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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60.28) 2015.12.12 16:50:58
조회 1133 추천 27 댓글 3

여왕의 방에선 확실히 피냄새가 진동했지만 여왕과 공주에게는 달콤한 냄새로 밖에 안 느껴지겠지. 그게 여왕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어. 동생에게 뒤집어씌워져 저와 동생을 지금껏 괴롭혔던 저주. 그게 다시 각성하기 시작하다니. 엘사는 눈물만 뚝뚝 흘려.

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공주는 말없이 여왕을 내려다봐, 제 손에 한가득 잡힌 백금발을 꾹 쥐기까지 했지. 언젠가 엘사도 저처럼 돼서 제가 겪는 고통을 똑같이 겪어봐야 저를 이해해주겠거니 했었는데, 막상 여왕이 변하기 시작하니 당황스러운지 와왁 물었던 어깨를 놔주었어.

하지만 여왕의 우는 모습을 공주를 조금씩 화나게 했어. 세상이 다 무너져 모든게 끝났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제 세상은 이미 끝났어. 그 끝난 세상 속에서 그나마 있던 언니마저도 저를 피해 도망다니기만 했지. 공주는 제 아랫입술을 확 깨물어. 날카로운 이가 마른 생기가 넘치는 입술에 파고들고 곧이어 턱 아래로 흐르더니, 여왕의 뺨 위로 떨어져.

피냄새가 가까이서 나니 여왕의 괴물이 반응해. 피를 찾는 눈동자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지. 여왕은 물기어린 눈으로 어떻게든 공주의 얼굴을 피하려 했어. 어릴때 느껴봤던 이 더러운 욕구. 여왕은 공주를 마구 밀쳐내는데, 공주가 피식 웃어.

결국 제자리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나한테 옮기지도 않았을텐데, 그렇지?

공주가 뭐라하든 여왕은 침대에서 벗어나려고 공주를 밀쳐내. 뺨 위로 뚝. 피 한방울이 더 떨어지기 무섭게 공주는 여왕의 얼굴을 두손으로 붙잡고 제 눈을 똑똑히 쳐다보게 하겠지. 두 괴물이 마주했어. 갓 각성한 괴물은 배를 채우길 원해. 그 배고픔은 공주가 잘 알고있겠지.

이젠 엘사를 가족으로서 사랑하는지, 아니면 단지 먹잇감으로써의 애정인지도 구별할 수도 없게 됐어. 이젠 너도 알게 되겠지. 괴물끼리는 먹고먹히는 관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여왕은 제 얼굴을 감싸쥔 공주의 두 팔을 각각 잡았어. 끙끙 거리는 여왕의 두 다리가 허공을 차대고, 골반위에 앉은 공주의 두 다리는 여왕의 양 허벅다리를 감쌌지. 안된다고 소리치던 여왕은 침묵하게 됐어. 여왕의 괴물이 원하던 결말을 맞이하게 된거지. 상처난 공주의 입술새로 흘러나오는 피. 곧이어 여왕은 그것을 혀를 내어서 정신없이 핥게 되겠지.

공주는 여왕의 괴물이 원하던 것을 마구 내어줄거야. 공주를 밀던 팔이 공주의 날갯죽지에 닿아 더 끌어당기고, 잠들어있으면서 쌓여있던 욕구를 전부 풀어내려 하겠지. 공주의 눈에선 툭. 맑은 물방울이 떨어져. 정신을 놓고 핥는 여왕의 모습이 제가 처음 노견 올라프를 취했던 모습과 다름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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