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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ㅍㅂ에서 공유 되던거 퍼왔어ㅠㅠ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62) 2015.11.30 10:00:03
조회 2367 추천 60 댓글 14

가끔씩 어떤 기사를 볼 때마다 과연 필자가 얼마나 발로 뛰었고, 얼마나 경험했고, ‘현장’에 있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나는 조성진이 2012년 6월 샤틀레 극장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라디오 프랑스와 함께 협연하던 날을 기억한다. 프랑스-한국이라는 주제로,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과 메시앙, 조성진의 피아노 협연이 있었다.
예술감독의 고국에서 온 작곡가와 연주자로 꽉 채워진 프로그램이었는데,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슈>가 프랑스 초연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연주할 홀의 음향이 건조하기로 악명이 높아 걱정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조성진은 그날 놀라운 연주를 들려줬고, 4곡의 앵콜을 선보이며 앳된 얼굴과는 달리 스스로 이미 완성된 ‘피아니스트’라는 걸 만천하에 선보였다. 같은 해에 차이코프스키 콩쿨의 우승자인 다닐 트리포노프가 유럽을 들썩이며 새로운 거장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았다. 뜨겁고 열정적이고 완벽한 연주, 그 이상의 아우라가 담긴 연주로 모두를 사로잡아버리는 다닐을 만나 아쉬웠던 2010년 쇼팽콩쿨 이야기를 했었다. 다닐은 그때 3위에 그쳤는데, 결승 결과를 두고 논란이 꽤 있었다. 다닐이 쇼팽 콩쿨에서 3위에 그쳤기 때문에 차이코프스키 콩쿨에 나와 Hungry&Angry 정신으로 무장한 채 연주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다닐은 유태인혈통의 러시아인이며, 게르기예프의 비호를 받아 성공적인 데뷔는 물론, 가장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다운 무대로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나는 지난 3년간 조성진을 살 플레옐과 마레지구에서 여러 번 마주쳤다. 올 4월 12일 서울시향과의 협연에서 앵콜로 연주한 쇼팽을 듣는 순간, 그가 얼마나 성실히 거장들의 연주를 들으며 착실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쌓아왔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날 그 녹턴을 듣고 너무 가슴이 떨려서, 쇼팽 콩쿨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음은 물론, 결과에 상관없이, 그가 얼마나 쇼팽의 영혼에 이미 가까이 다가서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피아노 앞에서 쇼팽의 마주르카나 녹턴이 ‘음악’으로 들리게 하려면 얼마나 많은 헌신과 노력을 해야하는지, 어쩌면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피아노를 가장 아름답게 들리게 하는 이 작곡가를, 우리의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하고, 나아가 거기서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수준으로 연주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과 얼마나 커다란 크기의 재능이 필요한지도 말이다. 조성진은 이미,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지만, 이번 콩쿨을 통해 쇼팽이 인생의 절반을 보낸 프랑스에서 그가 지난 3년 넘는 시간동안 음악적으로 성장하며 쇼팽의 에스프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단지 순위가 아니라, 이게 얼마나 높고 귀한 일인지, 그 가치를 안다면 우리는 감히 ‘성공’운운을 논할 수 없다. 축하해주고 격려해주며 이런 눈부신 연주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말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유럽에서 아시아계 연주자들이 (국적이 북미/유럽인 경우에도 여전히) 어떤 차별과 편견어린 시선을 감내하는지 다들 짐작이나 할까. 클래식은 자신들의 음악이라는 자부심에 사로잡힌 유럽인의 시선을 받아내며 드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어디가서 말못할 무수한 모욕과 차별, 깎아내림과 빈정거림을 감수해야 하는지 안다면 말이다.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음악가들은, 그 모든 마이너스 요인들을 다 이겨내고 오로지 없는 길을 내가며 본인의 실력 하나로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다. 그나마 음악은 장식도 연출도 과장도 통하지 않는 장르이고 한국인 음악가들의 기량과 노력이 눈물겹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성지니도 한국 음악가들도 모두 화이팅ㅠㅠ



출처: 내일도 칸타빌레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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