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바발은 엘송 자첫이었어!

스포 당할까봐 디테일이랑 후기도 안 찾아보고 갔고... 코끼리 노래만 알고 있었어

그래서 디텔보단 감정선 위주로 쓸거야

엘송은 한달 전에 예매해 두고 혼자 돜돜했던 극이었는데, 진짜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아.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배우들 얘기부터 해볼까 해

늘마

늘보 연기 잘한다고 듣기만 엄청 듣고 프레스콜만 돌려보던 배우였는데 오늘 드디어 무대 봤어

사실 연기천재 연기천재하던 개롤들 말 조금 오바해서 칭찬한 거려니 싶었는데 그건 내 오만이었던 것 같아

보는 내내 무대를 어떻게 휘어잡을지 아는 배우같았어 진짜 영리하다는 말이 딱 맞더라

사실 오늘 낮공이 완전 어수선하지도 않았지만 막 덕덕한 분위기도 아니었거든

근데 늘보는 어떻게 하면 관객이 무대 위의 자신을 볼지, 어떻게 하면 극이 흡입력있어질지 스스로가 컨트롤을 하고 있더라구

그래서 진짜 대단한 배우구나 싶었어 감정타는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또 보고싶다

고린버그

박사미 낭낭한 선생님이었던 것 같아, 대사가 차갑긴 했지만 세부적인 면은 따뜻해 보였어

온전히 찌든 사람은 아니고 그냥 세상때문에 지친 사람같아 보이더라구.

마이클에 대해서도 갈수록 궁금해하는 것 같았고, 극이 끝날때 쯤엔 뭔가 배운것도 있었겠지

고터슨

진짜 동네 병원에서 안면튼 간호사같은 느낌이었어... 편안하고, 캐릭터를 잘 잡은 것 같더라

마이클과 피터슨 사이에는 암묵적인 경계선이 있었는데 그게 또 슬프고 그렇더라고

마이클이 피터슨한테 온전하게 마음을 열었더라면, 피터슨이 마이클을 조금더 편하게 해줬던라면 결과가 조금 나아졌을까?

그리고 극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로렌스

사실 난 로렌스가 가장 궁금하더라고. 어떤 사람이었을지도, 마이클에게 무슨 말을 해줬을지도.

상대적으로 늘보의 캐릭터 해석이 길어졌는데 그만큼 연기가 너무 좋았어

그래서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해

일단 미카엘이라는 이름... 병원복 의상이랑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 신비롭고 구원적이었어.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적 배경도 필연적이었던 것 같아 그는 피터슨과 어윈의 크리스마스 선물인거지

마이클이 극중에서 정신질환자로 나오잖아 나는 근데 거기에 조금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어

정신질환자라는 딱지 자체가 마이클한테 미친척을  강박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 강박적인 미친척 사이에 자신의 내면을 의도적으로 투영시킨거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너무 불쌍했어 대놓고 불쌍한 게 아니라 진짜 짠하게 불쌍하더라...

반복적으로 하는 우스갯 소리들(알레르기, 코끼리얘기)도 결국 비극적 결말에 대한 복선을 주려는 거였고

마이클은 영리한 아이야 누구보다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지

마이클이 어윈과 대화하고 싶었던 건 자신에 대해서 만큼은 어윈이 휜 도화지여서 그랬을거야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죽음에 다다를 수 있었던 거였지만.

끝날때까지 마이클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 너는 사랑받아야 하는 아이야 마이클하고 말이야.

마이클이 사파리 얘기 꺼낼 때 있잖아 진짜 코끼리 여러마리가 보이는 것 같았어

그건 진짜 8살 아이의 표정이었고, 그 앞에서 죽어가는 코끼리 마저 너무 생생해서 가슴이 아프더라

늘마가 대단한 건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을 관객한테 온전히 보여줬다는 게 나는 솔직히 소름돋더라...

엘송의 큰 주제는 사랑이잖아

마이클은 그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그들에게 온건지도 몰라.

비극으로써 희극을 만들고 싶었던 거지. 선생님과 부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사랑받게 해주세요 라면서.

안소니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하고 싶은데

내 개인적인 해석은 안소니는 엄마에 대한 애착도 있을 테지만 그보단 자신의 내면을 코끼리로 형상화시킨 거 같아

그래서 안소니를 안고 있는 내내 마이클이 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것 같았어.

아무한테도 받지 못하니까, 자기 자신이 주는 것 같은 느낌.

마이클과 로렌스 선생... 로렌스는 마이클에게 두번째로 사랑받을 수 있을거란 희망을 준 사람이잖아

정신적인 사랑보다 육체적인 사랑을 원했던 건 확신하고 싶어서 였던 것 같아. 원나잇이든 어쩌든 그건 증거가 남으니까.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을 때, 죽음에 대한 단념도 쉬웠을 것 같아

당신은 나와 내가 원하는 것 그 사이에 있어요. 이 대사 너무 짠내나 ㅜㅜㅜㅜㅜ

죽음을 물리적으로 가능케 하는 초콜릿과 암묵적으로 죽음을 준비한 나 사이에 당신은 연결점이라는 거겠지.

개인적으로 15살때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얘기가 아직도 너무 슬퍼.

지금의 마이클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일이라는 것도...

영양가없는 후기였네 혹시 읽어준 횽 있으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