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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이웃집 가이드 - 1

ㅍㅍ(210.109) 2014.02.10 02:02:52
조회 6441 추천 139 댓글 27

현대물임 내가 양키네는 미드랑 영드로 밖에 간접경험을 못해서 공간적 배경은 그냥 한국이랑 짬뽕된 가상의 나라임 이질감 들어도 이해해주면 ㄳ

능배+레즈+학원물이고 센티넬 버스물임. 센티넬 버스에 대한 정보는 검색 ㄱㄱ

 

 

 

 

 

 

*

무더운 하굣길. 안나는 학교 현관문을 서성이는 익숙한 인기척을 감지하고 절망했다. '시험 마지막 날이었으면 라푼젤이랑 햄버거나 먹으러 가는 건데.' 인영은 절망에 빠져있는 안나 옆으로 다가왔다. 엘사였다. "안녕." 엘사가 안나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안나 옆에 바짝 따라 붙더니, 안나를 따라 걸었다.

 

둘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을 향하는 내내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특히나 안나 쪽은 동행자─엘사와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안나는 엘사의 인사에 간단한 응답조차 아꼈다.

 

뜨거운 햇살과 끔찍한 더위를 고려하더라도, 안나는 너무 심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건 동행자에 대한 명백한 무례였지만 안나는 자신의 예의 없는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엘사에게 최대한 적의를 표현하는 게 오늘, 하교길 안나의 컨셉이였으며 의도였다. 더워 죽겠는데 짜증 나게 들러붙긴. 안나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나는 엘사와 떨어져 걷기 위해 약간씩 옆으로 게걸음을 하며 교문으로 향했다. 많이 떨어졌다 싶으면, 엘사가 성큼 다가와 들러붙어 별 소용이 없었지만 안나는 계속 그렇게 했다.

 

좋은 사이라고 볼 순 없는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심지어 같은 동, 같은 층, 같은 라인이었으며 서로 바로 옆집에 살았다. 때문에 안나는 이웃과 함께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불쾌한 표정을 지속했다. 안나는 엘사가 그런 자신의 표정을 불쾌히 여기길 간절히 바랐는데, 엘사는 안나를 쳐다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완전 붙어 걸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남의 표정에 무신경한 거야? 안나는 엘사가 보여주는 무관심에 더욱 짜증이 났다.

 

하필 학교를 이 시간에 마쳐서는.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시험 때문에 일찍 끝난 학교 일정을 원망했다. 교실에 돌아가 에어컨 바람을 쐴 수만 있다면 위즐튼의 수업도 재밌게 들을 텐데. 보도블록은 자신의 정체성을 히터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습도는 또 어떤지. 안나는 자신이 느끼는 짜증이 엘사 때문인지, 폭염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땀이 맺히는 걸 넘어서, 흘러내리기까지 한단 사실을 자각했을 땐 뭔지 모를 평온한 기분까지 들었다.

 

날씨가 미쳐서 그런가? '그거' 왜 안 하는 거지.

 

안나는 갑자기, 엘사를 향한 자신의 무례한 태도가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엘사는 얌전했다. 물론 평소에도 그냥 얌전한 성격이지만 그러니까. 특별히 안나의 심기를 건들지 않았다. 지난날 엘사가 아무리 자길 짜증나게 했더라도, 오늘은 아니라면 안나의 무례한 침묵은 부당했다. 집이 같은 아파트라 같이 걷는 것뿐인데. 그래서 엘사에게 미안해졌고, 두 살 연상이기까지 한 그녀에게 정말 너무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나쁜 언닌 아니야. 우린 친했었고. '그건' 그냥 친구로서 하는 행동인 거야. 사실 안나는 누굴 앞에 두고, 이유도 없이 인상을 찌푸릴 만큼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은 아니었다. 아니, 이유는 있지만... 안나는 땀으로 젖은 앞머리를 정리하며 곁눈질로 엘사를 살폈다.

 

"시험 망쳤어?"

 

엘사도 자길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았다면 안 쳐다봤을 텐데. 엘사가 뜻밖의 타이밍에 질문을 건네며 눈을 맞춰오자 당황한 안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정류장의 전광판을 바라봤다. 1174번, 곧 도착. "표정이 안 좋네." 뒤에서 엘사가 근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시험 망쳤느냐고? 표정이 그렇게 나빴나. 망치긴 했지. 표정이 나쁜 걸 눈치채길 바라기도 했고. 아니, 보통 '시험 잘 쳤어?' 라고 묻지 않나? 뭐, 그래도 나한테 관심은 있네. 안나는 엘사의 질문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왠지 조금 기쁘기도 했다.

 

"어 완전 망쳤어."

 

그래서 안나는, 고민을 유보하고 일단 엘사와 대화하기로 했다. 습관처럼 친밀하게, 친구들한테 말하듯이. 히힉 거리는 웃음소리도 덧붙였다. "어떡한대." 엘사도 유감스럽다는 듯한 말투로 피드백했다.

 

그리고 대화는 끊어졌다. 정적. 주변 학우들의 소란스럽고 즐거워 보이는 분위기와는 상반된 고요함에 안나는 따분해졌다. 정말 재미없는 언니야. 엘사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갈지 고민하던 안나는 아차 싶었다. 이 드라이한 대화는 일종의 불길한 징조였다.

 

엘사가 안나의 손목을 덥석 잡았을 때, 불길함은 불쾌함으로 변했다. '그거'였다.

엘사는 화사한 미소와 함께 안나를 격려했다.

 

"다음에 잘치면 돼."

사실, 팔목을 붙든 엘사의 손이 너무 시원해서 잠시 기분 좋을 뻔했지만, 안나는 불쾌해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미간을 있는 대로 잔뜩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사는 안나의 손목을 만지작거리다가 아예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깍지를 꼈다.

 

...깍지를!

 

친구끼리 이 나이 먹고 손깍지를 낀다고? 안나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건 학교 현관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오는 엘사를 경멸하던, 안나 바로 그 자신의 목소리였다. 안나는 그녀의 절친들과도 한 적 없는 진득한 스킨십에 소름이 돋았다. 엘사는 자신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쭉 이런 식으로 자신과 접촉. 아니, 만져댔다! 사실은 전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안부 따위를 물은 뒤 그녀의 손을 잡거나, 포옹한 적도 있다. 위로가 필요 없는 사소한 불행도 과도하게 격려하면서.

 

동성끼리도 스킨십이 과도하면 성희롱 아닌가? 어디 옆 나라서는 어깨동무만 해도 동성애자 소리 듣는다던데!

 

안나는 본인의 평범한 성 정체성을 되뇌며 엘사의 손을 떨쳐냈다. 여즉 자신이 느껴온 불쾌함에 대한 당위성을 다시금 확인한 안나는 최대한 엘사를 쏘아 봤다. 하지만 엘사가 너무도 태연하게, 그런 안나의 시선과 눈을 맞추고, 미소까지 지었을 때는(억울하게도 그 미소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안나는 이웃이자, 소꿉친구이자, 학교선배인 엘사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사람은 맞는 건가? 그녀와는 표정이라는 훌륭한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뻔뻔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안나는 속으로 몸서리를 쳤다. 안돼. 말로 해야겠어, 말로. 안나는 엘사의 안하무인 한 태도에 골머리가 아파 졸도할 지경이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정신줄을 붙들었다. 그리고 어떤 말로 그녀를 상처 줘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윽고, 집으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섰을 때 '언니 제발 좀 꺼져' 라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엘사가 자신의 버스요금을 대신 내주자 안나의 마음은 금세 물렁물렁해졌다. 아니야, 이게 이 언니의 더러운 수법이야. 안나는 고개를 세게 흔들며 엘사를 향한 분노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녀와 굳이 떨어져 앉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건 뭔가... 너무 잔인한 행동이었다. 버스의 에어컨 바람이 안나의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안나는 아까 엘사 한테 하려 했던 말은 좀 심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녀에 대한 비호감을 좀 더 둘러 표현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냥, 아예 말을 말자는 생각도 들었다.

 

 


*
잠에서 깬 엘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차라리 현실과 꿈이 분간되지 않는 정신병을 앓는 중이길! 속으로 소원하며 자신의 오른쪽 볼을 꼬집었다. 볼에서 퍼지는 가벼운 통증은 불쾌하게 말을 건네며 자신을 비웃었다. 이건 현실이야. 엘사는 벌떡 일어나 자기 서랍에서 드라이버와 망치 같은 공구들을 꺼냈다. 그리고 침대 위에 올라서서, 천장 구석에 솟아난 조그마한 얼음 조각들을 마구 후드려 쳤다. 평소 몹시 조용하고 조신한 엘사의 학우들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면 그녀의 활달함에 놀랄 것이다. 이젠 잠에서 깨자마자 얘네랑 마주치네. 그녀는 천장의 얼음조각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집의 디자인적 요소라고 보기엔 너무 이질적인 얼음 조각들을 열두 번 정도 때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방문 너머에서 근심어린 목소리로 엘사의 안위를 물었다. "무슨 일이니 엘사." 깜짝 놀란 엘사는 침대에서 후다닥 내려와 문을 잠갔다. "아무 일 없어요. 신경 쓰지말고 들어가 주무세요." 아, 마지막 말은 나빴어. 엘사는 자신의 불손함을 짧게 반성한 뒤 다시 침대 위로 올라서서 얼음들을 처리해 내는 데 열중했다. 그녀는 이 얼음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점점 병세가 심해지고 있어.'

 

엘사에겐 병이 있었다. 아니, 병은 아니지만 엘사 자신은 그게 병이라고 생각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녀에겐 병이라기보단 초능력이 있었다. 그건 선천적인 것이였는데 4살 때까지는 그녀 스스로도 그 능력의 존재를 몰랐었다. 하지만 5살이 되던 해 여름. 그녀에게 확신을 줄만한 사건이 있었다. 더위에 정말 약했던 엘사는 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지금이 겨울이라 눈이 펑펑 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다. 바로 그때, 하늘이 거짓말처럼 어두워지더니 미친 듯이 눈을 쏟아냈다. 그냥 기막히게 우연한 일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눈구름의 위치를 섬세히 조절할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사물을 얼리는 것도 가능했다. 엘사에겐 초능력이 있었고, 심지어 그걸 다룰 수도 있었다.

 

그랬다! 처음 그 초능력을 자각했을 땐, 동화 속 눈의 여왕의 바로 그 여왕이 된 것만 같아서 뭔가 겁도 났지만 내심 우쭐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 능력이 두렵기만 했다. 엘사는, 싱크대 위에 내팽개쳐진 얼음 조각들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이 마법의 얼음과는 좋은 추억이 별로 없었다. 엘사의 얼리기 능력은 종종 그녀의 의지를 초월하곤 했다. 엘사가 감정적으로 심한 혼란에 빠지면, 제멋대로 발현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건 매우 위험한 상황을 낳았다. 지금처럼, 부모님께 들킬 뻔 한다든가.

 

이런식으로 내 감정상태를 확인하고 싶진 않아. 엘사는 고3이 된 뒤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엘사는 따듯한 물을 틀어 싱크대위의 얼음조각들을 녹였다.

 

엘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들을 원그래프로 표현한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 외동딸에게 품은 막연한 기대감과 근심 같은 것들이 반절 이상의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녀의 부모님들이 얼마나 '평범한 준수함'을 사랑하는지. 다행스럽게도, 그들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평범에 대한 갈원은 엘사에게도 복제되어 있었다. 아마도,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대학 가야지. 그것도 좋은 대학. 그녀는 싱크대의 물을 잠근뒤 세속적이고 막연한 독려로 혼란한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실제로 꽤 효용이 있었는데, 그녀는 무언가에 심하게 몰두하면 능력을 억제할 수 있었다. 사실 억제라기보단 도피였다. 그녀 자신이 가진 초능력을 부정하는 것이다.

 

씻고 공부하자. 그러나 그녀의 굳은 다짐과는 달리 씻기 위해 욕실로 돌아선 그녀의 몸은 마법의 얼음 바닥을 밟고 미끄러졌다. 거실에 드러 눕듯이 넘어진 엘사는 두려움에 경직되어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천장에서까지 마법의 얼음이 솟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열정적으로 준비해 온 입시는 결실을 앞두고 있었다! 초능력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그녀 앞길에 놓인 평범하고 안정된 미래를 망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는 것 이상의,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엘사는 그 방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웃집의 안나와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것. 엘사 자신도 그 행위가 어떤 원리로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그건 엘사가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경제적이었으며, 빨랐다. 엘사는 마법처럼 무언갈 순식간에 얼릴 순 있었지만, 마법처럼 순식간에 해동시킬 수는 없었다. 이미 얼어버린 무언가가 해동되는 데에는 자연의 원리에 따라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그 마법의 냉기가 자연의 이치에 기꺼이 따를 수 있도록 엘사 스스로 끝없이 정신력을 써야했다. 하지만 안나와 접촉하고 있을 땐 그것들을 마법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게 가능했다. 아니, 아예 쓸 수조차 없던 때도 있었고. 그녀는 학업 이상으로 신경을 쏟아야 하는 일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 강력한 해결책을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접촉해야하는 게 하필 안나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 문제는 엘사 기억 속의 트라우마 같은 것들과 관련이 있었다. 엘사는 그걸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고요하고 넓은 거실에서 얼음 조각들을 치우며 그저 지금의 현실에 대해 고민했다. 올해는 나한테 너무 중요한 시기야. 만약 부모님께 이 일을 상담한다면...

 

당장 안나를 데려와서 나랑 뽀뽀시킬지도 모르지.

 

엘사는 너무도 평범한 자신의 부모님이, 평범해지기 위해서 기꺼이 극단적이어졌던 아이러니한 순간들을 떠올리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녀의 부모들은 엘사 그녀가 평범해지는걸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그게 설령 그녀 기억속의 깊숙한 사연과 충돌하는 방향이더라도. 또 엘사는 그걸 따를 수 밖에 없겠지.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이 이 초능력의 존재를 모르는 게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엘사는 안나와 접촉하기로 했다. 둘 다 여자라는 사실은 위안이 됐다. 학교도 같고. 안부 같은 걸 물으며 자연스럽게 스킨십 할 수 있을 거야. 엘사는 내향적인 편이었지만 자신의 사교 능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 안 할 거야.

 

하지만 결심을 다졌던 계절이 지나 여름이 오자 상황이 어렵게 굴러갔다. 엘사는 더위에 무척 약했는데, 백몇 년 만이라는 지옥 같은 무더위는 그녀의 다양한 인내심들을 자극했다. 쉽게 말해 그녀가 제정신으로 있기 어렵게 했다. 요전번, 전국적인 정전이 왔을 땐 교실 에어컨을 반나절 넘게 틀 수 없었는데, 그때 엘사는 실수로 교실 바닥을 약간 얼렸었다. 그녀는 당혹감으로 좀 기절할 뻔했지만 급우 중 멍청하고 난폭한 한 명이 더워 죽겠는데 누가 바닥에 왁스 칠을 했냐며 성화를 내서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더위는 엘사의 정신뿐만 아니라 안나와의 자연스러운 스킨십 까지 방해했다. 날씨가 덥고 끈적하니 안나는 최대한 엘사와 접촉하지 않으려 했다. 게다가 오늘은 시험을 망쳤는지 표정이 정말 최악이었다. 엘사는 안나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녀도 모의고사를 망친 날이면 자신에 대한 실망감으로부터 헤어나오는 게 무척 어려웠다. 엘사는 '접촉'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독려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 독려가 뭔가 불쾌하게 느껴졌는지 안나는 엘사의 손을 떨쳐낸 뒤 엘사를 쏘아보았다. 엘사는 자기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고 반성했다. 고등학생쯤 되면 성적에 예민할 텐데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가벼운 말로 위로하려 하다니. 나라도 기분 나빴을 거야. 엘사는 사과의 의미로 겸연쩍게 웃었다. 그래도 안나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엘사는 그녀가 느낀 불쾌함을 좀 더 제대로 보상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녀의 버스 요금을 대신 냈다. 안나는 화가 풀렸는지, 망설이지 않고 엘사의 옆자리에 앉았다. 엘사는 안심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헷갈리던 시험 문제들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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