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2016)>는 과거에 있었던 <배트맨 TAS> 애니메이션의 한 에피소드를 장편 길이로 늘인 영화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캐릭터들을 한데 엮어 소개하는데 급급하고, 그들을 묶을 구심점이 명료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는 중구난방으로 흐릅니다. 숨 쉴 여백 없이 캐릭터 소개와 서사 전개를 밀어붙이면서도, 굳이 통제불능의 자살특공대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을 납득시키지도 못하며 더군다나 세계 멸망을 막는 평이한 히어로물으로 귀결되어 악당 캐릭터를 다룬다는 작품의 개성을 죽이는 것이 안쓰럽습니다. 피카레스크 로망으로 가야할 소재를 너무나도 안이하게 낭비해버렸습니다. <배트맨 v.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2016)>의 비주얼 톤을 공유하지만 액션의 합과 동선을 박력있으면서도 매끈하게 연결하는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은 데이비드 에이어에게는 역부족이었다는 것도 함정. 여러모로 DC의 조급증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그저 할리퀸 마고 로비의 자태와 데드샷 윌 스미스의 쿨한 목소리만이 이 영화의 매력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