고등학교 2학년
거친 말들을 내뱉고
학교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워대고
가끔은 어젯밤에 마신 술이 안깬 채로
학교에 오기도 하는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어른 처럼 사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줬어.

세살 때, 다섯살 때, 열살 때 채우지 못했다면
열여덟살 때 채우면 되는 거야. 라고
생각했거든.

아이들이 싫어하지는 않았었는데
한 아이가 착하게
우리가 공부 못하니까
이런 책 읽어 주는 거에요? 하고
물은 적이 있었어.

그런거 아니야. 하고
더 이상은 설명할 수가 없었지만
가끔 그렇게 생각해서
마음을 다친 아이들이 있었을까
잘못한 것이었을까
문득 문득 마음에 걸릴 때가 있었거든.

너를 기억해.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제일 마음이 많이 갔던 인물이
민이였어.

10년에서 12년.
민이의 결정적 시기는
너무 참담하고 마음이 아파.

그렇지만...
여섯살에서 멈춰있던 민이의 영혼이
형아를 다시 만나면서
또 한번의 결정적 시기를 만난 것 같아.

형아를 이해하고
형아를 통해서 지안이를 이해하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민이는 다시 자기의 영혼을
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민이의 변화가...
열살로
열두살로
시간을 다시 돌릴 수는 없지만...
열여덟 살에도
스물 다섯 살에도
서른 살
마흔 살에도
우리는 얼마든지
결정적 시기를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사실이
나한테는 참 많은 위로와 응원이 되어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