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대학교라는 사이트가 있다. 유머싸이트를 표방하는 대형포털인데, 지금은 그 위세가 줄었지만 과거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커뮤니티 중 하나였다. 주 이용자층은 대학교란 타이틀엔 어울리지않게 10대 초중반이 대부분이었으며, 나도 이 당시 웃대의 회원이었다.

하루는 2002년 연말을 맞아 연호에 대한 화제로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던중 누군가가 '님들 2016년은 병신년임ㅋㅋ'이란 글을 올렸고 사람들은 이에 재밌다며 낄낄댔다. 나역시 같이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웃고있는 와중에 마음한켠에선 2016년의 나를 상상해보려 시도했다. 당연히 불가능했다. 당장 겨울방학동안의 학원스케쥴만 해도 버거운 중학생인 나에게 2016년은 절대로 오지않을 까마득한 먼 날쯤으로만 생각될 뿐이었다. 화제는 이내 자위, 만화, 개콘 따위로 넘어갔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15년 12월 31일이 되었다. 나이를 덜먹고 철 없던 소년은 간데 없고 나이를 먹고 철은 여전히 없는 늙은이 한명이 여기서 이런 잡설을 쓰고있다. 10년을 넘어선 개인의 보잘것없는 일화가 완결을 맺는 순간이다.

인생은 너무나 짧아서, 문틈으로 쏜살같이 달리는 말을 보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삼국지에 나온다. 그 표현대로,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무한한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채 앞으로도 계속 흐를 것이다.

다음 병신년은 2076년이다. 시간이라는 괴물이 그때까지 나를 스러트리지 못했다면 늙은 노인이 2016년에 이런 글을 썼음을 추억할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또 다른 보잘것없는 일화의 완결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다들 새해복 많이 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