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다 보면 죽은자식 꼬추만지는 갤러들이 있다.

호이어의 cal.11이나,

론진충들의 로망 30l, 30ch 등의 빈티지 무브먼트들을 왜 되살리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갤러들이 말이다.

여기 실제로 빈티지 무브먼트가 복각된 사례가 있다.

Minerva Cal.48...

1940년대에 만들어진 이 무브먼트는 2000년대 Cal.62라는 이름으로 복각되었다.

역시 Minerva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Cal.13-20ch 또한 13-21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되어있다.

하지만, 빈티지 무브먼트 팬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이 복각사업의 결말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2000년, 프레이 할아버지가 정직원 6명 가지고 근근히...하지만 정직하게 시계를 만들던 미네르바는 이탈리아 자본가인 'Emilio Gnutti' 에게 인수된다.

(사진은 Emilio Gnutti에 의해 임명된 미네르바의 새 CEO Beppe Menaldo)

이들의 목표는 미네르바가 빅 리그에서 뛰는 것이었다.

블랑팡과 랑에의 경우에서 보듯이 현대 빅리그(하이앤드) 진입은 공식이 있다.

내가 전에 어떤 글에서

"하이앤드는 브랜드 스스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올려놓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라는 개소리를 써놓은 적이 있는데, 사실 씹선비스러운 발언이었고 개소리였다...

현대 시계 산업에서 하이앤드냐 아니냐에 개인들, 특히 메니아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1도 반영이 되지 않는다.

하이앤드로의 진입 공식은 바로 자본(+마켓팅) + 기술력(뚜루비용 등 컴플리케이션 능력) + 코스메틱 이다.

사실 이것도 많이 씹선비스러운 발언이고 위블로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본(+마켓팅)만 있어도 된다...ㅡ,.ㅡ;

암튼, 미네르바를 인수한 스파게티 성님은 바로 이 공식을 소규모로 사용한다.

자본을 이용해 새로운 스탭을 20명 정도 충원하고, 새로운 공작기계들을 들여놓고...

미네르바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하이앤드 컴플리케이션인 뚜루비용을 제작하고(이게 현재 몽블랑의 하이앤드 컴플리케이션 얼굴마담 Exotourbillon의 시작임)...

Cal.48과 Cal.13-20ch에 미친듯한 코스메틱을 가해 Cal.62와 Cal.13-21로 재탄생 시킨다.

그 결과 미네르바 시계의 리테일 가격은 5배가 넘게 뛰어버리게 된다.

타임존의 메니아 분들에게는 난리가 나고, 폭동 수준의 분탕질이 이어졌지만 그래봐야 인터넷 키워드 배틀...

냉철한 사업가인 Emilio Gnutti의 전략은 현대 시계산업을 정확히 꿰뚫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작전대로, 미네르바의 하이앤드 퍼포먼스에 쇼파드, 리슈몽이 입질을 시작했고,

마침내 2006년 리슈몽이 미네르바를 고가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네르바-몽블랑의 빈티지 무브먼트 복각 과정을 보면, 필연적으로 무브먼트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있다.

당시 미네르바는 Cal.48을 비롯한 모든 미네르바 무브먼트를 만드는 공작 기계와 파트를 새로운 미네르바에 고스란히 넘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미네르바 팀은 그 기계와 파트를 100% 사용할 수 없었다.

1940년대에 만들어진 파트들과 공작 기계들로는 현대적인 기계식 시계에서 요구되는 정확성과 내구성을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새로운 미네르바 팀은 CAD를 사용해 올드 파트를 재설계 하고, CNC 머신을 구입해 새로운 부품을 만들어 내야 했던 것이다.

그 결과, old Cal.48과 new Cal.48은 서로 공유할 수 없는 부품이 많다.

큰 플레이트 같은 경우 올드 파트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정밀한 기어의 규격이나 포지션이 미묘하게 틀려졌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5배의 가격 상승에 하이앤드에 준하는 과도한 코스메틱이 들어갔기 때문임을 감안 하더라도,

무브먼트의 재설계와 새로운 공작 기계의 셋팅은 거의 새로운 무브먼트를 만드는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만약 Heuer Cal.11이나 Longines L30 무브먼트를 복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2배만 상승해도...

이들 브랜드에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Price Range'를 훌쩍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 브랜드의 계급이 카스트 제도화 되어있고, 각 브랜드가 공략하는 가격대가 고착화 되어있는 현대 시계산업에서...빈티지 무브먼트의 복각은 매우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미네르바-몽블랑의 사례는 매우 특이한 사례로서...다시 나오기 매우 힘든 일이라...

시계업계 수작에 놀아나는 줄 뻔히 알면서도 Minerva-Montblanc의 Cal.13-21이 매우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는 호구 본능인 것인가...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