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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햄스터 수필] 자유와 사랑

두치아빠(125.132) 2017.01.06 17:00:03
조회 1686 추천 2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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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자유를 버리고 자신을 택하도록 한 매력의 소유자, 팜므파탈 뿌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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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쟁취하고 사랑을 추구한 남자 두치


아침을 정신없이 보내고, 아직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쓴다. 이 글은 실화이며, 이는 함께 그 장면을 목격한 내 친동생이 보증한다.

어젯밤이었다. 체육관 갔다와서 씻고 동생과 곱창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동생이 못봤다는 영화 '아저씨'를 보고 "원빈 잘 생겼다"를 한 백 번쯤 외치다가 잠이 들었다. 그랬다, 그 때까지는 아침에 무슨 일이 터질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상은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는 법이다. 마치 무당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일거수일투족 하나하나 조종하는 것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금요일이었다. 동생이 먼저 일어나서 불을 켰다. 그 때까지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여친과 뒹구는 뇌내망상 속에 빠져있었다. 동생이 세수를 마치고, 갑자기 의미심장한 개드립을 던졌다.

"형, 얘네 X쳐"

X은 물론 찹쌀떡, 인절미, 무지개떡, 꿀떡 등등과 같은 종류의 것이다. 그렇다. 처음에는 개드립인 줄 알았다. 워낙 드립 잘 날리는 애니까. 

"뭐여. 어디서 구라를 쳐."
"아 진짜로! 봐봐! 진짜로 한다고!"


마음속으로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를 외치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케이지를 보았을 때, 내 눈에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둘이 같이 있었다.

둘이 교미하고 있었다.

진짜 미친듯이, 폭풍같이 격렬하게 교미하고 있었다.  미친 교미, 폭풍 교미, 파워 교미, 진격의 교미, 광란의 교미, 그런 교미를 하고 있었다.

그랬다, 정황은 이러했다. 수컷 두치의 케이지에는 장난감 시소가 있는데, 원래는 탈출을 우려해서 벽에서 떨어뜨려놓는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무슨 영문인지 내가 무심코 시소를 벽에 붙여놓았더랬다. 
평소에도 탈출하려고 발광하는 뿌꾸와 달리, 두치는 얌전했다. 그랬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그놈을 예의주시했어야 했다. 두치 그놈은 얌전한게 아니라 각을 재고 있던 것이다. 마치 말파이트가 궁을 쓸 각을 재며 R키를 누를 왼손 검지 손가락에 힘을 빡 주는 것처럼, 그놈은 눈에 힘을 빡 주고 탈출각을 재며 빠삐용마냥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 한 번의 탈출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 그리고 잡는 자의 것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시소를 타고 벽을 넘는 순간, 두치의 예민한 코에 어릴 적 함께 지냈던 뿌꾸의 체취가 느껴졌으리라. 그래, 그랬지. 그 때는 어린 소꿉친구였지만, 못된 주인놈의 농간으로 떨어져 지낸지 어언 3개월. 두치는 오랜만에 뿌꾸를 보고싶었으리라. 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뿌꾸는 이미 원숙한 여성이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뭐 물론 파오후가 되어 숨쉴 때마다 쿰척쿰척 소리를 내기는 했으나, 오랫동안 굶주린 두치에게는 뿌꾸가 파오후건 뭐건 상관이 없었다. 

자유냐 사랑이냐, 왼쪽으로 빠지면 바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좁은 케이지에 갇혀 쳇바퀴나 돌리는 생활을 끝낼 수 있다. 맘껏 대평원(?)을 뛰어다닐 수 있다.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마치 진격의 거인 속 조사병단처럼, 그는 꿈이 있는 남ㅈ.. 아니 수컷이었다. 그러나 저 케이지 안에 갇혀있는 뿌꾸를 보라. 외로워하지 않는가. 쓸쓸해하지 않던가. 사악한 주인이 3개월동안이나 둘을 갈라놓지 않았던가.

자유냐 사랑이냐, 평생에 단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날려버리고 사랑을 택한다면, 다시는 이 해방감을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 자유는 누군가가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한 자유다. 사랑을 위해 3개월간 기다리고 각을 재며 겨우 쟁취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유다. 여기서 단 하룻밤의 사랑을 위해 뿌꾸의 케이지로 들어갔다간 다시는 이 자유를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치는 로맨티스트였다. 두치는, 그래, 이 로맨티스트는 사랑을 위해 자유를 버렸다. 

혹자는 두치를 바보천치라 부를 수도 있겠다. 단 하룻밤의 사랑을 위해 스스로 쟁취한 자유를 버리다니. 그러나 두치에게는, 이 로맨틱한 햄쥐에게는 자신이 수개월 간 투쟁한 자유보다 단 하룻밤의 사랑이 더욱 가치가 있던 것이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가치를 위해 어디까지 버릴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하룻밤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어쨋든 정황은 이러하였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열심히 교미하고 있는 두치와 뿌꾸를 일단 떼어낸 후 뿌꾸를 밀웜으로 유인하였다. 뿌꾸에게 밀웜이란 마약과 같은지라 쉽게 뿌꾸를 유인할 수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거사를 마친 두치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치 이 녀석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태연하게 내 손 위에 올라타더니 내가 원래 두치가 살던 케이지로 녀석을 옮겨줄 때까지 그저 천장을 응시할 뿐이었다.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동생은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형은 존내 잔인하다. 3개월 만에 처음 한 건데 어찌 그리할 수 있느냐. 형이 열심히 하고있는데 어떤 거대한 손가락이 나타나서 강제로 떼어내면 좋겠냐. 아직 다 하지도 못한 것 같은데."

동생의 평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마 나도 그때쯤 눈시울이 붉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이미 다 끝냈을거야. 쥐들은 원래 빨리 하거든... 아, 왜 햄스터를 위한 피임기구는 없는걸까."

지금쯤 아마 두치와 뿌꾸는 지난 밤의 일, 그 하룻밤의 격렬한 사랑을 추억하고 있으리라. 곧 뿌꾸는 두치가 남긴 새 생명을 출산하겠지. 곧 태어날 그 작고 조그만 생명들도 자신들이 아빠가 자기의 자유를 희생할 만큼 귀한 사랑이 맺은 결실이요 열매라는 것을 알까.





출처: 동물,기타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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