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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연애 수업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6.01.01 00:00:31
조회 955 추천 45 댓글 5



"안나 학생? 왜 여기 왔는지는 알고 계시죠?"
"...네."

백금발의 머리를 뒤로 묶어 올린 여자가 하얀 손가락으로 붉은 입가의 점을 쓸며 검은 펜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최근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고 혼자서 사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연애 수업\'이죠. 정규 교과 과정으로 \'연애\'가 편성되어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이 땅의 고등학생이라면 반드시 \'연애 수업\'을 들어야 해요."

펜을 두드리던 여인은 그 동작을 멈추고 무테 안경을 쓸어올리며 책상에 놓여있는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뭐, 수업이라고 해도 일년에 하루 정도 임의로 짝지어진 남녀 학생이 그냥 길거리를 쏘다니는게 전부지만. 그런데 안나 학생은 좀...특이하네요."

안나 학생은 얼굴색이 자기 머리색 만큼이나 붉어졌다.

"수업 거부 사유서를 냈는데, 그 사유가 \'자신은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라..."
"저, 엘사 선생님..."

엘사는 안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저, 이런 거 싫어요.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애하고, 하룻동안 마치 연인인 척 돌아다니는 거..."
"다른 학생들도 싫어도 다 해요, 안나. 그리고 만나다 보면 좋아질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차라리 여자애라면 모를까..."

안나는 고개를 돌려 바닥을 쳐다보았다.

"흐음...그래요. 그러니까 안나 학생은 수업이 아니라 남자를 만나는 게 문제라는 거군요?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엘사는 읽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안나 학생의 수업 상대는 제가 하죠."
"네...네?"
"어쩔 수 있나요? 우리 학교에 동성애자인 여학생은 안나 학생 혼자뿐인 것 같고, 연애 수업 담당 교사로서 그냥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으니까요."
"..."
"왜 말이 없어요? 나이 많은 여자 싫어해요?"
"아, 아니오!"
"그럼, 문제 없죠? 이 사유서는 안나 학생에게 돌려드리도록 하죠. 수업은 내일이에요."
"..."



- * -



다음 날,

"어, 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후후, 안나 학생, 오늘은 제가 안나 학생의 애인이에요. 편하게 대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굳어 있어서 어떻게 데이트를 하겠어요?"
"네, 어, 그...그러니까...선생님 오늘 정말 예쁘시네요!"
"칭찬 고마워요. 수업이지만 일단은 데이트니까 평소보다 화장과 옷에 신경을 좀 써 봤어요. 안나 학생 눈에 좋아 보인다니 다행이네요."

안나는 엘사를 쳐다보았다. 평소 뒤로 묶고 다니던 백금발의 머리는 하나로 땋아 앞으로 늘어져 있었고, 눈에는 보랏빛 아이섀도가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엘사의 오늘 복장은, 평소보다 가벼웠다.

"그동안 몰랐는데...선생님 정말 빵빵하시네요."
"음? 뭐라고 했나요?"
"아니 빵...그러니까 살쪘다는 게 아니라, 정말 아름다우시다고요."
"흐음. 그나저나 안나 학생, 계속 이러고 있을건가요?"
"네?"
"우린 지금 데이트 중이에요, 안나 학생. 이렇게 길거리에 서서 얘기만 할 건가요?"
"아, 아뇨! 데이트 장소 많이 준비해 왔어요! 식당, 공원, 영화관...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안나가 골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엘사가 안나를 불러세웠다.

"안나 학생? 지금 뭐 하는 거죠?"
"...네? 식당으로..."

어느새 안나의 손 안에 엘사의 손이 쥐어져 있었다.

"전 지금 안나 학생의 애인이에요. 애인의 손도 잡지 않고 혼자서 돌아다니겠다는 건가요, 지금?"
"하, 하지만 스킨십은..."
"스킨십 금지는 어디까지나 성적인 스킨십 한정이에요. 키스라던가 그런 거. 설마 손 잡는 걸로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죠?"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생각 해 본 적도 없, 어요! 어서 빨리 밥, 먹으러 가요!"
"잠시만요, 안나 학생. 왜 이렇게 빨리 걸어요. 조금만 천천히 걸어줄래요?"



- * -



"다...왔죠?"
"네.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밤이 늦었는데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안나 학생."
"저...선생님."
"네?"
"오늘...저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흐음? 그건 왜 묻죠?"
"그, 그러니까, 이건 수업이잖아요! 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어땠는지 그 평가를 알아야 하잖아요!"
"평가라...음..."

엘사는 하늘의 달을 바라보았다.

"아주 좋았어요."
"네?"

안나는 엘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록 서툴지만, 안나 학생의 행동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졌어요. 만약 안나 학생이 다음 수업 때도 절 선택한다면, 전 기꺼이 받아들일 거에요."
"..."
"그럼, 밤이 늦었으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안나 학생."
"선생님."
"응?"

엘사는 뒤를 돌아보았다. 촉촉하고 말랑한 것이 엘사의 뺨에 잠시 닿았다 떨어졌다.

"..."
"..."
"...안나 학생? 분명히 성적인 스킨십은..."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선생님!"
"왜 그런 거죠, 안나 학생?"
"모, 모르겠어요, 저도 모르게 그냥...하고 싶었어요."
"...안나 학생, 이건 진짜 연애가 아니라 연애 수업일 뿐이에요. 이런 행위는 상대방에게 성적인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
"..."
"..."
"...그런데,"

안나는 숨이 멎었다. 안나의 입술 위로 또 다른 입술이 포개어졌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전혀 불쾌하지 않았어요, 안나."
"...!"
"이건 안나 학생의 데이트가 굉장히 훌륭했다는 의미겠죠. 안나 학생은 연애에 굉장한 소질이 있어요."
"가, 가,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나의 혀가 딱딱하게 굳었다.

"연애 수업 담당 교사로서, 이런 우수한 학생에게는 심화 수업을 진행해야겠군요."
"심화...수업이요?"

엘사는 안나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오늘 밤, 우리 집에, 저 혼자밖에 없어요."

안나의 생각이 멎었다.



"어때요, 심화 수업을 받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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