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케이지

햄스터 기를 때 이것저것 많이 필요하죠. 케이지, 사료, 간식, 쳇바퀴, 베딩, 화장실, 기타 장난감 등등등등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케이지입니다. 사료? ㅈㄹㅇ같은 몹쓸 사료만 아니라면 당장 문제는 없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요. 간식이 모자라면 사육자가 먹을 과일이나 채소 귀퉁이 좀 잘라서 주시고, 베딩이 좀 모자라면 키친타월 쓰셔도 됩니다.

하지만 케이지, 즉 햄스터의 영역은 사육자 스스로 확장해주기 전까지는 그 어떤 해결책도 없습니다(방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동기갤에 사육초보자(아니면 어그로?)가 작은 햄스터케이지 올리고 욕먹는 거 종종 봅니다.

그때 보통 갤러들이 제시하는 사육장이 바닥면적 약 2100^cm인 68L짜리 리빙박스죠.

다음 그래프는 햄스터 스트레스 지표 중 하나인 케이지의 철장 갉는빈도를 사육장의 크기별로 나타낸 겁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68리터 리빙박스도 넉넉한 크기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딱 어디서 까이지 않을 수준인 거죠.

점수로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5~6점? 그렇다고 제가 '감히 햄느님을 고작 68L리빙에 키워!! 빼애애애액!' 하려는 건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사육자의 형편과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육장으로 쓸만한 것이 리빙박스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한 몫 합니다. 다만 본인이 여유가 있고 기르는 햄스터가 더 낫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간식, 장난감 같은 것에 눈돌릴 필요 없이 케이지를 넓혀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2. 골햄이 굴파기를 위한 베딩

단언컨대 베딩은 깊게 깔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제도 댓글로 말씀드렸지만 골햄이 굴을 파기 위해서는 최소 30~40cm 깊이의

베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햄스터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연구결과도 있죠. 실제로 몇몇 골햄 사육가이드에서는

베딩을 30cm 정도 깔아줄 것을 권장합니다. 일부 갤러가 '햄바햄'이다. '습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해서 햄스터 건강에 좋지 않다'

라고 하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야생 햄스터는 굴을 파서 살고 있고, 넉넉한 베딩은 종의 생태를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햄바햄이라고 간단히 치부할 수 없죠. 물론 일반적인 사육법에 비해 관리가 힘든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베딩을 깊숙하게

깔면 습기가 차고 세균이 번식해서 햄스터가 병에 걸린다? 그건 단순히 사육자가 관리를 안 한 탓입니다. 40cm라고 해봐야 성인이

팔 한번 뻗으면 닿고도 남을 높이입니다. 겨울에 난방 안 해서 햄스터가 죽는 것과 똑같습니다. 사육자의 변명이죠.

한마디로 30~40cm가 넘는 베딩을 사육자가 감당할 수 있다면 리빙박스 위에 첫눈 내리듯 솔솔 뿌려준 것보다 훨~씬 훌륭한 사육법이라는 겁니다.

디깅박스를 제가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작게 만든 디깅박스는 골햄이 파고들지 않습니다. 가끔 왔다 갔다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디깅'박스는 아니죠.

행여나 골햄이 만족할 만한 디깅박스가 만들어졌더라도 문제가 생깁니다. 보통 햄스터 사육자가 생각하는 디깅박스는

어린애들 모래놀이터 같은 의미입니다. 잠깐 거기서 놀다가 자기 집에서 자고 이런 걸 바라는 거죠.

하지만 골햄은 디깅박스가 마음에 들면 아예 그쪽으로 터전을 옮길 가능성이 생깁니다. 예, 사육자의 준비도 없이요.

갑자기 자던 데 놔두고 디깅박스에서 먹고 자고 싼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게다가 디깅박스용 베딩으로 사막모래를 추천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닥입니다.

간혹 골햄이 시리아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어디 사막모래 속에서 사는 걸로 오해하시는 분이 계신데.. 아닙니다.

햄스터가 사는 땅은 식물의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고, 이미 다져진 상태이기 때문에 굴이 파지는 것이지

모래 같은 걸론 굴이 파지지도 않습니다. 햄스터의 습성을 이용해 사육자가 모래로 낚시질 하는 것일 뿐이죠.

그래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 돈, 시간, 노력으로 다른 데 투자하는 게 사육자나 햄스터를 위해서도 낫기 때문이죠.

그래도 밑져야 본전! 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