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녕 바발들아! 난 지금 토론토에서 유학중인 바발이고 한 3년 전까지 한국에서 언뮤 엄청 열심히 덕질했었는데 휴덕기 가지다가 오랫만에 갤 들어와봄! 

막 덕덕한 후기를 찌고 싶은데 주변에는 연뮤덕이 없어서ㅠ 갤 들어와서 살포시 놓구 간다.

딱 2달동안만 토론토에서 공연한다길래 2월에 (여기도 말도 안되게 자리 빨리 풀더라..) 예약해서 ㅋㅋㅋ 이틀 전에 보고 왔어. 위키드는 초재연 합해서 한국에서 여섯번 봤었구 이번이 처음 영어로 보는거야. 주로 눈에 들어온게 한국에서 볼 때와 차이점들이여서 차이점 위주로 짧게 쓸게!

1. 처음 들어갔는데 극장이 되게 오래된 오페라 극장 같은 거였나봐. 막 명화같은거 걸려있고 그래서 신기했다.. 그리고 극장이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작았어. 무대도 좀 작았는데 대신 단차가 되게 좋았음. 내 자리가 2층 중간에서 약간 뒤쪽 열이였는데도 사진에서 보다시피 완전 가깝고 좋았어.

2. 배우들은 다 괜찮았어! 막 엄청나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흠 없이 넘버나 연기나 적당히 잘 소화한 느낌이엿음

3. 처음으로 원어로 보면서 새롭게 이해한 게 있었어. 아마 나만 몰랐던 걸수도 있지만..ㅋㅋㅋㅠㅠ 딜라몬드 교수가 갈린다 발음 못하고 자꾸 글린다라고 하는게 한국어로 볼땐 갈 - 글이 아예 다른 발음이니까 그냥 발음 못해서 웃긴 장면? 정도로 생각했는데 영어로는 되게 미묘한 발음차이고, 딜라몬드 교수가 염소(영어가 제 2외국어인 이민자 메타포)라서 그 미묘한 '원어민'의 발음을 내지 못하는 거였어. 이전까지는 자기 발음을 못 한다고 따지는 갈린다를 보며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당연히 발음이 안 좋을수밖에 없는 이민자에게 왜 나는 발음 좋은데 너는 안좋냐? 하고 따지는 이기적이고 나이브한(ㅋㅋㅋ) 1세계인처럼 보이더라고.

4. 예전에 누군가가 노원에서 '악한 자의 인생엔 끝도 없는 고독뿐' 하는 글린다 부분이 글린다 자신에게 하는 얘기 같다고 한 뒤로 넘 그럴듯하고 슬펐는데 영어로도 확실히 그런 느낌이더라고..ㅠㅠㅠㅠ 'The wicked die alone it just shows when you're wicked you left only on your own' 하는데 직역하면 '엘파바(The wicked)가 혼자 죽은 건, 사악한 사람은 결국 혼자 남겨진다는 걸 보여준다' 정도일까.. ㅠㅠㅠ 너무 슬펐음

5. 투어 공연이라 세트나 소품이 간소화된게 확실히 많았어. (예상했던 거긴 함. 예전에 토론토에서 한밤개도 봤었는데 완전히 무대 간소화되서 그 유명하다는 엘레베이터 씬? 같은것들은 전부 생략되버렸더라고.) 

모리블이 디파잉 중간에 연설하고, 보크가 양철인간 되서 오즈민들 선동하는 양 옆에 계단있는 무대 세트가 아예 사라졌어. 그래서 그냥 댄싱스루 중간에 글린다랑 피예로 히히덕거리는 그 톱니바퀴쪽에 서서 함. 

몇몇 자동으로 움직이는 소품들이 수동으로 바뀌어서 앙상블들이 끌고오고 끌고가고 해. 파퓰러때 침대같은 거? 근데 대부분은 자동이였음. 그리고 파퓰러 침대가 좀 작아진 느낌이던데 이건 기분탓일수도 있음. 

댄싱스루랑 원숏데이때 켜지는 노랑, 초록 트리 조명같은 게 무대 전체에 둘러지지 않고 무대 안쪽 벽면에만 약간 둘러졌어. 그래서 빵! 켜지면서 확 화려해지는 느낌이 줄어들었음 ㅠㅠ 샤롯데 초연이 그리웠어..

6. 어쨌든 위키드는 위키드고 일곱번째 보는데도 어쩜 이렇게 재밌는지 ㅠㅠㅠㅠ 무슨 십분 본것 같은데 끝나있는 수준 ㅠㅠㅠㅠ 재관람할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장면들이 많아서 그런가봐.. 엘파바가 본인이 가진 소수자성 때문에 동물들의 차별에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고, 자신은 거기서 벗어날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다른 차별받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맞서 싸우는 게 너무 좋아.. 위키드 최고

7. 영화화는 무슨 19년 말 개봉이라면서 아직도 캐스팅 소식조차 없는거야... ㅠㅠㅠㅠ 현장 로터리 티켓도 있는 것 같던데 몇번 더 재관람 해야겠음!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