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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빠(211.255) 2008.08.23 01:32:24
조회 1453 추천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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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학원, 쿵푸 학원 등의 유행은 요즘은 한 풀 수그러들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 매체에서 프라이드FC나 K-1, UFC 등의 MMA 경기를 방송하면서 무예와 격투기에 대해 사람들은 여전히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예와 격투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올 때 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통무술"과 그 "원류논쟁"입니다. 
 
이런 종류의 글을 쓰게 될 때에는, 마치 종교나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대단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술의 대중적 보급이 실현된 이후에는 바로 이 곳의 어느 분이 어떤 무예를 (종종,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수련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기존에 막연히 자리잡은 관념을 깨고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전통무술", "전통무예"라는 것에 대해 한 소리 해보고자 합니다. 
 
...
 
 
"전통무예라는 주장은 많은데, 어떤게 진짜 한국의 전통무예야?"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에 "전통무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예전부터 끊임없이 계승되어온 역사가 뚜렷하게 증명되는" 그런 무술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역사를 공히 추적해보면 오늘날 한국이 \'한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무예는 모두 20세기에 들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 것들입니다. 무술인과 무술계가 1945년의 독립, 1948년의 국가의 수립이라는 시대적 격변기를 맞이하면서, 민족주의적/국가주의적 정체성 확립을 필요로 하던 국가정치의 도구로 이용되면서 "만들어진 전통"을 세우는데 적극 협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태권도의 기원은 부인할 수 없이 일본 쇼토칸(松濤官)/코쥬류(剛柔流) 가라데이고, 국적과 민족을 가리지 않고 가라데를 가르친 후나고시 기친과 같은 일본의 인격적 무술가들로부터 사사한 조선인 제자들이 한반도에 최초의 독자적인 5개 문파를 세웠으며, 나중에 이승만 정부에 들어 그 5개 문파가 통합된 것이 "태권도"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무슨, 고구려니 고려니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은 모두 날조된 수작입니다. 
 
합기도도, 일본 현대 합기도의 원류과 된 대동류(大東流)의 거장, 다케다 소오가쿠로부터 사사받은 관문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만든 것이 일본 \'아이키도\'이고, 비슷한 시기에 조선인으로서 함께 대동류를 배운 고 최용술씨가 한국 합기도의 원류가 됩니다. 그러나, 그 분은 체계적으로 무술을 교육하고 사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용술 "직계"를 주장하는 무수한 제자들이 떨어져나가 다 자기 문파 하나씩 세우면서 한국의 무수한 "합기도" 문파들이 시작된 것이죠. 
 
그 외의 무술들은 전부, 근래 20년~3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하나도 빠짐없이요. 즉, 1970년대 이전에는 한반도에서의 "무술"이란 태권도, 유도, 합기도, 복싱, 그리고 한국 화교들의 도장에서부터 사사받은 제자들이 가르치는 몇 개 쿵후 문파들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오늘날 대부분 "xx도" 무술은 거의 전부가 70년대 이후에 시작된 것입니다. 가끔은,  옛 무예서적(<무예도보통지> 라든지..)을 통해 "전통을 복원" 했다고 주장하는 무술도 있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복원\'된 무술이지, 무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사와 직전, 승계의 과정이 온전하게 끊기지 않고 내려왔음을 추적할 수 있는 전통무술은 아닙니다. 황룡사를 복원하면, 옛 황룡사의 모습을 추측한 결과물이지 정말로 몇 백년 된 황룡사 그 자체가 아닌 것처럼요. 
 
다만, 택견의 경우에는 그 시조인 고 송덕기씨의 행적을 살펴봄에 있어서 어떠한 다른 무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그 고유한 술기의 형태 또한 온전하여 다른 어떤 무술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고 보이기 때문에 그가 가르친 무술의 형태가 그나마 근대 이전에 민중적 차원에서 한반도인들이 수련했을 무술의 원형을 많이 담고 있다고 "추측"되는 바, 진정 "전통"을 주장할 근거가 좀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또한 확실한 기록이나 역사적 증빙이 된 것은 없기 때문에, 다른 무술들과는 다리 정말로 "전통"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이지, 막상 그 사실을 입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
 
"오우 쉿트.. 그럼 우리 한국에는 전통무술이란게 전혀 없는거야?"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일부 검술을 빼고는 대부분 불과 19세기에 시작된 것들일 뿐입니다. 간혹 18세기 이전까지 그 원류가 추적되는 경우도 있지만요. 중국 또한 "4천년 무술의 역사"라고 주장을 해봤자, 실제로 그 역사가 증명되는 무술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19세기에 세상에 나타난 것들입니다. 
 
즉, 동양에 있어서 "전통무술" 바람은 비교적 최근 현상 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동북아시아 3개국 중국, 조선, 일본에서 각각 민족주의 및 근대국가가 성립하면서, 자국의 정체성을 주장하기 위해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진 전통"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이니 "비전", "비급".. 이 따위 것들은 모두 민족주의 상술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분명 한국, 일본, 중국은 역사적으로 오래 무술이 존재해오지 않았나?"
 
무술의 "전통"이라는 것이 크게 과대포장된 것이라는거죠.
 
무술은 어느 시대든, 어느 지역이든간에 다 존재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아프리카 부족민들, 태평양의 마오리족들 사이에서도 그들만의 전투술, 무술은 있습니다. 네팔과 인도에도 무술이 있고, 아랍인들의 무술도 있고, 유럽인들의 무술도 있습니다. "무술"은 전쟁의 역사가 존재하는 땅이면 어디든 다 존재하는 것이고, 전혀 특별한게 아닙니다. 다만 유독 동양의 경우에는 그 무술을 가르침에 있어서 마치 길드처럼 "스승-제자" 관계를 강조하는 "문파" 시스템이 굉장히 강력했다 뿐입니다. 그것도,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나 그렇지 한반도에서는 확인되는 경우가 전무한 실정이고요. 즉, 교육 및 전승/계승의 체계에서 차이가 있다 뿐이라는거죠. 
 
예컨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문파들의 경우에는 사실상, 모두 19세기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청대 초나 명대 정도까지 뿌리가 추적되는 것은 소림권 계통에 불과한 정도입니다. 대부분 문파들은 자신의 개조(開祖: 문파를 연 시조)의 전설을 굉장히 오래까지 소급해서 신비화하지만 (예컨데, 태극권의 전설적인 시조인 \'장삼풍\' 혹은 \'장삼봉\' .. 무협지에도 등장하니 유명하죠..) 실상은 오늘날 그 무술들의 형세나 무술이론들은 모두 근래에 정립된 것이고, 청조말 전까지는 원래 그 무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그런 무술이 있기나 했는지,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진건지를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많은 무술연구자들은 옛 사료상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무술을 어떠한 식으로든 근대 이후의 중국무술과 연결시키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논리적인 비약이 너무 심하거든요. 
 
이것은, 말하자면 (서양의 경우를 빗댄다면요) 근대에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이 분명한 "복싱"이 있는데, 고대 로마나 그리스 시대에도 권투와 레슬링을 혼합한 듯한 "판크라티움"이라는 무술이 있었다고 해서, 복싱이 그러한 맨손격투 이론을 계승한 "유럽의 전통무술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고대의 사료상 언급되는 그 무술과, 오늘날 "권투"의 관계는 불분명하고, 더군다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대를 거듭하며 그 무술이 계승되어왔는지의 과정이 불분명한 이상은 완전히 어불성설입니다. 권투는 2000년 된 "유럽의 전통무술"이 아니니까요. 
 
 
즉, 어느 나라건 "무술의 전통"이라는 것은 있어도, "전통무술"이라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둘은 분명 다르니까요. 중국에도, 한국에도, 일본에도 아마 고대에, 중세에, 근대에 각각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든 무술을 배워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존재했던 무술과 지금의 무술 사이의 관계를 밝힐 수 없다면, 똑같이 손발을 쓰고, 차고, 찌르고, 꺾고 한다고 해봤자 별개의 것으로 취급함이 마땅하다는거죠. 오히려, 뚜렷한 기록으로서 특정 무예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에서는 근세까지 역사가 분명히 추적되는 서양의 검술이 더 "전통"을 주장할 근거가 큽니다. 체계적으로 교본화된 문서가 실존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이러한 "전통성의 강조"라는 것은 모조리, 현대에 들어서 무술의 상품가치를 매기기 위해, 즉, "전통"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것이 팔아먹기 좋은 수식어이기 때문에 등장한 것입니다. 태극권은 중국의 무술이고, 태권도는 한국의 무술이고, 가라데는 일본의 무술입니다. 또,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각각 무술의 전통은 있습니다. 그러나, 태극권은 중국의 \'전통무술\'이 아니고, \'태권도\'는 한국의 \'전통무술\'이 아니고, \'가라데\'는 일본의 \'전통무술\'이 아닙니다. 
 
 
태극권은 1700년대 정도에 구체적으로 누가 만들었는지가 나오니, 300년된 "陳씨가문의 전통무술"일 수는 있어도, 19세기 전까지는 태극권에 중국인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중국인의 전통무술"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19세기 청조말에 무술가로 이름을 떨친 양로선을 통해 비로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진씨가문의 태극권을 간소화한 그의 \'양씨태극권\'이 오늘날 세계 모든 도장에서 가르치는 가장 널리 퍼진 형태의 태극권입니다.  그나마 태극권이 300년 전으로 역사가 가장 오래 추적되는 것이고, 나머지 문파들은, (넷용어를 쓰자면) 19세기에 세상에 등장한 말 그대로 \'듣보잡\'들인데, 그 문파의 달인과 명인들이 워낙에 이름을 크게 날린 덕분인지 중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것들입니다. 소림권 같은 경우에는 늘상 전설로만 전해져왔지, 실질적으로는 명대가 끝난 이후에 청대에 들어와서는 감시와 통제가 워낙 심해서 무예를 익히는 무승(武僧)의 전통이 거의 완전히 단절되었습니다. 오늘날 \'소림권\'은 말하자면, "무예도보통지를 통해 복원된 조선무술"과 유사한 것입니다. 갈래갈래 흩어진 여러 소림권 계통을 근대에 다시 모아서, "소림권"이라고 가르친다는 것이죠. 
 
태권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라데에서 왔다는 증거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남아있고, 일본의 가라데는 근대에 들어 일본에 병합된 오키나와의 류구왕국의 비전무술이지, 1879년 전에는 일본 땅에 \'가라데\'란 존재한 적도 없으니 역시 \'전통무술\'이 될리가 만무하죠. 그나마, 검술의 경우에는 극소수의 문파가 막부시대 개막때 부터 알려져있었고, 대부분의 문파는 막부 중기나 막부 말에 대중들에게 알려졌으니, 대체로 검술문파에 한해서 "전통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게 몇 가지 있다 뿐이고요. 
 
 
요약하자면, 
 
 
사람들이 무술을 익혀온 "무술의 전통"은 있지만, 그것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는 것이고, 정말로 수 천년 세월을 거쳐오며 신묘한 이론과 체계가 완성된 고대의 무술로서 이어져 내려오는, 살아숨쉬는 그런 멋진 "전통무술"이라는 것은 모두 근대에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합니다. 정말로 그런 "전통무술"의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앞서 언급한 몇몇 일본 검술문파라든지, 아니면 인류 역사의 격류를 피하여 고고하게 수 천년을 홀로 살아온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전통무술\'처럼요. 
 
 
"그렇다면 \'싸울아비\'라든지, \'합기도\'의 경우는 뭐냐?"
 
일단 \'싸울아비\'라는 단어는 100% 날조된 뻥이기 때문에 크게 괘념치 않으셔도 되고요, 합기도는 아예 "合氣"라는 말 부터가 우리 말이 아닙니다. 무술이론에서 "합기"라는 용어/개념은 중국 무술 쪽에도, 한국 무술 쪽에도 없고, 유독 일본의 대동류(大東流)에만 확인되는 용어거든요.
 
이 \'대동류합기유술\'이라는 무술은 19세기 막말-메이지 시대를 전후로 한 혼란기에 일본 대중앞에 공개되었습니다. 고류유술/유체술 계열이 카노 지고로의 강도관으로 통합되어 "유도"가 된 반면, 대동류는 통합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 때 세상에 대동류를 가르친 사람이 다케다 소오가쿠라는 유명한 달인입니다. 그는 체계적으로 대동류를 가르친 적은 없는데, 말년에 그의 무술을 배우기 위해 지극정성을 다한 한 젊은이에게 (유일하게) 정식으로 사사를 했으니, 그가 바로 근대 일본 "합기도"의 개조가 된 우에시바 모리헤이입니다. 
 
문제는, 그 소오가쿠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 최용술이라는 조선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고 최용술씨 본인은 자신이 직전제자라고 하는데, 무술연구자들의 비판적인 의견으로는, 소오가쿠의 행적을 연구해봐도 딱히 드러나는 점이 없고, 최용술옹의 술기(術技)를 분석했을 때 소오가쿠의 대동류를 완전히 체계적으로 정제한 우에시바의 합기도에 비해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소오가쿠가 최용술씨에게 무술을 가르치며 "이 무술은 신라사부로 미나모토노 요시미츠(新羅三郎源義光)가 전해준 것이기에 너희 조선인들의 것이다"라고 했기 때문에 결국, 대동류에서 나온 합기도는 한국의 전통무술이라는 주장인데.. 소오가쿠가 "다케다(武田)"씨이기 때문에 미나모토노 요시미츠를 조상으로 삼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신라"라는 한자만 갖고 그가 한반도인이기 때문에 대동류가 한반도의 전통무술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일본 무술연구자들은 대동류가 헤이안 시대는 커녕, 전국시대의 다케다씨에게로까지 실제로 소급되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 역시 "개조전설"이라는 것이죠. 실제로는 사쓰마번의 무술로 추적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로로든 최용술씨가 소오가쿠로부터 대동류를 배워왔음은 사실인 듯 하지만, 그가 배운 것이 우에시바의 합기도만큼 정식으로 사사된 무술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어쨌든, 그 최용술씨에게 배운 제자들이 한국 합기도계의 문파를 세워나가기 시작했고, 그들도 이러한 "원류" 및 "정통성" 논쟁으로 제살깎아먹기 식의 싸움을 한 결과, 오늘날에도 한국 합기도 계열에는 상대방 문파에 대한 뿌리깊은 원한이 남아있습니다. 
 
씁슬한 현실이죠. 
 
 
"뭔가 예전 민족주의 문제에 대한 글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그렇습니다.
 
즉, 결국에는, 전통무술에 또한 \'고구려사\' 논쟁과 마찬가지로 민족주의 문제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겠죠. 두 경우 모두, "지금 현재"가 아니라 오로지 "과거사"를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규정하려고 든 어리석음의 결과이니까요. 
 
특히, 아이러니컬한 것은, "무도"의 정신과, 이러한 "전통주의"/"순혈주의"는 서로 결정적으로 모순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뭐, 남들처럼 무예라는 것은 소싯적에 학원에서나 조금 배운 정도이니 술기에 깊은 조예가 있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무도"의 정신이라면, 몸과 마음을 갈고 닦고 수양하여 그 "무예"가 숭상한다는 근본이치에 합당한 심.기.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정진하기로 선택한 것이 누구의 무예이든, 누가 원조이든, 언제부터 시작되었든.. 이 따위 것들은 세속적이고 피상적일 뿐입니다. 불꽃같은 삶을 살며 자기수양에 정진했고, 그 뛰어난 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오야마 마쓰다쓰(최영의)가 조선인 태생으로 가라데를 배웠다고 해서 무도인으로서 그의 격이 낮아질리는 없죠.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무도인 중 하나로 추앙을 받습니다. 
 
그런 식의 "전통주의"나 "순혈주의"로 따진다면, 머리 노랗고 눈 파란 서양인은 백년 천년 태권도를 배워봤자 "자기 민족의 무예"가 아니라 "남의 민족의 무예"를 배우는 것이니, 무가치한 인간이 될 뿐입니다. 그가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면, "순혈"로 태어나지 않은 이국민족임에도 우리 문화에 복속되어 우리 무예를 배우기 때문에 인정해준다는, 아주 저열하고 차별적인, 뒤틀린 만족감에 의한 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습니까?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그리고 그가 누구로부터 어느 나라의 무술을 배우든간에 무도를 수련하는 자로서 가치는 오로지 그가 어떤 자세로, 정신으로 수행에 임하는가에 의해 결정될 뿐이니까요. 거기에 나라의 무술이니, 국가의 전통이니, 올림픽 종목이라서 무술 잘하면 나라에 명예가 된다느니 하는 것 따위는 결국, 아무리 잘 봐줘도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정치논리에 도구로서 이용되는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즉, 현실에 있어서 올림픽이니 아시안 게임이니에서 어떤 무술 종목의 종주국으로 잘 해나가는 것은 분명 명예로운 일이지만, 애초에 무도가 명예를 위해 배우거나, 누구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 하거나하는 그런 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 이상은, 결국 전통이고 국적이고는 따질 이유도 없으니까요.
 
즉, 근대 무도 본연의 정신은 국가도, 인종도 초월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떠나 어떤 인종적 차별도 없이, 누구나 정진을 통해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 - \'武\'로서 \'道\'를 닦는 것이죠. 합기도, 태권도도 원래 일본 무술에서 나왔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나쁠 것이 있을까요? 원류는 일본에 있을지언정, 지금은 다른 무술로서 발전해나가고 있으니, 정말로 "전통무술"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전통으로 남겨서 쭈욱, 이어나가면 그만이거든요. 
 
결국, "전통" 따져서 좋은 것은 사람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잘 팔리게 하는 목적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와서 공개적으로 "미안, 태권도는 사실 가라데에서 나온 것이었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애초에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그 태권도를 "전통무술"의 위상으로 끌어올린 "신기루"만 무너져내릴 뿐입니다. 애초부터 거짓된 허상이 무너진다고 해서, 그 무술을 열심히 연마해온 사람이 마음가짐이 달라질 이유도 없는데 말이죠. 
 
혹자는, "그러한 허상이라고 해도 유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거야말로 왜곡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자부심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니, 거짓된 것들 위에 세워진 근거없는 자부심이라는 것은 그만큼 허망한 것이니까요. 
 
 
 
요컨데, 
 
"전통무술"이라는 허망한 수식어를 독점하기 위해 "원류논쟁" 벌여가며 엉망진창 멍들고 분열된 무술계의 저열한 파벌싸움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전통무술"이라는 허망한 수식어에 목맬 필요가 없습니다. 
 
태권도는 가라데에서 왔습니다. 
 
소우 왓?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라데와 많이 달라진 형태의 (==; 일부 품새는 여전히 똑같지만..) 스포츠/무술로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십년, 백년 이어진다면 태권도는 일본을 원류로 하지만 우리의 전통이 되어버린, 그러한 깊은 역사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최근 20~30년 내에 만들어진 무술이라고 해도, 멸문하지 않고 열심히 익히고 이어나가면 그 또한 세월과 함께 전통이 되겠죠.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전통이 없기 때문에 거짓된 전통을 발명해낼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전통이 되어나갈 수 있는 그러한 것을 만들고 전해 내려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한 마인드가 없기 때문에 환Q니 극력민족주의자들은 거짓된 허상에 목을 매는겁니다. 
 
그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역사를 통해 배우며,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전통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 이 시점부터 전통이 될만한 좋은 것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적극성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미래를 보는 눈이 없기에 끝없이 과거를 조작하여, 현대인으로서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힘든 의무를 나몰라라 하고 쉽게 쉽게 생성되는 "만들어진 전통"에서만 자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출처] "전통무술" 유행과 민족주의 상술을 뛰어넘기 위해.. (【부흥】전쟁의 역사 - 네이버 역사 전문 까페.) |작성자 구찮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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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무술이 맞건 아니건 상관없이 열심히 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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