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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Argos Ch.5

치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2.02 2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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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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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os Ch.1 (텍본)

Argos Ch.3 - 1 (텍본)

Argos Ch.3 - 2

Argos Ch.4 - 1

Argos Ch.4 - 2








 

 

The Nursemaid – Part I

 

 

아기는 울음을 멈출 줄 몰랐다.

 

 

미아는 이마에 송글송글 배어나오기 시작한 땀을 옷깃으로 훔쳐냈다. 새로 태어난 왕족은 몇 주 지나기도 전에 엘사 공주때보다 훨씬 강력한 상대라는 걸 내보였다. 아기 공주가 평범한 신생아들보다 훨씬 튼튼했기에 건강 걱정은 당장에 사라졌으나, 우렁찬 울음소리 탓에 성 안의 사람들이 깊게 잠들지 못하고 불쑥불쑥 깨는 게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요즘에는 성 안에서 며칠만 있어도 금방 수면 부족으로 퉁퉁 부은 눈에 다크서클까지 달고 사는 꼴이 되곤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아는 이 왕궁에 얼마나 오래 붙어있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될 터였다. 미아는 실수가 없어야 하는 이 직업을 좋아했고, 자신을 받아 준 국왕폐하와 왕비님은 자상하신데다 엘사 공주님마저 너무나 귀여웠지만, 자신을 지금까지 붙잡아 둔 건 결국 충성심과 애정 뿐이었니까.

 


"으아아아앙!"

 

 

맙소사, 또 시작이야. 저 소리는 늦은 밤 미아의 꿈나라까지 쫓아왔으며, 고막을 찢는 울음소리가 온 벽을 뚫고 틈 사이로 기어들어왔다. 미아는 지친 몸으로 치마를 모아쥐고는 육아실로 달려갔고, 흩어진 정신을 끌어모아 이번에는 아기를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방법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강보에 싸인 채 방실방실 웃으며 제 침대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던 엘사 공주와는 다르게, 안나 공주는 기뻐할 줄 몰랐으며 한번 화나면 달래기가 어려웠다. 안나의 기분은 언제나 마음대로였으며 좋아하는 장난감도 계속 바뀌었다. 사흘 간 잘만 갖고 놀던 인형을 넷째 날에 엄청난 힘으로 냅다 던져버리기도 했다.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어머니가 젖을 물려주는 것까지도 아기를 계속 달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공주님께서 새 딸랑이를 (이번에는 제발 공주님이 창 밖으로 무심히 던져버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마음에 들어하실지 생각하던 도중에 미아는 육아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발견했다. 이상했다. 공주님을 누가 뵈러 왔다면 대개 따뜻하고 포근한 아기만의 장소에 찬 바람이 들지 않도록 문을 꼭꼭 닫아둘 터였다.

 

 

물론, 딱히 누가 지적하진 않았지만 문을 닫아놓는다고 해서 안나 공주님의 울음소리가 작게 들리진 않긴 했다.

 

 

미아는 공주님께서 잔뜩 성질부릴 때 대체 누가 공주님을 뵈러 온 건지 궁금해하며, 문으로 다가가 밀어젖혔다. 안나 공주가 울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히 육아실로부터 먼 곳을 찾을 뿐이었으니까. 미아는 다른 유모가 왔겠구나, 아니면 왕비님이 감기가 다 나아서 오셨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왕비는 안나 공주를 낳은 후 한참 지나서야 감기에 걸렸었다.

 

 

미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육아실에 있는 사람은 자신처럼 풍만하고 아줌마같은 유모도 아니었고,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미인상의 왕비님도 아니었다. 동화책 몇 권을 발판삼아 올라서서 빽빽거리는 공주님을 침대 난간 너머로 쳐다보고 있는 푸른 드레스의 소녀를 미아는 발견했다. 소녀의 금발 머리는 아기의 모습에 매료된 듯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으며, 거기다 미아가 더더욱 놀랐던 건 아기가 새 방문자를 발견하자마자 울음을 뚝 그쳤다는 것이었다. 그 광경에, 두 공주가 서로를 쳐다보는 동안 미아는 천사라도 본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서 있었다.

 

 

미아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도 될지 고민했다. 엘사 공주는 여태까지 직접 여동생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엘사는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었고, 어머니의 팔에 안겨 있는 아기를 볼 기회가 딱 한 번 있었으나 엘사 공주는 아버지의 다리 뒤에 수줍게 숨어있었다. 하지만 두 공주 사이에 놓인 수줍음과 깨지지 않는 침묵 위에 다리를 놓아줄 어른 없이 둘만 남겨진 적은 없었다. 거기다 미아에게는 엘사가 자리잡은 위치도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 왕위 후계자는 눈에 띌 정도로 걸음걸이가 안정해서 지금까지는 별 사고가 없었으나, 미아는 책이 기울어져 한 쪽에 무게가 실린 모양을 보자니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결국 미아가 문을 활짝 열고 입을 열어 엘사 공주님… 하려했으나 그 후계자가 입을 열자 말이 도로 쑥 들어가버렸다.

 

 

"안녕, 조그만 아가야." 엘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엘사의 나이에 형성되는 그 단어들과 미성숙한 입에서 혀 짧은 발음도 살짝 났으며, 그 모습에서 엘사의 어린 티가 반짝였다. "너는 나와 같은 공주야.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안나 공주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걸 미아는 깨달았다. 평소에는 낯선 사람이 침대로 다가와 한 마디 하자면 공주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말도 못 끝내고 쫓겨나기 십상이었지만, 언니 앞에서는 눈에 띄게 유순해지는 것이었다. 엘사 공주는 조심스레 침대 안으로 손을 뻗었고, 미아는 안나 공주가 조그만 손을 뻗어서 휘적대다가 언니의 집게 손가락을 단단히 쥐는 걸 지켜보았다. 엘사 공주는 미소지으며 여동생과의 첫 번째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곧, 모두들 네게 많은 걸 기대한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엘사 공주가 말했다. 엘사는 안나 공주가 언니의 말을 듣는 것보다 이 하나 없는 입으로 손가락을 물어대는 데 더 흥미가 생겼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 사람들은 공주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고 네게 말하겠지."

 

 

엘사 공주는 부드럽지만 확고하게 자신의 손가락을 안나 공주의 손아귀에서 빼냈다. 안나는 새 장난감이 사라지자 울음 모터를 작동시켰고,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여전히 두려웠던 미아는 심기 불편해진 유아의 맹공에 대비해 제 자신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나가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기 직전에 엘사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문 뒤에 유모가 숨어있는 걸 몰랐던 엘사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다시 침대쪽으로 뒤돌아섰다. 엘사가 손가락을 튀기자 하얀 빛이 반짝이며 손 끝에서 나온 얼음과 눈이 공중에서 빛을 냈다. 겨울의 빛, 엘사에게 축복으로 내려왔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그 마법이 공중으로 날아가 침대 위에 달린 물고기 모양 모빌을 얼음으로 뒤덮기 시작했고, 곧이어 톡 터지면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세세한 알갱이를 공중에 흩뿌렸다.

 

 

그 순간 미아는 처음으로, 안나 공주의 조그만 입술에서 평소 나오던 소리가 아닌 다른 울음소리를 들었다. 즐거운 울음소리, 기막힌 놀라움이었다.

 

 

엘사 공주는 미소지으며, 침대 안으로 다시 손을 뻗어 아기 여동생의 통통한 주먹을 자신의 조그만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하지만 너와 나, 우리가 더 잘 알아."

 

 

 

 

 

 

 

 

 

 

--------------

 

 

 




 

 

 

 

몇 년이 지났다. 미아가 걱정한 것과는 정 반대로 왕국이 경험해 본 가장 행복한 세월이었다.

 

 

왕국은 두 공주가 함께 자라고, 마치 봄이 찾아와 눈이 녹고 첫 번째 데이지 꽃이 피어나듯 서로간에 우애와 자매애가 꽃피는 것을 지켜보았다. 살면서 미아가 이 때 만큼이나 행복했던 때가 있었을까? 미아는 두 공주를 돌봐 주는 위치였지만 자식이 없었던 미아는 두 공주를 딸처럼 여겼다. 미아는 식사를 차려주고 씻겨 주고, 머리를 빗어주고 옷 입는걸 도와주곤 했다. 거기다 인사 예절과 식사 예절, 바느질 등 기본적인 가정교육을 맡았으며, 물론 필요하다면 미아는 둘에게 벌을 내려 조심하지 않으면 공주라도 엉덩이가 무사할 수 없다는 걸 인지시켰다. 왕비는 가능한 한 자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나, 왕비에겐 해야 할 업무가 있었고 국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군주가 좋은 부모이자 동시에 훌륭한 통치자가 되려고 애쓰는 바람에 결국 자매의 성장에 대한 책임은 미아에게로 떨어지게 되었다. 안나가 걸음마를 떼는 걸 본 것도 미아였고, 엘사가 여동생에게 마법을 보여주도록 한 것도 미아였고, 안나가 처음으로 말 하는 걸 들은 것도 미아였으며, 처음으로 이가 빠진 엘사를 달래준 것도 미아였다. 엘사가 곡물 스프에 꿀을 타려는 아기에게서 꿀단지를 빼앗으려고 안간 힘을 쓰면서 아침에 파랑새를 본 이야기를 두서 없이 늘어놓는 걸 끝까지 들어준 것도 미아였고, 꿀단지를 지킬 수 없다면 다른 방법으로 이겨야겠다고 아기가 본능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아기 공주의 기저귀를 갈아주어야만 했던 것도 미아였다.

 

 

두 공주가 자신의 딸이라고 여기고 싶었던 만큼, 국왕과 왕비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싶었던 만큼, 미아는 안나의 교육에 한 몫 단단히 했던 건 엘사 공주였다는 것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공주들을 기다리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미아가 공주 방에 들어갔을 때 엘사가 안나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걸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안나는 온 방바닥에 눈사람 낙서를 해대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꿋꿋하게 무시하고 있기는 했지만. 서로의 결속이 끈끈해지는 걸 보면 미아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다. 안나가 자신의 새 그림을 언니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일 때나, 욕조에서 서로에게 물을 끼얹는 동안 엘사가 안나에게 유치하고 짧은 노래를 불러줄 때 미아의 마음은 몇 번이고 따뜻해지곤 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안나가 네 발로 기는 시기에서 두 발로 아장아장 걷는 시기까지 엘사가 조심스럽게 이끌었으며 미아는 그걸 지켜보았다. 심장은 소중한 두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고, 아이들의 결속이 강해지는 걸 볼 때마다 뜨뜻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 했다.

 

 

 

 

 

 

 

 

-----------

 

 

 

 

 

 


 

"유모!"

 

 

미아는 반쯤 완성된 스웨터에서 눈을 떼고, 통통한 볼살에 미소를 함박 머금은 두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두 아이가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여전했다. 안나는 네 살의 엘사를 그대로 빼다 박았으며, 삼 년 후의 안나는 지금의 일곱 살 엘사를 꼭 닮았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왜 그러세요, 소녀분들?" 미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시죠?"

 

 

"그러니까, 유모," 엘사가 말을 꺼냈다. "안나랑 제가 노래를 연습해서-"

 

 

"유모가 한 번 들어봐주세요! 이거 엘사가 지은 거라서 진짜 진짜 멋지거든요!" 안나가 끼어들어 신난 듯이 소리치고는 언니 팔을 꼭 잡았다. "언니 대단하지 않아요, 유모?"

 

 

미아가 큭큭거렸다. 안나가 제 언니를 떠받드는 모습은 항상 보기 좋았으며, 엘사는 그런 안나에게 애정 넘치는 미소를 지어주고는 품에 꼭 끌어안았다. 미아는 뜨개질 바늘을 내려놓고는 기지개를 쭉쭉 편 후, 다시 의자에 편안하게 앉았다.

 

 

"좋아요, 들어볼게요."

 

 

그러자 엘사와 안나는 키득거리며 서로 마주보고 섰다. 신이 난 안나가 양 발을 번갈아 굴러대자 엘사가 안나의 양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저흰 준비 됐어요, 유모는 준비 되셨어요?" 엘사 역시 신난 듯 물었다.

 

 

미아가 대답하기 전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안나가 끼어들었다.

 

 

"됐어 됐어 됐어! 시작하자, 엘사! 어서어어!"

 

 

"준비됐죠, 소녀분들." 미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뭘 준비했는지 보고싶어요!"

 

 

두 소녀는 기뻐하며 다시 서로를 보고섰다. 둘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서두르는 듯한 박자와 안무를 풀어냈다.

 

 

"하나 둘 셋 같이 손뼉 치고 문을 닫고

 

 

너와 나 같이 무릎 모아 얼리자

 

 

위 아래 뭐든 함께 공주 왕관 같이 쓰고

 

 

뭐든 항상 함께야 너와 난!"

 

 

노래가 끝나자 마자 둘은 역동적인 포즈를 취했고, 엘사의 손가락 끝에서 눈이 뿜어져나왔다. 그 광경에 웃음을 터뜨린 미아는 몸을 숙였다 젖혔다 하면서 박수를 쳐댔다.

 

 

"대단해요, 공주님! 최고!"

 

 

평소 예의바르고 새침했던 엘사는 칭찬을 받고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려는 걸 참아내고는 공손하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안나는 방방 뛰며 박수를 마구 쳐댔고, 바닥에 솔솔 내려앉는 눈을 보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옆에서 엘사가 인사하는 걸 보고 허겁지겁 엘사를 따라했다. 그 바람에 안나의 얼굴이 바닥에 부딪쳤고, 깜짝 놀란 엘사는 뒤로 엎어졌다. 엘사는 안나를 도우려 서둘러 일어났다.

 

 

"엄청 잘하셨어요, 공주님!" 미아가 칭찬했다. "부모님께는 보여드리셨어요?"

 

 

"아뇨, 아직이요." 엘사는 안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대답했다.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전에 제대로 연습해두고 싶었어요. 릴자 부인께서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아주 바쁘시니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나랑 엘사가 연습하고 있는 거에요!" 눈이 뺨에서 녹고 있는 건 신경쓰지 않는 듯 안나가 밝고 씩씩하게 말했다. "제대로 연습해두고 싶어서요!"

 

 

"랑 엘사가." 엘사가 지적하며 안나의 코를 귀엽게 꼬집었다. "공주가 될 거라면 말은 제대로 해야지."

 

 

"나 말 제대로 할 수 있어." 안나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내가 언니보다 숫자를 잘 못한다고 해서 영어도 못하진 않거든! 글자도 다 안다 뭐!"

 

 

"진짜?" 엘사가 피식거리면서 물었다. "Q 다음이 뭐게?"

 

 

"어…" 안나는 생각에 잠겨 입술을 잘근거렸다. "음, Q가 여왕(Queen)할 때 Q니까, 그 다음은… P! 공주(Princess) 할 때 P!"

 

 

"틀렸지롱~" 엘사가 흥얼거리며 안나의 배를 콕 찔렀다. "P는 Q 앞이야!"

 

 

"말도 안 돼!" 안나는 불평하며 네 살배기 아이가 부리는 고집만큼만 엘사의 손을 밀쳐냈다. "그럼 왜 여왕이 공주보다 센 건데!"

 

 

"그야 알파벳이 먼저 온다고 해서 더 강한 건 아니니까요, 안나 공주님." 안나가 분통터뜨리는걸 지켜보던 미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가 미아의 이목구비를 부각시켰다.

 

 

"먼저 온 게 더 강해!" 안나가 큰 목소리로 반박했다. "A가 B보다 나아! A는 안나(Anna)니까!"

 

 

안나는 유아가 가진 자부심의 거리만큼 팔과 다리를 벌리고 우뚝 섰다. 그 순간 안나에게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가자 안나는 들떠서 엘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엘사는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로 여동생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엘사, 엘사, 엘사!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알았어, 뭔데 그래 안나?"

 

 

안나가 씩 웃었다.

 

 

"언니가 여왕이 되면, 언니가 알-, 알파-, 엘파벳을 바꾸는 규칙을 만들어서 P가 Q 다음에 오게 해 줘! 앗, 그리고 A랑 E도 같이 붙여 놓고!"

 

 

"뭐 때문에요, 공주님?" 미아는 무슨 대답이 나올 지 뻔히 알면서도 꿋꿋이 미소지으며 물었다.

 

 

"A는 안나고 E는 엘사니까!" 안나는 신이 나서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영원히 같이 할 거면 우리 글자도 같이 있어야 하는게 맞아!"

 

 

그 말에 엘사가 키득거렸다.

 

 

"알았어, 안나, 그렇게 할게. 그럼 내가 여왕이 되면, 다른 모든 나라에 가서 알파벳이 바뀌었으니 전부 다시 외우라고 알리는건 너 시킬 거야."

 

 

"그러지 뭐!" 행복한 듯이 대답한 안나는 B,C,D라는 나쁜 글자가 사라질 미래를 떠올리면서 반짝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미래의 왕자님은 전혀 좋아할 것 같지가 않은데요, 안나 공주님." 미아는 싱긋 웃으며 뜨개질 바늘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 말에 네 살배기 아이는 혼란스러운 듯 이마를 찡그렸다.

 

 

"무슨 말이에요, 유모?"

 

 

"그냥, 왕자님들은 알파벳을 다시 배우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게 다에요." 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스웨터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A와 E를 같이 붙여놓으면 왕자님은 절 좋아하지 않을거란 이야기에요?" 안나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걱정하지마, 안나." 엘사가 말했다. "왕자님들은 평범한 남자애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 멍청하고 독서와 공부를 싫어하지. 그래서 왕자님들이 A랑 E를 같이 붙여놓는 걸 싫어할 거란 거야."

 

 

"엘사 공주님!" 스웨터를 향했던 미아의 고개가 팩 쳐들렸다. 미아는 엘사에게 매서운 눈빛을 고정시켰다. "공주님께서 진심으로 하신 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엘사가 입술을 깨물었다. 겁먹었다는 표시였다.

 

 

"아뇨, 물론 아니에요 유모. 죄송해요, 제가… 조심하지 못했어요."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미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국왕폐하께서 자기 딸이 무례한 말을 하도록 제가 가르쳤다고 생각하시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글자 순서를 배우기 싫어서 왕자님들이 저랑 결혼하기 싫다고 하면," 안나가 불쑥 말했다. 안나는 엘사와 미아의 '성숙한 말하기'에 대한 대화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했다. "저도 그 왕자님들이랑 결혼 안 할 거에요. 바보같은 사람은 싫단 말이에요.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이 좋아요. 엘사처럼." 안나는 제 말에 자기가 눈을 반짝였다. "맞아! 엘사랑 결혼하면 되죠! 그럼 완벽하잖아요!"

 

 

그 말에 엘사는 웃음을 터뜨렸고, 미아 역시 안나의 단순하고 순진한 열의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안나는 당혹스러운듯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왜요? 완벽한 거 맞잖아요! 엘사는 대단하단 말이에요! 그리고 엘사가 그 바보같은 왕자들보단 나아요! 엘사는 예쁘고 재치있고 머리도 좋고 마법도 쓰잖아요! 거기다 엘사는 여왕이 될 거구요! 왕자가 대체 왜 필요해요? 왕자는 여왕이 못 되잖아요! 그리고 엘사 말처럼 왕자들은 멍청할 텐데요!"

 

 

미아는 공주님께서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는 듯 엘사를 쏘아보았다.

 

 

"안나 공주님," 미아가 말을 꺼냈다. "공주님은 왕자님 보고 멍청하다고 하시면 안 돼요. 공주님답지 않은 말이에요. 그리고 엘사 공주님이랑 결혼도 못 하실 거구요."

 

 

그 말에 안나의 눈이 땡그래졌다.

 

 

"왜 안돼요? 엘사가 딱이잖아요! 엘사가 세계 최고인데! 왜 언니랑 결혼을 못 한다는 거에요?"

 

 

"안나 공주님," 미아는 한숨지으며 말했다. 울망한 표정인 공주에게 충격을 주고 싶진 않았지만, 공주도 언젠가는 배워야 할 사실이었다. "엘사 공주님과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하지만 제가 원하잖아요!" 안나는 눈물을 짜내며 메인 목으로 울부짖었다.

 

 

"안나 공주님, 울지 마세요. 하지만 이건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엘사 공주님과 결혼하지 못하는-"

 

 

"말하지 마요!" 안나가 빽 소리질렀다. 속눈썹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 안나는 통통한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눈을 꽉 감았다. "왜 저랑 엘사가 같이 있지 못하게 막는 거에요?"

 

 

"자매로서 함께하는 걸 막으려는 건 아니지만, 공주님이 아셔야 하는 건 언젠가 공주님은 결혼해서 엘사 공주님 곁을 떠나게 될-"

 

 

쩡!

 

 

미아는 자신이 돌연 의자에 얼어붙었다는 걸 깨달았다. 얼음 때문에 궁둥이가 쿠션에 붙어버린 것이다. 미아는 손가락을 뻗은 엘사를 할 말을 잃은 듯이 쳐다보았다. 금발 소녀는 자신이 한 짓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안나는 익숙한 마법 소리를 듣고 울음을 뚝 그쳤다. 미아가 엘사를 쳐다보고, 엘사가 미아를 쳐다보고, 안나는 그 둘을 쳐다보는 동안 침묵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옮겨다녔다.

 

 

침묵은 딱 3초였다. 미아의 얼굴이 붉어지고, 고함을 치려고 가슴을 부풀렸다.

 

 

"엘사 공주님!" 미아가 벼락같이 소리쳤다. "당장 이거 녹이세요!"

 

 

굳은 듯이 서 있는 엘사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손가락은 여전히 미아의 의자를 향해 있었다. 안나는 감탄한 듯이 엘사를 쳐다보았다. 비록 글썽거리는 눈물 때문에 눈이 여전히 촉촉하긴 했어도, 완전 경이로워하는 표정이었다. 엘사는 유모의 분노를 마주한 채 몸을 서서히 웅크리기 시작했고, 눈은 죄책감을 더듬어갔다. 그리고는 얼음을 녹이려고 손을 들었다. 화난 유모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엘사의 눈이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그러다 엘사의 시선이 무한한 존경의 표정을 짓고 있는 안나에게로 향하자 엘사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엘사는 더이상 바들거리지 않았다. 덜덜 떨다 안정된 손은 얼음을 녹이려던 자세에서 반쯤 내려갔다. 일곱 살 소녀는 결심이 선 표정이었다. 미아는 엘사가 권위와 이성에 맞서려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엘사를 못 믿겠다는 듯 쳐다보았다.

 

 

"엘사 공주님-" 미아가 입을 열었다.

 

 

"달려!" 엘사가 미아의 말을 끊고 소리쳤다. 엘사는 안나의 손을 꼭 잡고 문으로 달려갔다. 붉은머리 소녀가 그 뒤를 따랐다. "미안해요 유모!"

 

 

엘사가 명백한 무례를 저지르는 그 광경에 미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두 분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긴 하세요?!" 미아가 소리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덜컹댔다. "국왕폐하께 말씀드리기만 하면 두 분 다 끝이에요! 한 달 간 후식도 없을 거고, 엉덩이도 50대 때릴 거구요! 두 분 다! 엘사 공주님! 안나 공주님! 이러시면 안 돼요! 듣고 계세요? 당장 돌아와요!"

 

 

두 소녀는 손을 꼭 잡은 채 경고는 듣지도 않고 방에서 달아났다. 남겨진 미아는 불쾌함에 으르렁거리면서 창가로 의자를 질질 끌고 갔다. 한낮의 햇살이 얼음을 녹여주길 바라면서.

 

 

To Be Continued




















* 사족.

검색하다 보니 유모차가 발명된게 1733년 영국이고 1840년에 엄청 유행타기 시작했다는데

어쩌면 아렌델에도 들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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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린이 안린이 넘 귀여어서 행복하다 이제 여한이 없다ㅎㅎㅎㅎㅎㅎ



번역 읽어줘서 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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