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75)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오승환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 뽑자"고 제안했다.

내년 3월 WBC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1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과거 이 대회와 올림픽의 성공으로 한국 야구는 한 단계 도약 기틀을 마련했다. 국가대표팀에 거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대표팀의 주력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탈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은 예비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실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빅리그 진출 첫 해 일약 마무리 투수 중책을 맡았다. 그가 대표팀에서 제외된 건 지난해 말 불거진 해외원정도박 사건 때문이다. 사법 처벌은 이미 받았다. 하지만 KBO 징계를 아직 소화하지 못했다. KBO는 올해 1월 임창용에게 'KBO리그 복귀 시 한 시즌 50%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때문에 아직 징계를 치르지 않은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했다. KBO가 엔트리에서 오승환을 제외한 이유도 여론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7일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오승환이 WBC에 출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승환은 도박 사건에 연루됐지만, 불법스포츠베팅이나 승부조작 사건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법적인 처벌도 이미 받았다. 그렇다면 오승환에게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승환과 같이 도박 사건에 연루됐던 임창용은 현재 대표팀에 합류해 있다. 오승환과의 차이는 임창용은 이미 징계를 완료했다는 점이다. 오승환은 향후 당분간 메이저리그에서 뛸 사능성이 크다. 다음 시즌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면, 장기 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언제 KBO리그로 돌아와 징계를 소화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김 회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KBO 징계 문제로 오승환이 WBC에 나갈 수 없다면, 나중에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로 오승환을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나는 KBO 징계를 철회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게 안 된다면, KBO에서 오승환이 태극마크는 달 수 있도록 허락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번 WBC가 다름 아닌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오승환이 다시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야구팬이 분명히 있지 않겠나. 여론이 좋지 않지만, 분명 오승환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