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라 너무 바쁘네여.

미리 공부 해둘껄 흠.

사워 맥주는 맛있게 만들기가 참 힘든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크통에 넣고 오랫동안 숙성할수록요.

벨기에 람빅들이 워낙 극도로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것인 것을 언제나 기억해야합니다.

미국 최고의 람빅 스타일 맥주 중 하나로 뽑히는 Lost Abbey Duck Duck Gooze를 벨기에 람빅과 블라인드 한 글이 있었는데

칸툥 삼분수에 비비기는 커녕 10개의 맥주 중 꼴지였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미국에서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18개월 배럴 숙성 맥주라는 것을 고려하고

자기 자식이 처음 걸음마를 뗀 것을 보는 기분으로(본 적은 없지만) 맥주를 마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Cuvee

쿠베는 주로 (적어도) 맥주게예서는 블렌딩된 맥주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람빅 스타일 에일과 세종을 블렌딩하였다고 했는데

많은 분들이 혹평하던 것에 비해 전 차라리 향인 얘가 제일 좋았습니다.

상큼하고 찌르는듯한 산미가 섞인 향에서 과일 향이 감지되었는데

미국에서 만든 살짝 조악한 핵과 AWA가 연상되었습니다.

탄산은 적고 바디는 가볍습니다.

브렛 느낌은 아주 은은한 수준으로만 느껴지고, 산미도 강하게 느껴지던 향에 비해 굉장히 약합니다.

입 안에 향이 퍼지려 하다가 금방 사라지고 고소한 몰트 피니시만 남습니다.

국내에서는 두체스라는 맥주로 유명한 스타일인 Flanders Red Ale.

시큼한 플랜더스 에일 특유의 베리류, 포도, 산미, 약간의 몰트 등이 감지됩니다. 그래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녀석들에 비하면 향이 약합니다.

바디는 쿠베와 같으며 맛은 쿠베에 비해 산미가 조금 더 강화되었으나 여전히 너무 가볍고 고소한 끝 맛이 남습니다.

Brut

샴페인 같은걸 얘기하는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도수도 제일 낮고 그렇기 때문인지 가벼운 바디가 제일 용서됩니다.

향도 괜히 복잡한 것 보다는, 단순한 산미와 은은한 수준으로만 감지되는 오크통, 야생효모의 향이 나쁘지 않습니다.

몰티함도 다른 맥주에 비하면 적어서 거슬리는 느낌이 적고 Crisp 합니다.

일단 모든 맥주 공통적으로 똑같은 원주를 사용한거 같은데

원주가 훌륭하면 어떻게 장난을 쳐도 맛있지만(예 : Alesmith Speedway)

원주가 구리면 어떻게 해도 구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공통적으로 바디가 너무 가볍고 끝에 고소한 몰트 맛이 남아 다른 캐릭터(브렛, 효모, 산미, 오크통 등)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피노 누와 배럴을 사용했다는데 와알못이라 그 부분은 패스하고,

Cuvee는 그 강력한 체급에 비하면 산미도 부족하고 만들어지다가 만 맥주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 마시고 이 날 행사 끝나고 선물로 받은 설레임 캔을 마시는데 그게 제일 맛있었습니다.

참 어려운 부분인 것 같은데

바이젠 혹은 벨지안 에일 같이 이미 그 나라에서 퀄리티의 극한을 찍은 맥주들은 굳이 국내에서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도전을 하면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크래프트 맥주 시장도 진보하는 것이죠.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전통 사워는 진짜 벨기에에 비비는 것 조차 불가능하고, 상업적인 시선으로는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동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니 그러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런 시도를 한 것 자체고 대단하고 박수쳐줄만 합니다.

분명 퀄리티적인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진보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신을 존경하고 박수쳐주고 싶은 분들에겐 이 맥주들을 추천 해 드립니다.

전 이번에 벨기에 갈 때 친구 줄 한 세트 더 예약해놨어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