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홍삼 원샷하고 후기 쓴다ㅠㅠ

요즘 생각하는건데 회전문은 돈도 돈이지만

체력과 시간이 관건인 것 같아.

오늘 공연 보면서 가장 좋았던 건 밤공 1막 편지씬.

토퍼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엄마의 편지를 보면서

그게 마치 1막 초반에 말하는 별 같다고 생각했어.

엄마의 죽음이라는 빅뱅을 겪은 이후로

아빠의 거짓말 우주는 토퍼 안에서 끝없이 팽창해 나가.

편지들은 빛의 속도보다 빨리 팽창하는 우주의 별처럼

토퍼에게 닿지 않고 멀리 멀리 나아가버리지.

근데 사실은 엄마가 죽은게 아니었다는 아빠의 고백 후

거짓말 우주는 팽창을 멈추고 

그 편지들이 토퍼에게 후두두둑 쏟아지는 거야.

그때가 되면 세상의 끝이라는 걸 알게될거라고 하지만

편지가 쏟아지는 모습이 보면 기만의 끝처럼 보여서

토퍼는 괴롭고 힘들어하지만, 되게 희망적으로 느껴지더라고.

쓰다보니 엄청 자의적 해석의 끝판왕같이 느껴지는데-_-

여튼 보면서는 그 희망적인 기분이 너무 좋았어.

어제 자둘하면서 1막 좋고 2막이 좀 지루했었는데

낮공은 반대로 1막이 살짝 지루하고 2막이 좋았어.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김아빠 노선때문에 그랬나봐.

김아빠랑 늘토퍼가 오늘 낮공이 처음이라고 알고있는데

그래서인가 김아빠 되게 무섭더라ㅠㅠ

대사에서는 아빠가 인내심이 강하고

엄마가 떠난 동안 토퍼의 모든것을 돌본다고 하는데

김아빠의 연기는 마치 토퍼를 혼자 돌보길 처음 하는것 같음.

뭔가 세심하게 케어해준다기보단 토퍼 앞에서 안절부절...

대사 상당 부분하고 괴리감이 느껴졌어.

토퍼에게 '친구'라고 부르면서 이봐 친구, 하는 뉘앙스를 주는데

김아빠-늘토퍼는 누가봐도 전형적인 유교문화 한국가정의

가부장적인 아빠와 기가 억눌려있는 아들의 모습이었음;;;

이게 그저 좋다 나쁘다는 아니고, 2막에서 토퍼가 아빠를 피하고

그런 아들한테 다가가고 싶어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나름대로는 설득력이 있어서 괜찮다 싶기도 했어.

(웰링턴을 죽인것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

김아빠 심아빠의 노선은 확실히 대비되서

공연이 무르익으면 토퍼들이랑 붙을 때 느낌이 확 다를듯.

늘토퍼가 심아빠랑 붙을때는 집에와서 랍스터구이! 외치고

심아빠는 그래... 그거 간단하지... 그래;;; 이러는데

김아빠한테는 (아마도) 원래 대본대로 구운콩과 브로콜리, 하더라.

(뻘이지만 그거 구운콩 맞나;;; 영국식 baked beans겠지?

오븐에 굽는거니 구운콩이지만 익힌콩에 가까운 식감인데

구운콩이라니 빠삭빠삭 할거같은 느낌이라 이상해ㅎㅎ)

양엄마와 김엄마의 가장 큰 차이는 토퍼가 화를 낼때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를 외치며 비는 어린 김엄마와

'미안해'라고는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상황 도피하려는 양엄마...

심아빠-김엄마는 어린 엄빠가 사고쳐서 토퍼 낳은 느낌인데

김아빠-양엄마는 폭발하는 아빠와 도피하는 엄마 느낌이었음.

개취로 양엄마가 자기얘기 하면서 토퍼옷 갈아입히길 늦추는 디텔이나

우주로켓연료 먹이려고 할때 200ml, 400ml 말하는 디텔 좋음.

로저!! 오늘 김로저가 토퍼에게 어린이용 책 주는 장면에서

낮밤공 둘다 셔츠 벗고 런닝셔츠만 입은 채 주던데 원래 이랬나?

플뷰때는 셔츠 다 입고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집안에서 편하게 있는다는 느낌 줘서 되게 좋았어.

그리고 관리 잘된 팔뚝이 멋있는 아저씨라고 생각했닼ㅋㅋㅋ

쫄딱 젖은 토퍼가 집으로 들어가면서 토비 먹을것도 있냐고 물을때 

양엄마가 '로저 아저씨가 주실거야! 그렇져 로저아저씨이~' 하는데

되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네-◇-' 하는 부분 진짜 좋다ㅎㅎ

다른 개롤 후기에서 읽은 얘기지만 로저 대사중에

유일하게 토퍼에게 오구오구가 아닌 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이 집안에서 행복한건 네가 유일해-였나)

그 부분이 정말 마음에 와닿았어.

지현시오반 사랑하고...

늘토퍼가 선생님 집에서 살고싶다는 얘기 할때 거절당하면

내가.. 통제불가능한 사람이라서--- 할때 조금 울망울망 느낌이거든.

그때 지현시오반이 안심되는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할때 참 좋아.

근데 오늘 밤공에서였나 엄마 편지 읽으면서

'엄마는 비서일을 한적도 없고 런던에서 산 적도 없다'에서

런던을 영국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내가 잘못들었나.

내가 들은게 맞다면 엄마 강제출국각;;;

밤공 1막에서 초반 경찰 때리는 씬부터 토퍼 시계 날아갔고

줄이 끊어졌는지 늘토퍼가 내내 주머니에 시계를 넣고 있었어.

중간중간 시계 보는 씬마다 주머니에서 꺼내 보더라고.

1막이 암전도 토퍼 퇴장도 없어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겠지만

당황하지 않고 집중력 쫙 올리며 대사 클린하는데 대단하더라.

다만 아쉬웠던 건 토퍼가 계속 손목을 보면서 초조해하고

정확한 시간에 집착하는 아스퍼거증후군 표현이 있는데

오늘 밤공으로 자첫자막한 사람들은 그게 잘 다가오지 않았겠지...

(두번보새오)

종일반 한 배우들도 넘나 수고했고 내 허리도 수고했고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 한밤개 너무 좋다.

(개취로 탱연출은 쭉 믿고보는 연출 될거같음ㅎㅎ)

근데 종일반은 앞으로 고민 좀 해봐야 되겠다.

공연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관객인 나는 왜이리 힘이 들지...

후기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