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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 후기 - 우리 국오가 달라졌어요

D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1.17 14: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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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학민킴 부임 이후 모든 오페라가 폭삭 망하면서 갤의 분위기는 ‘이게 다 김학민 때문이다’로 수렴될 정도였음. 루살카 부터 거하게 말아먹으시더니 오를란도 핀토 파초도 이상한 지휘자를 데려오고 연출도 구린데다가 이번 토스카도 지휘나 연출이나 망작이라는 평이 대부분이었지.


그래서 나도 그렇고 다들 로엔그린에 대한 기대를 많이 접었을 거야. 설상가상으로 파르지팔의 전설 차그로세크도 펑크내고ㅜㅜ 필립 오갱은 커리어는 괜찮아 보이지만 뭐 실전에서 어떨지는 잘 모르니까. 못하면 별명 붙이긴 참 쉽겠다 싶었어. 필립 귀갱!


카를로스 바그너는 2008년에 국오랑 살로메를 한적이 있지. 그 때 타이틀롤이 국오 단장 부임하자마자 쫓겨난 한예진인 걸 생각하면 참 시간이 많이 지났다 싶어. 그때 공연 나도 보러갔지만 난 오알못 꼬꼬마였고 연출이 참 특이했다는 거밖에 기억이 안나. 대충 남아있는 인상으론 무대 구성이 꽤나 입체적이고 의상부터 상당히 도발적인 연출이었어.


이번에 현대 정치와 엮어 연출한다길래 기대반 걱정반이었지. 일단 제일 가까운 토스카가 괜히 이도저도 아닌 근대 배경으로 옮겨서 망했으니까. 하지만 카를로스 바그너는 다니엘레 같은 이태리 연출가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연출가였음.


좋은 연출은 뭘까? 내 나름의 기준을 내세우면 1. 작품의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해석을 가지고 있고 2. 그 해석을 연극적으로 설득력있게, 몰입할 수 있게 표현해내고 3.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지. 오래 고민한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쓴 거임. 여기에서 1번 항목이 더 강조된다면 작품에 담긴 수수께끼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답변해준다던가, 관객의 뒷통수를 때리는 새로운 해석을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지. 이번 로엔그린 연출은 이 모든 걸 이뤘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한 연출이야.


음악 이야기는 뒤에 하기로 하고, 연출만 이야기해보자. 1막 전주곡이 끝나고 막이 올라갔을 때 펼쳐지는 무대의 비주얼에 일단 100점 만점에 85점이다 싶었어. 무대 형태는 이미 여러번 보도 되었는데, 중앙에 반원형 + 계단형 의회 좌석이 있고 그 뒤, 그러니까 무대 안쪽에는 그 원탁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이 있어. 스테파노 포다의 안드레아 셰니에 1막 무대를 연상케 했는데 그것보단 더 현대적인 이미지였음.


무대가 처음 나왔을 때 놀랐던 건, 합창단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거였어. 세상에 우리나라 오페라에서 합창단이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다들 의회 책상에 앉아 스탠드 켜놓고 바쁘게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지. 안 그래도 이거 보기 전에 2015 메트 오텔로 영상에서 목석처럼 서있는 합창단 보고 빡쳤는데 오늘 공연 막이 올라가자마자 항암제를 맞은 기분이었음. 무대가 살아 움직이고 생명력이 있는데 그게 그냥 의미없는 움직임이 아니라 연극적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설득력 있게 만든다는 거지.


카를로스의 연출이 올해 국오 작품과 다른 건, 자신의 해석을 연극적으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야. 디테일이 아주 살아있음. 예를 들어 하인리히 왕은 처음 연설 장면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에 안경을 벗어서 닦아. ‘아 ㅅㅂ 얘들 앞에서 연설은 해야되는데 내가 뭐라는지 나도 모르고 얘들도 안듣고’라는 느낌이지. 우리 다같이 독일 땅을 지킵시다!라고 연설을 끝마치면 의원들이 종이 던지면서 화를 내지. 지금 이 나라가 무슨 상황이고 하인리히와 합창단원(의원)들이 무슨 관계인지를 연극적으로 말이 되게 표현하는 거. 


이 때 의상 역시 아주 섬세하게 짜여있어. 하인리히는 옛날 나치 장교가 생각나게 하는 옷을 입고 있어. 가슴엔 누가봐도 군인인걸 알 수 있게 훈장을 주렁주렁 메달고 있지. 의원들은 대체로 무대 색깔과 비슷하게 회색 톤의 정장을 입고 있어. 정말 훌륭한 건 각각의 옷이 모두 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과 색상으로 돼있다는 거지. 우리나라 오페라단에서 이런게 된다니! 그래서 이 무대의 모습을 훨씬더 현실적으로 만들어.


여튼 이렇게 하인리히는 다른 의원들과 다르게 군인 신분이라는 게 명확하게 나타나. 그래서 의원들 앞에서 전쟁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여기에 왕의 전령 역시 캐릭터를 정말 잘살렸어. 혼자 눈에 띄게 파란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 그리고 빨간 신발을 신었어. 아 난 이 빨간 신발 하나가 그렇게 마음에 들더라. 한창 잘나가는 젊은 인텔리 느낌이야, 그런데 장군인 하인리히를 보좌하고 있지. 하인리히 옆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비서 느낌이 딱 난다고 해야할까. 하인리히가 무식하게 일 처리를 하면 이 전령이 뒷처리하느라 애쓰는 거지. 텔라문트가 고발하니까 하인리히가 ‘야 그럼 결투로 재판하자!’하니까 이 전령은 ‘아 ㅅㅂ 또 무식하게 일 처리하네’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꼭대기로 올라가서 일을 처리하지. 로엔그린 안 온다고 또 부르라고 하니까 혀를 입안에서 놀리는 부분이나, 결투하기 전에 결투 법칙이 담긴 책을 투덜투덜 가지고 온다든가. 이런 디테일이 살아있어. 반대로 하인리히는 결투 법칙 설명하면서도 옆에 의원한테 ‘이거 이렇게 읽는 거 맞아?’라는 식으로 묻고 있고.



그럼 엘자는 또 어떠냐. 카를로스는 엘자를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어린 사람으로 표현했어. 사실 이런 해석이 새로운 건 전혀 아닌데, 그걸 정말 잘 표현했어. 처음에 나올 때부터 정신줄 놓고 있고 종이로 비행기 접고 놀고 있다든가, 종이로 왕관 만들어서 쓰고 놀고 있고. 하인리히가 묻는데 제대로 대답 안하다가 ‘엘자!’라고 외치니까 깜짝 놀라서 쓰러진다든가. 그러다 로엔그린이 안나타나니까 하인리히한테 한번 더 불러달라고 하인리히 껴안으면서 징징대는 장면은 또 얼마나 사실적인지. 로엔그린이 등장했을 때도 혼자 책상 뒤에 숨어서 얼굴만 빼꼼히 내놓고 쳐다봄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로엔그린이 ‘나 엘자 구하러 옴!’이라고 말하니까 또 놀라서 쓰러지고ㅋㅋㅋ 엘자가 어떤 캐릭터고 이런 걸 연출이나 가수가 입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무대 위에서 그냥 다 보여주거든. 


오늘 프로덕션에서 제일 큰 변화는 로엔그린이지. 카를로스는 로엔그린을 위험한 독재자로 표현했어. 갑자기 등장해서는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나에 대해 절대 묻지 마라는 말을 하지. 근데 이게 등장부터 골때리는 게, 로엔그린이 백조를 타고 오잖아. 근데 다들 알다시피 이거 고트프리트거든?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거 충분히 로엔그린을 나쁜놈으로 볼 수 있거든? 지금 백조 된 고트프리트한테 자기 배나 끌고 가라고 시킨 거잖아. ‘아니 얘가 마법에 걸려있어서 1년이 지나야 마법을 풀어줄 수 있고’ 뭐 그런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대본에서도 마지막에 마법 풀어주고 가는 거 보면 그냥 고트프리트 마법 풀어서 보내주고 그럼 자연스레 엘자 누명도 벗겨질 수 있는 거잖아? 근데 굳이 불쌍한 고트프리트한테 자기 배를 끌게 해서 직접 찾아가서 고트프리트의 자리를 먹어버리는 거거든. 여튼 카를로스는 이걸 적나라하게 표현해. 분명 백조가 끄는 배 비스무리 한걸 타고 오는데 백조의 상태가ㅋㅋㅋㅋ


거기다 또 전투 장면은 얼마나 웃긴지ㅋㅋㅋㅋ 남들은 ‘ㅅㅂ 지금 장난하냐’ 싶었겠지만 난 순간 뿜음ㅋㅋ 로엔그린을 제대로 비꼬는 B급 블랙 코미디 느낌이었음.



자, 카를로스는 로엔그린을 ‘실은 나쁜 독재자’라고 표현했어. 그래서 2막에서 텔라문트가 자길 공격하는 장면도 이 점을 반영해. 텔라문트가 하인리히한테 ‘야 나한텐 대답 안하겠다니 너가 좀 물어봐라’라고 말하면 하인리히가 딱 대답을 하려고 머뭇거리면서 연단으로 나오는데, 이 때 로엔그린이 하인리히가 마이크 잡기 전에 자기가 먼저 ‘나는 엘자한테만 대답할거임’ 이라고 말하는 거지. 이때 멘붕하는 엘자의 표정이 압권. 


사실 하인리히는 로엔그린의 등장에 상당히 긴장하고 있어. 왜냐면 로엔그린의 복장이 딱 하인리히 복장에서 색깔만 바꾼 느낌이거든. 나치 장교 같은 모자도 그렇고. 하인리히 입장에선 경쟁자가 등장한것 처럼 보일 수 있는 거야. 그래서 텔라문트의 요청에도 선뜻 로엔그린의 편을 들어주기 뭐한거지. 그러다가 대세가 결국 로엔그린으로 기우니까 하인리히는 또 정치적 행보를 보여줘. 로엔그린이랑 악수하면서 다정하게 사진찍는거야. 


3막에서 엘자와 로엔그린의 대화 장면도 꽤나 잘 풀어냈어. 난 대본을 읽으면 읽을 수록, 로엔그린이 정말 커뮤니케이션을 답답하게 한다고 느끼거든. 엘자가 느끼는 불안함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나는 널 믿었고 널 구해줬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이런거야. 사실 로엔그린은 얼마 있다가 엘자 떠날 작정이었으니까 엘자의 걱정이 잘못된 거도 아니잖아?? 


이렇게 새로운 해석을 내놨으면 이걸 뒷수습을 해야한단 말이야? 이걸 제대로 하는 연출이 훌륭한 연출이고 안되면 망하는 거지. 자 이 나쁜놈은 왜 자기에게 뭘 묻지 마라고 했을까? 아니면 질문 좀 받았다고 왜 떠나야만 했을까?


카를로스는 여기서 아주 훌륭한 답안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설득력있는 해답을 내놔. 사실 성배의 마법을 빼버리면 로엔그린이 고작 자기 이름 물어봤다는 이유만으로 브라반트를 떠나야 한다는 게 잘 설명이 안되거든. 이건 어느 연출이나 비슷하게 겪는 문제고. 이번 연출에서는 로엔그린이 텔라문트를 살해하는 걸 이용해. 이 장면을 정당방위가 아니라 진짜 살해처럼 만들거든.  ‘이 놈이 날 공격해서 죽였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사실 로엔그린의 대사일 뿐이고, 살인자가 변명하는 거지. 이때 흰 복장에 새빨간 피를 묻히는 건 시각적으로도 로엔그린의 순수성이 더럽혀졌다는 걸 보여주지. 그리곤 엘자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감히 질문을 했다’라는 핑계로 떠나는 거야. 어라 그럼 엘자의 질문이 무슨 효과가 있는거지?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엘자가 자기 시키는 대로 안하고 의심을 해서 성질을 긁은 게 텔라문트와의 일로 이어지는 거지. 엘자가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엘자가 ‘감히 우리 절대적 구원자를 의심했다’라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


이 3막 마지막 장면도 압권인데, 로엔그린이 ‘엘자년이 감히 나한테 질문이란 걸 함’ 이러니까 합창단이 단체로 엘자한테 삿대질을 한단 말이야. 그러다가 로엔그린이 In fernem Land부르면서 진실을 고백하는데, 다들 귀를 막고 괴로워 해. 진실을 듣고 싶지 않아하는 거지. 이 장면에서 딱 황우석이 생각나더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절대적 영웅이 있고, 그 영웅의 존재에 의심을 하는 사람을 ‘어디 감히 우리나라의 미래를 건드냐 빼애애액!!!’하다가 진실이 밝혀지니까 멘붕하는 거지.


어라 그러면 로엔그린이 그래도 쿨하게 해어진답시고 칼이랑 뿔피리, 반지 주고가는 건 어떻게 하지? 다 방법이 있습니다ㅇㅇ 이거나 먹고 꺼져!


‘로엔그린이 사기꾼이고 고트프리트를 착취한 거다’라는 설정이 마지막 엔딩에서 또 적절한 게, 사실 로엔그린은 떠나지만 고트프리트가 돌아왔는데 마지막에 다 같이 Weh!라고 탄식한단 말이야?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연출가들이 별의별 반전을 시도하지. 어린 히틀러가 나타난다든가, 1년을 못채운 조산한 아이가 나타난다든가. 하지만 여기선 특별한 반전이 필요가 없어. 로엔그린은 사기꾼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브라반트에게 엿을 먹이거든. 



여기에 합창단 연기 지도도 정말 훌륭했어. 하인리히가 좀만 폭력적인 수단을 언급하면 ‘이 정신병자 전쟁광 놈’ 하듯이 종이를 집어던지고. 텔라문트가 ‘엘자가 지 동생 죽이는 거 내가 봄’ 이야기할 때도 다들 집중해서 막 서서히 일어난다든가. 합창단이 살아 움직일 때 미장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전체적으로 정말 잘 보여줌. 로엔그린이 등장했을 때도 그에 대한 맹목적인 열광을 잘 보여줘. 2막에 전쟁 준비하는 합창에서는 단체로 총을 들고 나와서 집총 제식을 보여줘. 남자 합창단원 다들 최소 4주는 군사훈련 받았을 거 아냐? 받들어 총이랑 좌로경계 총 각이 잘 나오더라고. 물론 틀리는 사람도 좀 있긴 했지만. 아마 카를로스도 연출 지도 하면서 좀 놀라지 않았을까ㅋㅋㅋ ‘뭐야 여기 합창단은 왜 이렇게 총을 잘 잡지ㄷㄷ’ 여튼 하인리히가 싸우자고 했을 땐 종이 던지면서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제 로엔그린이 나타나니까 다들 총을 들고 군인이 돼. 맹목적으로 리더를 따르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중간 중간 상당히 까다로운 동선도 많이 있었는데, 특히 2막 끝날때 계단형 의회 탁자를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장면에서 합창단원들 좀 빡쳤을 듯ㅋㅋㅋ 아 그래도 합창단이 고생한 만큼 전체적으로 비주얼이 정말 잘나왔음. 위에서 언급한 in fernem Land에서도 사람들이 정지화면으로 괴로워하는 포즈를 잡는데 진짜 회화 한 폭이 나오더라. 우리나라 오페라 극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음.


여기에 독특한 조명 사용도 정말 한몫 했어. 텔라문트가 고발하는 장면에서 양쪽 사이드에서 주황빛의 각광을 쓰는데 사람들 얼굴에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게 정말 딱이더라. 그리고 2막에서 아침이 됐을 때 원형 무대 뒤쪽으로만 조명을 밝혀서 객석에서 보기에 훨씬 자연스럽고 입체적인 느낌을 줬어. 일부로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것도 굉장히 많았는데, 2막 처음이나 3막 처음 부분에서 음침한 이야기가 나올 때 조명을 측면으로만 쓴다든가 아예 얼굴이 잘 안보이는 영역으로 동선을 짠다든가 해서 가수의 얼굴을 가리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좋더라. 맨날 인물 따라다니는 하이라이트 조명만 보다가 그림자의 미학을 보여준 느낌이었음. 이게 정말 섬세한게, 3막에서 엘자랑 로엔그린이 이야기하다가 딱 엘자가 마음 속의 불편함을 노래할 때 조명이 안 비추는 곳으로 가서 노래하거든. 1막에서 존재감이 약한 오르트루트에게 각광을 쏴서 무대 뒤쪽에 거대한 그림자가 생기게 만들어서 부각시키는 것도 조금 뻔하지만 꽤 효과적이었지.


그래도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다른 인물에 비해 텔라문트 오르트문트 커플이 너무 평범했다는 거야. 캐릭터가 약한 건 아니고, 괜찮은 장면으론 2막 둘의 듀엣 장면에서 서로 싸우다가 같은 가사로 동시에 노래할 때 양끝에서 서서히 접근하는 연출이 단순하지만 긴장감을 만드는데 꽤 효과적이긴 했지. 그래도 다른 4명의 인물이 확실한 캐릭터를 갖는 것에 비해 이 둘이 조금 애매하게, 너무 전통적으로 해석된 느낌이 있어. 로엔그린의 역할이 달라지니 오르투르트가 엘자에게 의심을 심어놓는 것 역시 ‘순수하게 악한 행동은 아닐 수 있다’라는 가능성은 생기는데, 그게 명확하게 설명되진 않았다고 봐. 원래 로엔그린과 오르트루트가 절대 선악 처럼 묘사되는데, 로엔그린이 악인이 되었으니 오르트루트가 조금 애매해진 감은 있어. 그렇다고 ‘사실은 로엔그린을 의심하게 만든 오르트루트가 사실은 착한 놈이다!’라는 무리수는 없어. 엘자가 로엔그린을 의심한 것은 분명 엘자의 어린애 같은 순수함에서 기인했다고 봐. 3막에서도 상당히 어린이 처럼 묘사되는 부분이 있고, 사실 2막 없이 3막에서 두 사람의 대화만 보더라도 엘자가 로엔그린의 출신을 묻는 건 충분히 가능하거든. 더욱이 ‘금기’에 대한 개념이 없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면 말이야. 


결국 카를로스 바그너 ‘어느 순간 영웅적인 지도자가 마법같이 나타나고, 사람들은 그를 맹목적으로 믿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이 때 이 영웅에게 감히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로엔그린의 가장 핵심인 ‘질문하지 말 것, 의심하지 말 것’을 바람직한 것이 아닌 위험한 것으로 바라보는 거지. 작품의 핵심을 거꾸로 뒤집어놓았다는 것,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일관된 논리와 설득력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연출로 평가하고 싶어. 앞서 말했듯이 딱 우리나라 황우석 때와 굉장히 오버랩 되는 게 있기도 하고, 정치판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잖아. 정치 경력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을 때 맹목적으로 열광하다가 결국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절망하게 되는 거지. 



연출 이야기만 잔뜩했네. 아니 우리나라 오페라 연출에서 이렇게 이야기할 게 많다는 것 부터 이미 말이 안 됨ㅋㅋㅋㅋㅋ 아 정말 이 시대의 참된 연출이었습니다. 이전 까지 우리나라에서 본 제일 괜찮은 연출이 베르나르 연출 라 트라비아타 였는데, 베르나르 급의 연기 지도에 독일식 해석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번 연출을 최고로 꼽고 싶음. 시간만 더 있었어도 출연자 대기실에서 카를로스 바그너 기다려서 헠헠 님 연출 최고ㅠㅠ 하고 싶었는데.. 아주 신선하면서도 상당히 명확해 이해하기 쉬운 연출이라는 점에서 영상물로 나온 쟁쟁한 연출에 비해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음.



아무리 연출이 좋아도 음악이 나쁘면 꽝이지. 하지만 음악 역시 올해 국오 공연 중에 역대급이었음. 일단 지휘 필립 오갱이 정말 잘 이끌어주더라. 코심을 도대체 얼마나 굴린건지, 시종일관 놀라운 음향을 들려줬어. 차그로세크가 왔어도 이것보다 잘했을까 싶더라.


사실 전주곡까진 음 뭐 괜찮네 수준이었는데, 뒤로 갈 수록 놀랍더라. 로엔그린에는 예쁜 선율이 참 많이 나오는데 그 선율 하나하나를 절대 그냥 놨두지 않고 예쁘게 프레이징을 처리했어. 그 동안 우리나라 극장에서 듣던 교과서 읽는 듯 무미건조한 반주를 찾아볼 수가 없었음. 여기에 밀어붙이는 부분은 아주 훌륭하고, 무엇보다 현악기 소리가 정말 남다르더라. 이번에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이 객원악장으로 왔다는데, 정말 현악기 소리가 살아있어. 나와야할 때 딱 적당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자신있게 치고 들어오는데 감탄이 나오더라. 특히 바그너에 좀 지랄맞은 현악기 패시지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이걸 안 뭉개고 느낌을 잘 살리더라고. 단순한 음을 해도 소리가 달랐던 게 2막에서 전령 뒤에 나오는 남성 합창에서 현이 코드 하나씩 긋는 것만 해도 진짜 제대로 긁어주더라. 간혹 비올라 파트만 중요한 반주를 할 때가 있는데 이때도 아티큘레이션이 상당히 정확하고 또렷하게 잘들렸어.


오갱은 가끔 오케스트라가 실수를 할 때에도 적절하게 바로잡아줌. 2막 1장에서 오르투르트 노래할 때 한 패시지에서 목관이 박자가 살짝 엇갈렸는데, 이걸 바로 다음 나오는 패시지는 왼손으로 정확히 표시하며 안 틀리게 바로잡더라. 그리고 목관 한명이 혼자 한마디 일찍 나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소리내자마자 바로 아니라고 신호를 보내주더라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모든 장면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음. 간혹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위에서 말한 2막 합창에서 중간에 목관이 잠깐 튀어나올 수 있는 부분에 목관 큐로 제대로 강조하는데 목관이 그걸 또 제대로 표현해서 확실하게 튀어나오더라고.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많이 공들인 것 같음.


그리고 금관도 우리나라 오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폭발하더라. 오르투르트가 혼자 보단! 외치는 장면에서도 어우 진짜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데, 감탄이었음. 3막 간주곡 호른도 훌륭했고. 중간 중간 트럼펫 어려운 패시지도 깔끔하게 잘 처리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믿기지 않을 만큼 잘한듯ㅋㅋㅋㅋ 오갱님 오케를 얼마나 굴리신건가요



오케를 이끄는 것도 좋았지만 가수들을 이끌어 가는 것도 좋았어. 반주의 흐름이 극에 따라 자연스러운 건 기본이고, 서선영이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곳곳에 나오는 피아노와 피아니시모를 정말 잘 살리더라. 가수들이 거의 소토 보체로 노래하는 곳이 꽤 자주 있는 편이었어. 오케 반주도 그만큼 조용히 절제 시킨 것도 중요하지. 그래서 오늘 공연 전체적으로 다이나믹 레인지가 상당히 넓어서 극적인 힘이 좋았음.


가수들은 서선영과 김석철이 투톱으로 뛰어났어. 둘 다 최근 국오 작품에 출연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오늘 들으니까 정말 잘하더라. 특히 서선영의 경우에 연기력이랑 표현력이 정말 대박이었어. 와 이렇게 구구절절한 엘자가 있나. 1막 노래 부터 심금을 울리는데, 목소리 연기력이 진짜 좋아. 슬플 때는 노래가 흐느끼고 오르트루트가 몰아세울 땐 흔들리면서 그걸 숨기려는 느낌이 팍 살아나고 기쁠 때엔 그걸 폭발시키는 힘도 있고. 소리를 필요한 순간에 정말 예쁘게 잘 내고 달콤한 프레이징을 보여주더라. 연기력도 제일 발군이었음.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잘 살려내는 게 앞으로도 오페라 무대에서 엄청 활약할 듯. 


김석철은 에릭 때 목소리 좋네라고 느꼈는데, 처음 등장할 때 목소리가 상당히 미성이라 놀랐음. 뭐 리리코 같은 미성은 아니고 분명히 헬덴테너스러운 단단함이 있는데 비브라토 절제해서 깔끔하고 또 어택을 조심스럽게 내서 예쁘게 낸다고 해야할까. 1막에서는 신비한 인물 처럼 감정 표현을 절제하다가 3막에선 적당히 투닥거리고 in fernem Land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 까지 잘 표현해줌. 작년인가 대구에서 옌취가 로엔그린 말아먹었던 거 생각하면ㅋㅋㅋㅋㅋ 비교 불가임.


반면 외국인 가수들이 좀 아쉬웠음. 일단 하인리히 역 미하일 페트렌코는 워낙 유명한 가수니 기대했는데, 하필 딱 감기 걸린 것 같더라고. 목소리가 제대로 안나오더라. 조금 높은 음에선 쉰소리가 나고, 노래가 계속 불편했음. 1막에선 어 이상하다? 싶었던 게 3막에선 확실히 티가 많이 나더라.


텔라문트 역 토마스 홀은 적당히 힘있는 목소리에 괜찮은 성량까지 피지컬 적인 면에선 괜찮지만 노래가 너무 시종일관 지르는 스타일이더라. 이게 좀 지르는 맛이 있어야 하는 역할이긴 하지만, 선율적인 면보다 연극적인 면이 더 중요한 파트라 적절하게 가사를 곱씹으며 감정을 기술적으로 폭발시켜야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뻔하게 흘러가서 단조로웠음.


오르투르트 역의 카트린 위놀드는 반대로 발성이 뚜렷하지 않았음. 너무 구름 같이 껴있다고 할까. 오히려 고음 쏘아붙이는 건 상당히 훌륭했는데 오르투르트 파트 대부분의 음역에선 충분히 소리가 안나오더라. 저번 대구에서 텔라문트랑 오르투르트 커플이 하드캐리했던 거랑 정반대라 아쉬움이 더 큰 듯.


전령 역할의 손혜수는 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음. 페트렌코가 아프고 토마스 홀이 단조롭게 놀고 있을 때 홀로 자기 파트를 해준 느낌. 전령이 무대 꼭대기에서 부르는 부분이 있어 성량 전달에 손해를 보는 느낌이 좀 있었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이고 전달력 있었어.



하지만 제일 구멍은 합창단이었지.... 물론 로엔그린 합창이 참 어려운 건 그렇다 치지만 1막 피날레를 그렇게 망치는 건 좀 아니지ㅠㅠ 1막 마지막에 서정적인 합창이 나올 때 오케에 비해서 음이 늦는다는 느낌이 있어쓴ㄴ데, 피날레 합창에선 아예 오케보다 한참 더 빨리 달려버리더라고. 합창단 안에서 안 맞으니 아티큘레이션이 날라간건 물론이고 오케스트라랑 완전히 어긋나서 카오스 됨. 진짜 오갱님 환장하셨을듯ㅋㅋㅋㅋㅋㅋ 오케 단원들도 멘붕했을 거야.. 저러다가 멈추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끝나더라. 그래도 2,3막은 좀 나았어. 그렇게 개판을 치진 않았다는 의미야. 성량만큼은 참 크더라. 아니 뭐 합창단을 까고 싶진 않은 게 진짜 소화해야할 연기가 상당히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꽤나 빡셌을 테고, 로엔그린은 합창 파트도 엄청 많은 편인데다 어렵지.


이게 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한 유인촌 때문인데 요즘 그 놈이 토월극장에서 페리클레스 한다고 로비에 대문짝만하게 얼굴이 박혀있네??? 양심이 있으면 저 인간은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도 오지 말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어우 성질이 뻗쳐가지고 정말 ㅅㅂ



정말 훌륭한 공연인데, 국오를 또 잠깐 까고 넘어가고 싶어. 도대체 얘네들은 포스터를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국오가 몇년전부터 계속 적당히 기존 회화들을 가지고 포스터를 만들고 있는데, 오를란도 핀토 파초의 경우 비발디의 비슷한 오페라인 오를란도 푸리오소 위키피디아 이미지를 가져온거임ㅋㅋㅋㅋㅋ 심지어 그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오를란도 핀토 파초에 안나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적당히 백조랑 중세시대 여자 있는 이미지를 쓰고싶었나봄. 그런데 이거 딱 봐도 그리스 신화에서 레다랑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임ㅋㅋㅋㅋ 보통 로엔그린 그림하면 백조랑 로엔그린이든 로엔그린이랑 엘자일텐데, 엘자랑 백조라고 우기고 싶었나봄. 


아니 뭐 적당히 백조 나오니까 그게 제우스든 고트프리트든 상관없다고 치자. 그런데 포스터라고 하면 최소한 공연의 성격을 보여줘야하는 거 아니야?? 아니 연출에선 ‘동화적 이미지를 뺐다’라고 이야기해놓고 포스터는 동화적으로 쓰면 어떻게 함ㅋㅋㅋㅋ 저 포스터 보고 온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백조라고 나오는 인간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엌ㅋㅋㅋ 공연 내용이랑 완전 반대로 홍보하는 건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일까. 이 포스터 보고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무대 기대한 관객들이 우리 카를로스 바그너의 갓연출을 보고 욕하면 그게 누구 잘못일까요? 


아니 제발 포스터 만드는 데 돈 좀 쓰세요ㅠㅠ 진짜 예술한다는 단체에서 예술에 돈을 안쓰면 어쩌자는 거임. 자기들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 그에 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지 왜 맨날 남들이 만들어논 이미지만 찾고 있냐고...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매년 포스터 뽑는 거 보고 반성 좀 합시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 포스터를 얼마나 까리하게 뽑는지 보세요. 메트에서 새 프로덕션 올릴때마다 컨셉샷을 얼마나 기가막히게 뽑는지. 아니 멀리 갈것도 없이 안드레아 셰니에 처럼 무대 미술을 포스터로 쓰면 얼마나 좋아. 





다시 돌아와서, 관객들의 기대를 접게 만들던 국오가 드디어 뭔가를 보여줬어. 가수가 살짝 아쉬운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지. 지휘와 연출 둘이 하드 캐리를 했지. 이번 연출에선 학민킴의 향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 살짝 냄새가 나는 장면이 없진 않았지만, 일단 카를로스 바그너의 대마가 정말 훌륭했지. 

아 요즘 ‘2선 후퇴’ 같은 용어가 유행이던데... 그 내년 프로그램으로 외투랑 보리스 고두노프 정말 잘 뽑혔던데... 딱 그정도까지가... 읍읍


세줄 요약

1. 연출은 월드 클라스. 

2. 지휘와 반주도 아주 훌륭. 가수들도 괜찮음.

3. 제발 앞으로도 딱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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