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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라이언 존슨은 왜 부모님 클리셰가 이리 많은지 모르는 거 같다

ㅇㅇ(204.99) 2017.12.17 07:15:18
조회 5414 추천 48 댓글 2

소설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간에 "주인공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작품 최종보스가 부모님을 죽인 철천지 원수라서 반드시 복수해야 할 대상인가 하면, 부모님이긴 한데 너무 썅놈 썅년들이라 주인공에게 복잡한 애증을 가지게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클리셰가 한두번 나온 게 아닌데, 대체 왜 이런 소재를 "진부하게" 계속 써먹는 창작자들이 이리 많을까?


나는 그 답을 "주인공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일상물이 아닌 이상, 어떤 작품의 주인공이라면 그냥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 따위가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사건을 헤쳐나가는 모험을 해야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에겐 당연히 자신의 행동 동기가 있어야 한다. 남이 끌어들였다고 자기 주관도 없이 무작정 행동하면 그건 페이크 주인공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 행동 동기로써 가장 간단하게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해주는 것이 바로 가족 관련 이야기다. 왜냐? 작품을 보는 독자, 관객, 플레이어들 중에 가족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모님의 원수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주인공은 저 개놈이랑 싸울 이유가 생긴다. 반면에 이런 가족, 아니면 최소한 친구 등 주변인물과 관련이 없는 사건에 주인공이 개입하는 행동 동기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꽤나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가령 주인공의 이데올로기라든지 이런 건 독자들이 공감하는 데 더 많은 묘사가 있어야만 한다.


한 마디로 "부모님 클리셰"는 단순히 주인공의 배경 설정일 뿐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 원리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소재라는 말이다.


당장 이 시리즈 내의 다른 주인공들을 보자. 루크는 말할 필요조차 없고, 아나킨은 비록 아버지가 없었지만 어머니의 죽음이 그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며, 진 어소는 아버지와의 복잡한 애증관계가 그녀의 심리상태가 설득력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됐다.


근데 레이는 뭔가?


그냥 술값 때문에 자식을 팔아치운 쓰레기들로는 이런 장르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녀의 친부모는 작품 전체의 서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냥 잉여 중 잉여일 뿐이다. 양부모? 실질적 양아버지라 할 수 있는 운카 플럿은 작중에선 그냥 사무적인 고용주와 피고용인, 혹은 거래 관계 정도로 밖에는 안 나왔다. 즉 이쪽도 쓸모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레이가 스스로의 서사가 풍부한가? 절대 아니다. 난 솔직히 아직도 얘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게 모르겠다. 제다이와 시스를 끝내고 새로운 포스 유저의 계보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제다이를 유지하고 싶은 건지 도대체 네년의 행동 동기는 무엇이냐?


주인공 본인과 관련된 행동 동기가 이따위로 빈약하다면 가장 편리한 도구인 부모님 이야기를 이따위로 소비해서는 안됐다. 혈통빨을 부정하고 싶었다면 최소한 세계관 전체 서사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야 한다. 제국 잔당과의 싸움에서 전사한 평범한 파일럿이라든지, 루크의 더럽게 재능이 없던 파다완이라든지... 이랬으면 최소한 얘가 왜 자쿠까지는 자기한테 해코지 한번 안 한 퍼스트오더를 적대시하거나, 루크를 그리 만나고 싶어했는지 명확해졌을 것이다. 부모님의 원수, 그리고 부모님을 잘 알았을 것이 분명한 부모님의 스승... 내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나라도 쌩고생해가며 퍼오와 싸우고 루크를 만나려고 별 발악을 다 했겠다.


라이언 존슨은 클리셰 파괴라는 목적에 작품과 트릴로지 전체를 소모시켰다. 그러나 자기가 때려부수는 클리셰가 왜 존재하는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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