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한 만년필은 영웅 007의 극세필임.

 반년 전 국내 인터넷 몰에서 한 자루에 5000원 주고 샀었는데, 성능도 취향에 딱 맞고 막 쓰기도 좋아서 다시 사고 싶었음. 근대 자루당 1천원하는 물건이 배 한번 타더니 5000원으로 변하는 기적을 깨닫게 되니까, 그 돈 주고 사고 싶지는 않더라구. 차라리 돈 조금 더 보태서 카쿠노를 사지.

그래서 갤러리에 007 극세필이 이베이와 알리바바에 없다고 징징거리니, 시급아제가 쿨하게 “나 직구하면서 너님거도 같이 사줄께.” 하시더라구. 그래서 숫가락 얹게 되었음. 세상에, 중국 인터넷 몰에서 산 물품을 손에 쥐다니… 레알 신기.

 태풍 부는 날, 밤 10시에도 근무하는 택배아제의 근성 덕택에 물건을 받을 수 있었음. 택배 아제 감사해양!

 박스를 까니까 이런게 나옴.

근데 오잉? 뭔가 이상한게 더 있음. 당장 나는 007 5자루하고 컨버터만 샀는대, 촉이랑 펜촉이랑 물풀 같은거, 그리고 잉크가 같이 왔음! 헐 영웅 204 흑색 잉크임! 않그래도 아제가 택배 보냈다는 문자 받고, “영웅 잉크도 같이 살걸...” 하고 뒤늦은 후회했었는데! 헉헉 이번 기회에 중꿔 잉크도 한번 써봅시다!

 우선 아제가 끼워준 영웅 359용 ef닙. 내가 영웅 359를 가지고 있는건 어떻게 아시고… 사스가 영웅왕, 쿨하지만 갤러들에겐 세심한 남자..!

 그리고 이 물풀같은거. 처음에는 말로만 들었던 잉크 리무버인가..? 했음. 그런데 뒤 꽁다리를 돌리니까,

 짜잔! 쟌넨! 잉크 리무버라고 생각했어?! 만년필이었습니다!

 사스가 중국!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한 일을 태연히 해버려! 그래서 짜릿해! 동경… 까지는 아니고. 신기하기는 함.

 영웅 204 잉크.

 혹시 이 잉크를 가지게 된다면, 표시 해둔 병 목 부분을 물티슈 같은걸로 닦아줘야함. 물건너 태풍을 뚫고 와서 그런지, 잉크가 약간씩 세면서 굳음. 그냥 만졌다간 손에 잉크 묻음.

참고로 잉크는 거친 수세미로 문지르면 잘 지워지기는 하는데… 문구갤 갤러들의 피부는 연약하니까여. 그냥 묻지 않도록 합시다.

그리고 위 사진은 비교 대상인 제트 스트림과 영웅 3자루의 시필.

영웅 359 F닙은 제트 스트림보다 굵음. 그리고 359 ef는 제트 스트림보다 조금 더 얇거나 비슷함. 007 극세필은 359 ef보다도 얇고.

개인적으로, 007의 굵기가 취향 직격. 흐름도 괜찮고.

 그리고 영웅 204 잉크를 내가 가지고 있는 잉크와 비교하면, 쉐퍼와 비슷함. 흐름이 좋고, 진함. 펠리칸보다 흐름 좋고, 큉크보다 진하다고 생각하면 됨.

개인적으로 큉크 쓸때는 연한 흑색이 마음에 않들어서 펠리칸을 사고, 흐름이 좋지 않은 펠리칸은 세필 만년필에서 큉크보다 더 흐리게 나와서 짜증났었음. 그래서 오로라를 사야할까, 고민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오로라를 살 필요 없을 듯. 흐름이 좋고 농담이 없는 진하기라서 안료잉크 같기도 함.

 영웅 204의 전체적인 특징은 쉐퍼와 비슷한거 같음. 그러나 쉐퍼와 영웅, 둘중 어느쪽이 마음에 드냐면 영웅 204. 특히 A4용지에다 쓸 때, 쉐퍼 잉크는 프레피 ef같은 극세필에 넣고 써도 약간씩 번짐. 자세히 보면 글씨 주변에 잔 나뭇가지 같이 퍼짐. 그런대 영웅 204는 그런게 없음.

 세필 위주로 쓰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잉크.

 세 줄 요약 :

 시급 아제 직구할 때 숫가락 얹은 만년필 옴.

 그런대 아제가 잉크랑 닙, 이상한 만년필도 끼워줌!

 영웅 204가 세필 만년필에 너무 좋음!

 올라가라 시급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