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은 좆국 전쟁시절이라고 하고 정부에서 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제비 뽑기로 군머 끌려갈 사람을 뽑긔



원독은 전쟁고아였고 둘은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에서 살았음 원독 집에도 사람이 찾아왔고 둘 중 하나는 무조건 군머 끌려가야 하는데 원이 자기가 가겠다고 자원하는거긔 독에게 그동안 몸 조심이 잘 있으라고 무심하게 떠난 원은 전쟁이 끝날쯤에 반병신이 돼서 돌아오게 되긔



군머에서는 다들 팔다리 한개쯤 없는게 일상이어서 자기가 병신이란 생각은 별로 해본적 없는 원은 전역 후 기차역에 버려지듯 내려지고나서야 자기가 병신인걸 자각하게되긔 원은 오른팔은 어깨밑으로 아예 없었고 오른다리는 무릎아래가 뚝딱 잘린 상태였음



수중에 갖고 있는 돈이 없어서 집까지 동냥하며 가야했긔 집에 남겨진 독이 병신에 거지꼴인 자길 보면 얼마나 놀랄까 생각하면 미칠거 같아서 굶어죽으려고 동냥도 하지 않고 쫄쫄 굶던 원은 어느날 갑자기 머가리가 홱 돌면 노점에서 파는 음식을 주워먹다 줘팸 당하기도 했긔 이런 몸을 하고 왜 이러고 사는 걸까 짐승처럼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사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독뿐이었음 독이 자길 혐오스러워하거나 마음이 변했으면 차라리 죽어버릴거라고 마음먹었긔



원독이 함께 살던 판잣집은 흔적도 없긔 장소를 잘못 기억하고 있는걸까 싶어서 원은 미친사람처럼 돌아다니긔 그러다 어느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앉았음 한참 쉬고 일어나려는데 문득 집앞에 걸린 문패가 거슬렸긔 원은 문패를 더듬더듬 읽었긔 그러다 놈딱 놀라버렸오 원독의 이름이 써있는거였

긔 궁궐처럼 으리으리한 집은 아니었어도 안에 정원도 딸린 부잣집처럼 보였음 원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서있기만 했음 겨우 용기내서 대문을 두드리는데 나오는 사람이 없긔 문을 밀자 잠구지 않은 문이 소리도 없이 열렸긔 깔끔하게 정돈된 작은 정원을 지나서 툇마루까지 오른 원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긔 이렇게 커다란 집에 노비 하나가 없고 인기척조차 없다는게 놈놈 이상한거긔



본채를 다 둘러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음 그러다 후원에 들어가게 됨 거기서부턴 사람 소리가 들렸긔 가까이 갈수록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는걸 깨달았긔 남자끼리 읍뜨는 소리가 분명했긔 그리고 어쩐지 귀에 익숙한 신음이 자꾸 들리는거긔 군머에서 매일 딸을 칠때마다 떠올리던 독깅이의 소리가 틀림없었음 눈이 뒤집힌 원은 안을 뛰어들어가려다 말고 멈추고 말았긔 댓돌에 놓인 신발이 한두개가 아닌거긔 독을 빼고도 네명이었긔 원은 한쪽 구석에 숨어서 얼굴도 모르는 남자들이 독을 따먹는 소리를 들으며 숨죽여 울었음 눈물은 나오는데 독의 신음이 놈딱 꼴려서 참을 수가 없었긔 결국 원은 멀쩡한 왼팔로 자위했긔 마음마저 병신이 된거 같아서 자책만 했음



남자들이 독을 떠났고 원은 퉁퉁 부러오른 눈이 가라앉길 기다렸긔 독을 죽이고 저도 죽고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독을 이해하게 됐긔 그 전쟁터에서 독이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했어야 하지 않겠노 싶어서



원은 아무것도 못본척 태연한척 연기하면서 문을 열었긔 처음에 독은 원를 알아보지 못했긔 원이 독깅아 나야 하고 나서야 독은 쓰러지듯 주저앉았음 그게 너무 불쌍하면서도 가증스러워서 원은 습관처럼 오른팔을 들어 독깅을 후려치려 했음 그러나 뚝딱 잘려버린 팔로 뭘 하겠노 입에서는 욕만 나왔긔 원은 독한테 욕만 씨게 쳐박다 남은 팔로 독을 안고 엉엉 울긔



밤이 찾아왔긔 원은 일부러 독과 멀찌감치 떨어져 누웠긔 병신이된 몸으로 뭘 하겠나 싶기도 했고 옷을 벗으면 더 끔찍한 꼴이라 독한테 보여주고 싶지도 않음 잠은 오지도 않으면서 코고는척 하는 원한테 독이 말하긔 나는 형 자는 소리 다 기억하는데 왜 자는척 하느냐고



이불속으로 독의 손이 들어오는걸 외면하고 싶었는데 군머에서 구르다 온 원의 몸이 참을 수 있을리가 없었긔 독이 원 위에 올라타서 읍을 떴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는데 축축한 독의 안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좋아 죽을것 같았음 독은 그런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원의 생각을 알아챌수가 없음 둘은 몇날 며칠을 밤낮으로 읍만 뜨면서 보냈긔 하다보니 병신같은 몸으로도 익숙해져서 정상위로 읍을 떠도 문제가 없긔 원은 평생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독이 집을 찾아온 손님들을 죄다 돌려보내는 걸 모른척 하긔 지금도 독이 몸팔아서 마련한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마음까지 비겁하다고 생각했긔



어느날 독의 손님이 아주 개난리를 치면서 독을 찾긔 손님은 독이 돈을 더 받기 위해 자길 피하는 줄로만 알았음 밖에서 큰 소란이 벌어져도 원은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어차피 병신인 몸으로 나서봤자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으니까



손님은 다음날 또 찾아왔긔 밖에서 손님이 말하는 소리가 다 들렸긔 병신새끼가 돌아온거때문에 그러느냐고 그러면 딱 일년만 아니면 반년이라도 자기와 함께 살아주면 몇년을 놀고 먹을만큼의 돈을 주겠다고 병신을 버리면 평생 쓰고도 다 쓰지 못할 돈을 주겠다고 했긔 그 말에 흔들리는 독을 원은 느꼈긔 안그래도 요즘 반찬 갯수가 슬금슬금 줄고 있었음 그러다 독은 밥을 반만 먹었긔 이대로면 딱 굶어죽게 생긴거였긔 자기만 없으면 독은 굶지 않아도 될텐데 저 없이도 여태 잘만 살았는데 돌아올거였으면 멀쩡한 몸으로라도 와야 했었는데 원은 차라리 팔다리 중에 하나만 잃은 몸이었으면 지금 이런 꼴까지 당하진 않았을거라 생각하긔 하필이면 둘다 없는 병신중의 병신이 자기였긔 그래서 원은 죽기로 결심했음



독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밖으로 빠져나왔긔 후원에 반쯤 파묻은 우물가로 향했음 높이가 낮아서 한팔로도 우물에 걸터앉는건 충분했긔 원은 거기서 한참을 앉아 있다 우물속에 몸을 던지긔 독은 잠결에 풍덩 하고 무언가 빠지는 소리를 들으며 깨버리긔 옆자리를 돌아보는데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이불더미가 원인줄 알고 다시 잠들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