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우리가 천재라고 하는 애들 전부 다 만들어진 천재 아닌가 싶다.

어릴때 미적분 풀면 천재? 무슨 올림피아드 수상하면 천재? 물론 나도 그 나이때는 그게 천재의 지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과학을 비롯해 모든 학문이 높이 올라갈수록 한 단계 더 나아가기가 정말 끔찍하게 어렵단 걸 감안하면 특히나. 어차피 고등학생 대학생때 되면 다 풀게 될 미적문제 경시문제, 굳이 수년 먼저 할 줄 안다고 뭐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올림피아드 수상자 중에서 사교육 안 받고 순수히 혼자 힘으로 해낸 친구 있나? 막말로 IMO/IPhO/IChO/IBO 대표단이 몇년째 (사교육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특정 학교, 특정 지역에서"만" 나온다는 사실은 유명하지.

사실 내 고등학교 시절만 돌아봐도, 중1 중2출신으로 고등부 올림피아드 실적 정도는 들고 들어온 동기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걔네들 중 중학교 시절의 퍼포먼스를 고등학교에서 유지하는 비율은 절반이 안 되고, 고등학교 시절의 퍼포먼스를 대학교에서 끝까지 유지하는 비율은 살아남은 사람 중 역시 절반이 안 되며, 대학교 시절의 퍼포먼스를 연구하면서 끝까지 유지하는 비율은 거기서 또 절반이 안 되더라. 아직 교수님 나올 학번대는 아니라서 이후의 일까지 뭐라 단언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현재 뛰어난 친구들의 7~80%이상은 결코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까지 '특별한' 친구들이 아니었다(물론 올림피아드 수상이나 특목고-설카포 테크 자체를 특별하다고 본다면 그건 특별한 거겠지만). 물론 이들 중 누가 몇십 년 뒤에 정말 훌륭한 성과를 낼지는 또 아무도 모르는 거고.

그런고로 난 이번에 화제가 된 송유근은 물론이고, 여기서 종종 회자되는 이수홍 같은 경우조차도 '천재'라는 칭호를 달기에는 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천재' 딱지는 최연소로 뭔가를 해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꾸준히 성실하게 연구한 끝에 한 분야에서 대성한, 말하자면 7~80대가 다 되어서 노벨상을 받더라도 그런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칭호다. (물론 수학은 학문의 특성상 '시험'과 '연구'의 상관관계가 타과보다는 좀 높을수 있다는 건 인정하고.. 내가 아는 IMO금 출신들을 비교해 볼 때, 또 이수홍 본인과 부모님의 교육철학을 감안할 때, 그가 진짜 '천재'다운 연구성과를 내놓을 확률이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높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가 정말 아인슈타인 같은 뭔가를 해내기 전까지는 차라리 관련 분야 사람들이 아니라면 관심을 꺼주는 게 좋겠지.)

더불어 이 나라 사람들은 천재병에서 좀 벗어나야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는 친구(동생)들 - 일부는 언론에 노출되었고, 일부는 운이 좋게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 의 삶을 비교해 볼 때, '최연소' 타이틀은, 최소 쓸만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의 퍼텐셜을 막고, 당사자도 주변인도 피곤하게 하며,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을 대상으로 트루먼 쑈를 벌이는 거나 다름없는 악랄한 짓거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