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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픽] 회중시계 -37-

00(115.22) 2021.07.20 23:42:14
조회 512 추천 19 댓글 5

 다 가지는 건 불가능했다. 건우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학비를 벌려면 잠을 포기해야했고, 가난뱅이라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기 싫으면 한 겨울 얼음장 같은 찬물에도 꼬박꼬박 샤워를 해야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지금 쇼팽 콩쿨과 레이나를 둘 다 가질 수 없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애써보아도 그 애가 자꾸만 떠올랐다. 발걸음 걸음마다 레이나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길거리에서 누군가 첼로를 켜고 있노라면 그 애의 첼로 켜는 모습이 겹쳐 보였다. 긴 머리를 귀에 꽂아 고정시키며 악보를 넘기는 그 애의 찌푸린 미간도, 마음에 들게 연주가 됐을 때 저절로 올라가는 레이나의 미소도. 그래서 건우는 밤마다 앓았다. 원래도 잠을 잘 자지 못 했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온통 레이나 생각으로 방 안이 가득차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첫사랑이었다. 


건우는 밤마다 사랑과 음악 사이에서 씨름했다. 이 마음을 잊으려고 더 악보를 파고 들었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레이나가 떠오르기 십상이었다. 바쁜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레이나는, 조그마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몸집을 불렸다. 건우는 그 사실이 몹시도 짜증스러우면서도, 멈출 방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했다. 이런 건 겪어보지 못 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사랑을 노래했지만, 이런게 사랑이라곤 예상치 못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결국 피아노 앞에 앉는 거였다. 둘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굴다가 하나도 제대로 건질 수 없게 되는 것도 잘 알았다. 열 번에 한 두 번쯤 마음대로 치는 경우가 있더라도, 끈질기게 피아노 앞에 앉아야했다. 건우의 여름은 온통 피아노로 채워지는 중이었다. 


"워우.... 야, 피아노 부서지겠다."

"또 왜?"


건우가 막 쇼팽 에튀드 Op.25-11번을 끝냈을 때, 명환이 슬그머니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건우는 그를 향해 시선 한 줄기 주지 않은 채로 씩씩대며 앉아 있었다. 방금 전 연주가 엉망진창이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속에 쌓여있던 무언가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건우는 분명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게 겉으로도 드러났지만, 명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살갑게 피아노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으며, 건우에게 말을 붙였다. 


"야, 너 예선은 뭘로 할거야? 에튀드는 본선 1차잖아."

"관심 꺼. 니가 알아서 뭐 하게?"

"음... 그냥 궁금하니까?"

"예선 면제라고 한가로운 가봐?"


건우가 날카롭게 노려보며 빈정거렸다. 명환은 대꾸없이 미소만 지었다. 자신이 지난 밤 코피를 한 번 흘렸다는 걸 이 녀석이 알면, 더 난리가 날 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래도 될 만큼 여유롭지는 못 했다. 


"아잉, 말해줘~!"

"징그러, 꺼져."


건우는 들러붙는 명환을 매몰차게 털어냈다. 주름진 셔츠 소매를 몇 번 탁탁 잡아당긴 그는, 쇼팽 에튀드 악보를 다시 첫 페이지로 돌려놓았다. 명환은 녀석의 악보를 유심히 살폈다. 무언가 다른게 있나 궁금해서였지만, 생각보다 악보는 깨끗했다. 중간 중간 체크된 부분이나 무어라 짤막하게 적힌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걸 다 알아볼만큼 건우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나가. 방해하지 말고."

"야, 살살해. 그러다 쓰러진다, 너."


건우는 문고리를 잡는 명환을 확인하지도 않고, 악보를 노려보았다. 생각이 많은 표정이라고, 명환은 생각했다. 하도 쌀쌀맞고 단호해서 결국 문을 닫고 나와주긴 했지만, 명환은 그의 연습실 앞에서 떠나기가 힘들었다. 문 바로 옆의 벽에 기대 서서 문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Lento(아주 느리게)로 시작되는 첫 마디가 들렸다. 정박자를 지키는 녀석인데, 어쩐일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느리고, 늘임표도 길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람.'


무슨 생각이 저렇게나 많을까. 연습이라기 보단, 속풀이처럼 들렸다. 아마 그래서 더 싫어했나. 명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건우의 겨울바람이 한 번 다 끝날 때까지 문 앞을 지켰다. 빠르게 옥타브를 오가는 겨울바람 소리가 차갑고 휑했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그러면서도 상대가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있는 힘껏 불어 제끼는게, 한여름 더위를 가시게 만들었다. 


'미친 놈.'


쇼팽은 저 녀석을 위해 이 곡을 작곡했나. 저 곡이 파이널 곡이었다면, 건우는 이번 대회의 대상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명환은 마음이 급해졌다. 발 뒤꿈치를 여러번 밟히긴 했지만, 그래도 늘 그정도 한끗 차이는 유지하고 있었다. 더는 곤란했다. 여전히 자신은 천재였고, 강건우는 가난 속에서 아둥바둥 발버둥 치는 애였으므로. 언젠가 저 애가 활짝 날아오르는 날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 순간에 그 모습을 아래에서 쳐다볼 수는 없었다. 

 명환의 구두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가볍고 경쾌했다. Allegro con brio, 그리고 risoluto.





도저히 안 되는 날도 있었다. 싸구려 와인도 건우를 잠재우지 못 했고, 피아노도 레이나의 생각을 끊어내지 못하는, 그런 날. 아주 드물지만, 그런 날도 있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8월에 보름달이 유난히도 커서, 밤 길을 걷는 데도 별로 으시시하지가 않았다. 건우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멀리 보이는 갈색 뾰족한 지붕을 쳐다봤다. 레이나의 방에 불이 켜진 듯, 한 쪽이 어슴푸레 밝았다. 

담벼락에 기대 숨을 고르고, 차가운 별돌에 달아오른 이마를 식혔다. 거칠었던 숨이 진정되고 나면, 레이나의 첼로 소리가 들렸다. 더운 여름 밤이 가지는 장점은 이거였다. 저 애도, 이 더위에 문을 열어놓고 연습한다는 것. 오늘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였다. 


'한 곡만.'


딱, 한 번만 듣고 가야지. 저 애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지금 듣고 있는 이 연주만 듣고 가야지. 레이나도 곧 콩쿨이었다. 저 애를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고, 자신을 위해서도 지금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아르페지오네. 그 악기는 이 곳, 빈에서 태어났다. 제작자인 슈타우퍼가 죽고나자 함께 사라진 악기였고,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이 악기를 위한, 거의 유일한 소나타였다.  슈베르트는 인생의 가장 암울한 시기이면서 죽음이 목전에 있을 때 이 소나타를 썼다. 누구를 위해서? 곧 사라질 이 악기의 운명을 어렴풋이 알았던가. 곧 스러질 자신의 삶과, 이 악기의 운명 사이의 동질감을, 슈베르트는 느꼈던 건가. 그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이제 첼로를 위한 소나타였다. 그리고 그게 참 잘 어울린다고, 건우는 생각했다. 

이제 레이나는 2악장을 막 시작했다. 건우는 레이나가 1악장만 계속 연습하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Adagio. 안단테보다는 느리고, 라르고보다는 빠른 템포가 편안했다. 레이나 그 애가 가끔 짓는, 조용한 미소를 닮았다. 건우는 어쩌면 잠을 잘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작아진 첼로 소리에 까치발을 살짝 들었다. 등을 타고 전해지던 벽돌의 냉기는 이제 뜨뜻 미지근했다. 그만큼 오래 시간이 지났다는 거겠지만, 건우는 처음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지킬 셈이었다. 

건우는 레이나의 첼로 소리 사이 사이에 피아노의 빈 자리를 느꼈다. 당장에 문을 노크하고, 혹시 반주가 필요하지는 않냐고 물을 뻔했다. 스스로가 이토록 충동적일 수가 있다는 걸, 건우는 처음 느꼈다.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잘 모르고 있던게 틀림없다. 건우는 빛이 새어나오는 창문을 흘깃 곁눈질 했다. 빨라진 템포는 어느새 3악장이었다. 

슈베르트가 암울한 기분으로 작곡한 것 치고는, 곳곳에 밝은 분위기의 선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볍고 살금살금 다니는 것 같은, 그런. 하긴, 그는 이런말도 했지.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다'고. 그럼 사랑도 조금 비슷한 걸까? 이렇게 답답하고 곤혹스러우면서도 어쩌지 못 하는 이 마음의 종착지는 행복인걸까? 기쁨일 수 있을까. 

레이나는 마지막 활을 그었다. 건우는 손가락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마지막 마디 화음을 함께 치고 있었다. 끝났다는 걸 알지만, 이제 가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건우는 잠시 그렇게 서서 무언가를 기다렸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 한 채. 


얼마나 서 있었을까. 레이나는 아무래도 연습을 마무리한 모양이었다. 본래라면 거의 바로 좀 전 연주에서 제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을 다시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어야 했다. 건우는 더이상 핑계가 없다는 걸 인정하고, 담벼락에서 기댔던 등을 뗐다. 발 걸음도 두 번 정도 떼었을 때, 건우는 무심코 레이나의 방 쪽을 쳐다보았다. 불이 꺼져있으려니, 했는데. 


"!"


창틀에 기대 상체를 내밀고 밤하늘을 구경하던 레이나와 눈이 마주치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놀란 두 사람의 시선이 마당 위, 허공에서 엉켜 풀어질줄을 몰랐다. 건우는 시간이 멈췄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불던 바람도 멈췄고, 찌륵대던 풀벌레 소리도 고요했다. 귓가엔 조금 전까지 레이나가 연주하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되감기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바지춤을 더듬어 회중시계를 꺼낸 것은 거의 반사작용이었다. 째깍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초침과, 때마침 한 칸 꺾이는 분침에 건우는 정신을 차렸다. 


"어, 건....!"


레이나가 그를 불러 세우기도 전에, 건우는 걸음을 크게 걸어 사라졌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딴에는 숨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늘은 달이 밝은 밤이었다. 그의 하얀 여름 셔츠가 달빛에 환했다. 레이나는 그의 까만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끼는 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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