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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덕팬픽] 추화군 2

(119.199) 2018.03.27 23:58:12
조회 2724 추천 32 댓글 22






***
“폐하, 제발...”


어렴풋이 비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비담...

다시금 눈앞에 펼쳐지는 죽은 병사에게 전달되었던 가락지와 또 그녀의 앞에서 잔인히 죽어가던 비담의 모습을 교차해 바라보며 덕만은 멈추지 않을 눈물을 흘리었다.

그만, 제발 그만해.

이젠 그만 잊고 싶어.


“폐하, 정신이 드시옵니까?”


번쩍 눈을 뜬 덕만을 바라보며 비담이 다급히 물었다.

그녀의 고운 손을 붙든 채로 꼬박 한 시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비담...”


애써 겨우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비담은 덕만이 흘린 눈물을 닦아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그녀의 손을 붙들고는 계속 괜찮으시냐를 물었다.

괜찮아, 너만 내 옆에 있다면.

차마 하지 못하는 그 노골적인 자신의 연정을 삼키며 덕만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내가... 쓰러진 것이로구나.”


침상 위에 누워진 것을 깨달은 덕만이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비담의 앞에선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진심통... 그냥 우습게 넘기실 병이 아닙니다.”

“좋은 약재로 탕약을 먹고 있고 널 돌봐준 의원이 꽤 실력이 좋더구나. 그에게 정기적으로 나 또한 검진을 받고 있었다.”

“제가 무리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폐하께서 무리하지 마셔야 합니다.”


비담이 꽤 화가 난 어조로 말하였다.

아니, 분명 그는 화가 나 있었다.

덕만이 아니라 아둔한 자신에게였다.

분명 서라벌에서 덕만의 건강이 좋지 않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음에도 어찌 그리한 걸까.


“송구하옵니다.”


한 시진 전 그때의 그 모습대로 비담이 정중히 그녀에게 말을 건네었다.












***
한 시진 전.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 마...”


눈앞의 무릎 꿇은 정인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덕만이 눈물을 흘리었다.

어느 순간 이런 때가 올 것임을 그녀 또한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었다.

마치 기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그냥 그에게 행복한 기억들만 만들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저는... 폐하의 신뢰를 저버린 불충한 신하입니다.”

“비담...”

“또한 정인의 마음을 져버린 못난 놈이고.”

“알았어, 그만해...”


마음이 아려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까.

가슴 저리에 찾아온 통증에 덕만이 고통스러운 듯 표정을 일그리며 손을 가슴에 대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용서하옵소서. 송구하옵니다.”


비담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덕만에게 용서를 구하는 그때,


“아...”


결국 덕만이 비담 앞에서 힘없이 쓰러졌다.


“폐하!”

“.....”


놀란 비담이 쓰러진 덕만을 흔들었지만 그녀는 굳게 감은 두 눈을 뜨지 않았다.

곧바로 덕만의 손목을 붙잡고 맥을 짚기 시작했다.

스승이었던 문노가 수많은 곳을 떠돌아다니며 의술로 많은 이들을 고치고 살리었기에 그 옆에서 문노를 보고 돕던 비담 역시 의술에는 해박한 편이었다.


“진심통...”


그는 덕만이 진심통을 앓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다는 약도 큰 차도를 보이지 않아 태의들이 걱정을 하였던 것도 그보다 자신이 더 그녀를 걱정하였다는 것도 모두 떠올랐다.


“하...”


의원에게 급하게 가야 한다.

지금 현재 그에게는 도움이 될 침이나 약재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덕만을 들쳐 업은 비담이 부랴부랴 문을 나섰다.

문을 닫는 것조차 깜빡한 체 마음이 급해 잘 들어가지 않는 신에 울컥 짜증도 났다.


“에고! 에고 주인님!”


혹 비가 올지 몰라 덕만이 널어놓은 염색천들을 들여놓으려고 다시 돌아온 덕구 어멈이 덕만과 비담의 모습을 보고 놀라 달려왔다.


“이를 어째!”

“의원... 빨리 의원에게 가야 하네.”

“기다려보세요, 잠깐만요!”


본인 또한 당황한 듯 부산한 움직임의 덕구 어멈이 비담과 덕만을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서랍문을 열어 이리저리 뒤지던 덕구 어멈이 결국 침통을 발견하곤 소리쳤다.


“여기! 여기 침통이 있습니다!”

“고맙네.”


덕만을 다시 방안으로 들여와 눕히려 하자 덕구 어멈이 재빨리 이불을 펼쳐 이불 위에 덕만이 온전히 눕도록 도와주웠다.

비담 역시 서둘러 침통에서 침을 꺼내어 덕만의 몸에 놓기 시작했다.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듯한 심장 덕분에 떨려오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침을 놓자 그런 비담이 걱정스러운 듯 덕구 어멈이 그를 쳐다보았다.


“부인의 손발이 너무 찹니다. 쓰러졌을 때 손발이 차시면 위험하다고 의원이 그랬습니다. 당장 의원님을 모시고 올까요?”

“의원의 집이 여기서 머느냐?”

“어... 한 식경은 걸어가야 합니다.”

“불러주겠나...?”

“예, 예!”


행동 빠른 덕구 어멈이 서둘러 문 밖을 나서다 다시 몸을 돌이켜 서랍을 향했다.

침통 옆에 놓여진 잘 접혀진 흰 종이들을 꺼내 열어보자 여러 약재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약재 좀 보세요. 부인께서 드셔야 한다던 그 약입니다. 제가 탕약을 데워드린 적이 있어 기억합니다.”

“정말인가?”

“예!”


부리나케 덕구 어멈이 밖으로 나가 부엌에서 탕약을 다리기 시작했다.

점점 차가워지는 덕만의 손을 어루만지며 비담은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눈을 떴다, 그녀의 곁에 남아있기 위해 사과하고자 했다.

그런데 덕만이 없다면?

내가 살아난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제발...”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

내가 당신 옆에서 깨어난 것처럼 당신도 깨어나줘.

제발...


“폐하, 제발...”


비담의 애원이 방 안을 계속 맴돌았다.

덕구 어멈은 탕약을 들여놓았다 다시 받아들고 나가서는 결국 의원을 모시고 오겠다며 집을 떠났다.

안타깝게도 침도 탕약도 부디 제 기능을 하여 덕만의 몸을 낫게 하기를 빌 수밖에는 비담에게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비담, 그런데 침은 언제 빼주는 것이냐?”

“아...!”


덕만은 꽤 침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맞아도 맞아도 긴장이 되는 바람에 가능하다면 최대한 맞지 않으려 고집을 피워대었다.

만약 자신이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침통을 드는 비담을 피해 도망을 갔을지도 모른다.

덕만의 말에 당황한 비담이 급히 덕만의 몸에서 침을 빼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에 놓느라 옷이 말려 올라간 것을 조심스럽게 내려주며 비담이 덕만을 바라보았다.


“비담...?”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딘가 불편한 듯 굳어있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바라보며 덕만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비담... 화가 났느냐?”

“.....”

“쓰러진 내가 미운 것이야?”


어리광 섞인 덕만의 말에 그제서야 비담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누워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불편해 일어나려고 하자 옆에 있던 이불을 아예 끌어다가 덕만을 눕히는 비담이었다.


“일어나지 마시고 푹 쉬셔야 합니다. 곧 의원이 올 겁니다.”

“하루 이틀도 아닌...”


말을 하던 덕만이 아차 싶어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라고요?”

“말이 헛 나온 것이다.”

“하...”


그의 한숨 소리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이어가지 않았다.

덕만이 마주 잡은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는 반면 비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화가 났는데, 분명 화가 나는데 덕만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또한 그녀에게 화가 난 건지 아님 그녀를 이리 될 때까지 몰랐던 스스로가 화가 나는지 혼란스러웠다.


“의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밖에서 조심스러운 덕구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밖으로 새어나간 말이 그녀를 눈치 보게 하였음이 분명했다.


“들라 하시게.”


오늘 낮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의원이 방 안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했던 비담이 눈을 떴다는 소식보다 더욱 좋지 않았다.


"다행히 아까 깨었습니다. 오늘 여러 번 발걸음 하게 만들어 미안합니다.”

“괜찮으십니까? 속이 답답하거나 조이는 느낌은...”

“없습니다. 괜찮아요.”


누워서 의원을 맞이하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덕만이 이불을 들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앉은 비담의 살벌한 눈빛을 고스란히 느끼며 의원이 덕만의 곁에 자리를 앉았다.


“아까 부군을 진맥할 때 제가 부인의 맥도 살펴보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입니다.”

“아닙니다. 그런 말하지 마십시오.”

“진맥하겠습니다.”

“의원님께 드릴 차를 내어주시겠어요?”


덕만이 소매를 걷으며 서있는 덕구 어멈에게 말을 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을 나섰다.


“너도 나가보거라.”

“예?”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비담이 놀라 반문하였다.

의원이 진맥을 하고 있고 곧 있으면 그가 그녀의 병세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할 것이었다.

그런데 나가 있으라니.


“아니 됩니다. 곁에 있겠습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얼른 나가보래도.”

“싫습니다.”


진심이었다.

나갈 수 없다.

덕만의 몸 상태를 알아야만 했고 또한,


“다른 사내와 단둘이 있게 하지 않을 겁니다.”

“쿨럭.”


비담의 말에 의원이 헛기침을 하였다.

그의 말에 민망한 덕만 역시 얼굴을 붉히었다.

단지 덕만은 그녀의 병세를 비담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몸을 추슬러야 하는 것이지 덕만의 몸 상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야 한다.


“안 나갑니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덕만의 눈빛에 담긴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는 것에는 비담을 따라올 자가 없었기에 그는 이번에도 냉큼 그 말을 하며 고개를 돌리었다.

난처한 표정의 덕만에게 결국 의원이 입을 열었다.


“부인께서는 부군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


이거였나.

이래서 덕만이 날 내보내려 한 건가.

비담의 낯빛이 흐려졌다.

침착하자. 모든 말을 들을 때까지 흥분해서는 아니 되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몸 상태를 아는 것이었다.


“부군께서는 사실 저리 살아 움직이시는 것이 기적이었지요. 하지만 그것은 부군께서 워낙 건강하셨기에 제가 드리는 약이나 침이 잘 들은 것이고... 부인께서는 현재 몸 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습니다.”

“저기, 의원님...”


무언가 말하려 하는 덕만을 비담이 손을 붙잡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신호였다.

그는 지금... 정말로 화가 난 듯 보였다.


“부군께서는 부인께서 진심통을 앓고 계신 것을 아시지요?”

“..... 안다.”

“당에서 건네온 서책에 진심통에 대해 무어라 설명하는지 아십니까?”

“.....”

“아침에 발병하면 저녁에 죽고 저녁에 발병하면 아침에 죽는다.”


의원의 말에 방에 냉기가 감도는 듯했다.

평소의 비담이라면 늘 차고 있던 검을 들어 그의 목을 당장 내리쳤을 것이다.

감히 덕만의 죽음을 함부로 저리 말하다니.

감히 덕만의 죽음을...

그녀의 죽음...

눈앞이 아찔해진 비담이 고개를 돌려 덕만을 바라보았다.

결국 떨어지는 덕만의 눈물방울을 제 손으로 닦아주며 비담이 새어 나오는 그 한숨을 애써 삼켰다.


“송구하옵게도 저는 부인께서 앞으로 얼마나 버티 실지 모르겠사오니...”

“그만.”

“.....”

“이제 그런 말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할지 말하면 된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느냐...”


덕만을 제외하곤 영 붙지 않는 존대를 애써 그 의원에게 하지는 않았다.

그의 말투가 또 그의 목소리가 의원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때 서라벌과 신국의 모든 귀족들의 수장인 비담이었으니.


“어... 음.... 일단 약도 거르시지 마시고 치료도 거르시면 아니 됩니다. 찬기가 몸에 있어서도 아니 되시고요. 늘 따뜻하게 몸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또 절대로 충격이 있으셔서도 아니 되고요.”

“알겠습니다. 또 그리하고 있으니 괜찮아지겠지요...”


비담의 말에 긴장한 상태로 말을 하는 의원이 안쓰러웠는지 덕만이 냉큼 대신 말을 하였다.


“절대 짜게 드셔서는 아니 되십니다. 육류보다는 생선을 드시는 것이 훨씬 좋으시고요... 그때 부인께서 채식 위주로 드신다 하였으니 괜찮을 것입니다.”

“다른 것은 없나...?”


누가 보면 비담이 시큰둥하게 의원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는 사실 모든 것을 머릿속에 적고 있는 중이었다.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념하겠습니다.”


온화한 미소로 답을 하는 덕만을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차를 내올 것입니다. 드시고 가세요.”

“아닙니다. 저도 내자가 기다리고 있어 얼른 돌아가 봐야 합니다.”

“예. 와주어서 고맙습니다.”


방문 밖을 나서는 의원을 보던 덕만이 비담을 향해 눈짓하자 결국 비담도 그를 배웅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만은 늘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언제 오는가?”


신을 신는 의원 뒤에 선 비담이 물었다.


“사흘 후에 오겠습니다. 혹여 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다행히 부군께서 의술을 아시니... 본인 몸도 챙기셔야 하지만 부인의 몸을 더욱 챙기셔야 합니다.”


당연한 걸 말하는군.

불과 한 시진도 안된 때에 감히 덕만의 죽음을 듣지 않았던가.

차마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비담이 집 앞에 펼쳐진 울창한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산속 깊은 곳에 지어진 집이라 외지인들은 이런 숲에 이러한 집이 있으리라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쓰러지시면 정말 위험합니다.”

“절대...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날 이리 홀로 두고 가게 하지 않아.

더 이상은 덕만과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비담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의원이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진심통은 치료의 시간이 관건인데 부군이 의술을 아니 이 얼마나 큰 불행 중 다행인가.

몸이 좋지 못한 부인과 피투성이가 되어 온 부군, 그들의 정체가 다시 궁금해졌다.

뒤돌아 다시 그 집을 바라보며 의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차를 늦게 내왔다며 미안해하던 덕구 어멈도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두 사람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덕만을 바라보다 자신과 덕만의 탕약을 다리겠다며 나가버린 비담은 방 안으로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비담의 앞에서는 그리 쓰러지고 싶지 않았는데.

덕만의 입에서 한숨이 뱉어 나왔다.


“비담.”


결국 방을 나서 부엌 문 뒤에 선 덕만이 얼굴만 빼꼼히 내민 채 그를 불렀다.

너무나도 다정히 부르는 그 목소리에 비담의 움직임이 멈추어졌다.


“비담.”


두 번을 부르자 그제야 비담이 덕만을 항해 몸을 돌리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아 덕만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비...”


비담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덕만은 더 이상 그를 부를 수 없었다.

그가 울고 있다.

맺힌 눈방울이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


그가 우는 것을 처음 보았던 것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어머니를 잃고 그가 자신의 앞에서 울었더랬지.


“..... 울지 마.”


비담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덕만이 한 걸음씩 그에게 다가갔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떨어지는 눈물을 차마 닦지도 못하며 다가오는 덕만의 팔을 잡아당겨 비담이 강하게 껴안았다.


“울지 마... 울지 마라 비담.”

“..... 죽지 마...”


고통스러운 그의 말은 덕만의 심장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에 충분하였다.

아, 죽기 전 그의 눈 뜬 모습을 한 번만 보고 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었건만...

욕심이 났다.

그녀의 앞에선 애써 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걱정 끼치지 않으려 했으나 뒤에서 이리 몰래 눈물짓는 정인의 품에 안긴 이 상황에서.


“나는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어쩌면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앎에도.


“왕인 나는 너를 버렸으나 여인인 나는 널 절대... 버리지 않아.”

“폐하...”


그렇게 덕만은 자신만을 바라보는 젖은 두 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허니 비담, 나를 안아줘. 내가 앞으로도 살아갈 의지를 가지고 네 여인이 되어 살아가려는 이 욕심을 져버리지 않도록...”

“.....”


비담의 팔로 단단히 감은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듯했다.

그의 볼을 작은 손으로 감싸며 덕만이 미소를 지었다.


“날 여인으로 만들어다오.”

“폐하...”

“네만의 여인으로 말이다.”


비담은 덕만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말을 마친 덕만이 부끄러워 시선을 아래로 옮기는 그 찰나에 재빨리 덕만의 얼굴을 감싸곤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맞춤은 강렬했다.

온전히 그를 받아들이는 덕만을 느끼며 아낌없이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두 사람의 열띤 호흡이 부엌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덕만은 비담의 목을 감싸고 비담은 덕만의 몸을 가뿐히 안아들었다.

그는 능숙히 문을 지나 마당을 건너 돌계단을 올라섰다.

황홀한 입맞춤과 분주히 움직이는 두 사람의 혀가 어우러지며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아...”


잠시 떨어진 입술이 서로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다시 부딪치었다.

여린 그 입술을 맛보며 살짝 피가 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침실 문이 비담에 의해 굳게 닫히며 이어 여인의 흐느끼는 듯한 교성이 마당 밖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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