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예습하면서 어느 갤러가 이메일 주소 달라고 하기에 만들었던 이메일 주소로 디씨아이디 하나 만들었음.

클래식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는 클린이고 클갤에 적는 첫 허접 리뷰.

성악 공연은 어렵고 멀게 느껴졌는데 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효과가 가미되어 접근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경험삼아 가봤다.

아는 것이 적다보니 음악적 측면 보다는 눈에 보이는 연출에 관한 내용이 주가되는 후기임을 미리 밝힘.

미리 유투브에서 La Fura dels Baus의 올림픽 개막전 공연과 뉴욕에서 공연한 천지창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갔었다.

라 푸라 델스 바우스가 영상효과와 사람 공중에 들어오리는 쇼에 일가견이 있구나 생각했고

근사한 공연을 보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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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이 공연을 볼 예정인 갤러는 여기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기 바람!

대천사 역을 맡은 3명의 성악 수준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내 귀에는 아주 훌륭하게 들렸다. 마이크를 써서 성량 문제같은 것은 없었고.

특히 임선혜 소프라노 잘하더라. 공연 초반에 어느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음으로 올라갔다가 조금 더 올라가면서 갑자기 성량을 키워서 화려하게 울리는 부분에 소름 쫙!

계속 웃는 표정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뽑아내니 보는 사람도 기분 좋고.

그런데 오케스트라는 존재감이 적었다. 귀를 기울여 보려고 해도 소리가 묻혀서 특별히 연주가 좋았거나 나빴는지도 모르겠다.

소리가 작아서 사람수를 줄여서 편성했나 했는데 커튼콜 때 보니 그리 적은 수도 아니던데.

하프시코드 소리 처음 실연으로 들어봤다. 

전반적으로 갸우뚱하면서 보게 됐는데

- 이런 공연이 왜 유명한거지?

- 영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뮤지컬에서도 이렇게 허접하게 연출하지는 않는데

- 실험적인 단체라더니 내가 이해 못하는 실험적인 현대 예술이 영역인가?

- 오케스트라 앞에 드레스업한 성악가들이 서서 노래부르던 기존 방식에 시각적인 면을 더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 하나?

귀는 즐거웠지만 눈은 혼란스러운 시간이었거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천지창조 뉴욕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는데

유툽 영상과 아래 모르친 백작의 사진에서 뉴욕과 인천의 차이점이 보이시나?

...

...

그렇다. 오케스트라의 위치!

아트센터인천은 op석이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 빔을 쏠 장막 뒤로 오케스트라가 위치했는데

이 때문에 오케 소리가 장막에 의해 한 번 걸러져서 들렸을 뿐 아니라

어두운 씬에서도 악보를 보기위해 단원들마다 조명을 밝히고 있었는데 이 조명이 문제가 되었다

프로젝트 빔은 당연히 암흑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아트센터인천은 공연 시작 후에 무대 양쪽 합창석이 완전히 암전되지 않아

모든 영상이 흐릿하게 보였다.

게다가 오케 단원들의 조명은 백라이트 역할을 해서

무대 가운데에 놓여진 크레인의 실루엣이 거대하고 흉물스럽게 드러나게 했다.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크레인이 너무 잘 보이는 민망함이란.

이런 상황을 연출자가 간과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인별에 올라온 리허설 사진을 보면 

오케스트라가 개인 조명없이 리허설에 참여하고 있고

프로젝트 영상 리허설은 암전 상태에서 또렷한 영상미를 뽐내고 있다.

실제 인천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대천사들은 옷마다 작은 LED 전구를 장식했는데

뉴욕 영상을 보면 성스럽고 우아하게 빛나는 옷들이지만

인천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있는 꼬마전구선을 감고 있는 듯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없이 다다닥 붙어있는 빛들이 우스꽝스러웠다.

고급스러운 노랫소리와 어울리지 않아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이렇게 할거면 원래 버젼으로 오케스트라 앞에 서서 부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생각하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군데군데 아이디어가 빛나는 연출도 있었다.

행성의 움직임, 짐볼 같은 풍선들이 모였다 흩어지면서 새싹도 되었다가 구름도 되었다가 아담과 이브의 집이 되기도 했다.

(눈알이 되어 눈동자가 깜빡깜빡하기도 했는데 이 눈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건지?)

주변만 어두웠다면 훨씬 신비롭게 느껴졌을 장면들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

뭐랄까.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 뉴욕 공연의 짝퉁 버젼을 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