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빛조차 남아있지 않은 새카만 공간. 그것이 뜻하는 것은 모든 이의 죽음이었다.
토리엘은 인간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죽었으며, 파피루스는 설득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언다인은 모두의 의지로 되살아났으나 이기지 못했다.
메타톤은 불완전한 몸으로 모두를 지키려 했으나 시도로 끝났다.
샌즈는 초월적인 힘으로 포기를 유도했으나 상대는 포기를 몰랐다.
그리고 아스고어와 플라위마저 무력하게 죽었다.
그렇게 모두가 죽자 그곳에는 공허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 공허의 중심에는 한 명의 인간.
알피스는 이 공허가 찾아온 이유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공허가 찾아온 순간 공허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방해로 인해 아스고어에게 영혼에 대한 소식을 전할 수 없게 되었을때 알피스는 인간을 막기위한 다른 방법을 조사했다.
그 중 하나가 그녀의 전임 과학자인 W.D 가스터에 대한 기록.
그가 남긴 기록은 거의 없었으나, 알피스는 그 적은 기록만으로도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이 모두 활용 가능한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 끝에 알피스는 가스터의 기록에 쓰여있는 것이 무슨 특별한 힘이라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그 특별한 힘이 무엇인지 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것이 사라지고, 공허가 찾아온 순간 알피스는 이해했다.
그것은 플라위와 인간이 소위 '세이브/로드/리셋'으로 부르는 의지의 힘이었다.
하지만 알피스는 이 힘을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오직 의지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해온 그녀만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리고 그녀가 이해를 마침과 동시에 홀로 남은 인간은 칼을 휘둘러 세계를 찢어버린다.
세계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적의는 세계를 찢어발긴다.
그로서 지상에도 지하와 마찬가지로 공허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공허속에 홀로남은 인간은 가만히 기다린다.
'그만둬. 이 모든 일은 잘못되었어.'
인간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자신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프리스크. 이 몸의 원래 주인.
하지만 이제 그 몸의 주인은 자신의 몸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었다.
"프리스크. 프리스크. 무슨 농담을 하는거야? 이 모든 일을 한건 내가 아니라 너였어. 너도 알잖아? 내가 한 일은 그저 네가 샌즈를 죽이려 발버둥친 순간, 그걸 도와준것, 그리고 아스고어와 플라위를 죽인게 전부야."
지금 프리스크의 몸을 차지한 것은 인간의 몸에 잠들어있던 다른 영혼인 차라.
차라는 웃는 얼굴로 몸의 원래 주인을 비웃는다.
처음 시작은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복수심이었다.
프리스크는 이전 시간대에 그 어떠한 괴물도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괴물을 평화로이 지상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 순간 프리스크는 약간의 시샘을 느꼈다.
자신은 그 모든걸 이루기 위해 무수히 많은 죽음을 겪었다.
살이 불타오르고, 뼈에 얻어맞고, 창에 꿰뚫리고, 거미들에게 물어뜯기고, 폭발에 휩쓸리고, 창에 베이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을 지언정,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을 볼때마다 프리스크는 자신의 죽음을 상기해 본능적으로 그들과 멀어졌다.
그렇기에 프리스크는 다시 세계를 리셋하는 것을 택했다.
자신만 죽는것은 억울해.
이 억울한 감정이 남아있다면 지상에서 그들과 영원히 벽이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죽으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지도 궁금했다.
토리엘과 파피루스를 죽였을때, 프리스크는 가책을 느꼈다.
언다인이 의지의 힘으로 각성했을때 프리스크는 전율했다.
메타톤이 인간 살상용 기계의 모습으로 변해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무력하게 당했을때 프리스크는 실망감을 느꼈다.
그리고…….
'경고안했다고만 하지 말아줘.'
자신이 모두와 친구가 된 순간에도 자신을 경계하던 샌즈는 그런 모습을 예측이라도 한듯 많은 독설과 경고를 내뱉었다.
하지만 프리스크는 멈추지 않았다.
샌즈가 잠이든 순간, 프리스크는 샌즈를 공격했고, 그것으로 프리스크는 마침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말았다.
'잘했어.'
그 순간, 프리스크는 주도권을 빼앗겼다. 샌즈는 프리스크의 공격을 피했으나, 차라의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샌즈마저 죽어버렸고, 주도권을 빼앗은 차라는 알현실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그 순간이라도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그때까지는 리셋을 할 수 있는 힘이 프리스크 자신에게 있었고, 그때라도 리셋을 택했다면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오는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프리스크의 내면에 남아있는 이기심이 선택을 주저하게 하였고, 프리스크가 잠시 주저하는 사이 차라는 아스고어와 플라위를 죽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프리스크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주도권도 모두 잃어버렸다.
차라는 망설임없이 지하와 지상을 모두 파괴했고, 남은것은 공허뿐이었다.
'아냐… 이런게 아니었어…….'
공허속에서 차라와 단 둘이 남게된 순간, 프리스크는 그제야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행동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죄악임을 깨달은 순간은 이미 모든게 늦어버린 후였다.
그제야 프리스크는 뉘우치고 또 뉘우쳤으나, 모든 것은 이미 끝나버린 후였다.
"넌 정말 멍청하다니까. 그 누구라 해도 칭송할법한 일을 해놓고, 그 누구라 해도 비난할 일을 했어."
"물론 너는 모든 것을 내게 떠넘기고 싶겠지. 내 탓이라고. 내가 너를 꼬드긴거라고."
"부정하지는 않을게. 네 LOVE가 오를때마다 나의 주도권이 점점 강해졌지."
"하지만 넌 네 주도권이 더 강했을때조차 이 모든걸 되돌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잖아?"
"내가 주도권을 빼앗지 않았다 해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차라의 조롱에 프리스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차라의 말이 맞았다. 단순히 차라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기에는 자신의 죄가 너무나 컸다.
'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내가 한가지 제안을 할게. 네 영혼을 내게 줘."
'내… 영혼……?'
"그래. 난 리셋을 할 수 있잖아. 네가 나에게 영혼을 넘긴다면 네가 어떻게 하든 난 가만히 있을게. 너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를 줄게."
차라의 말에 프리스크는 잠시 고민했다.
차라의 말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영혼을 넘긴다 해도 차라가 여전히 자신의 몸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었다.
설령 자신이 영혼을 넘김으로서 이 조그만 자아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면 그것도 자신이 응당히 받아야할 벌이었다.
"선택? 어느쪽이든 벼랑 끝이겠지."
그렇게 프리스크가 생각을 마친 순간 한 명의 인간밖에 없던 공허속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곳에 살아있을 수 있는 자는 자신뿐임을 알고 있던 차라는 당황해하며 소리가 들려온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존재는 알피스였다.
하지만 그녀는 차라나 프리스크가 알던 알피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입고있던 옷은 공허속에서도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으나, 변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옷뿐이었다.
우둘투둘했던 피부는 매끄럽게 변해있었고, 그 색은 공허보다도 시꺼매 주위의 공허들을 마치 가짜와도 같이 보이게 했다.
무엇보다 변한 것은 붉게 빛나는 두 눈. 그녀의 두 눈은 '의지'로 물들어 불타고 있었다.

"알피스? 그거 참 신기하네. 네가 무슨수로 살아있을 수 있는거야? 거기다 꽤나 흥미로운 모습을 하고 있네."
"그렇게 친한척 굴어도 반갑지 않아."
"그렇겠지. 이 시간대의 너에게는……."
"아니. 뭔가 오해한 모양인데."
차라가 아주 잠깐 눈을 깜빡인 순간, 알피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들려왔다.
"네가 프리스크가 아니라는 소리야."
"하…하하……! 알피스! 제법 재밌는 소리를 하잖아? 네가 무슨 수로 그런걸 알아챈거지?"
"이야기 해줘도 큰 상관은 없겠지. 너도 알고 있겠지? 나는 의지에 대해 연구했어. 그리고 연구를 하면서 혹여나 도움이 될것이 있을까 싶어 전임 연구자인 가스터 박사의 기록도 같이 열람했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네가 언다인을, 모두를 죽일때, 가만히 있을 수 없던 나는 또 한 번 연구 기록을 봤지. 이해는 했어. 하지만 알 수는 없었지."
알피스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공허속에서 자신의 붉은 두 눈을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눈 아래의 부분의 공허가 마치 한 사람의 찡그린 표정을 나타내려는듯 일그러졌다.
"하지만 네가 이 세계를 부숴서 이 세계가 사라지기 직전. 그제서야 나는 알 수 있었어. 어째서 전임 과학자인 가스터가 시공간속으로 빨려들어갔는지도. 하지만 그와 나는 서로 아는게 달랐으니, 나는 이 힘을 그와 다른 방식으로 응용해봤어."
차라는 말을 듣던 중 알피스의 두 눈이 있는 곳을 향해 칼을 뻗지만, 알피스의 눈은 칼이 닿기 전에 사라졌다.
"나보다 의지가 훨씬 강한 인간들의 영혼은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모든 괴물들의 영혼은 이제 내가 가졌어. 그래. 네가 죽인 괴물들의 것도 포함해서."
알피스의 말에 차라는 알피스를 바라보며 그녀를 비웃어보였다.
"그래서. 네가 나를 그 힘으로 막아보겠다고? 네가 무슨 권리로? 너는 그저 또 다른 살인마에 불과해."
과거의 알피스였다면 이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알피스는 차라가 생각하는 존재와는 많이 달랐다.
"네 말이 맞아. 나 역시 살인마지. 그리고 앞으로 같은 방법으로 더 많이 죽일 수도 있어."
"뭐?"
너무나 덤덤하게 말하는 알피스의 모습에 차라는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의 알피스는 차라가 알던 존재와는 매우 많이 달랐다.
"우리 둘다 처벌 받아야해. 그래서 나는 너를 파멸시킬거야. 그리고 널 막은 후에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파멸하겠지."
차라는 알피스의 여유 넘치는 모습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빠득 갈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의지가 더 강해. 네가 날 파멸시킬 수는 없을거야."
"나도 알아. 하지만 말했잖아. 난 이 힘을 다른 식으로 사용한다고."
그 순간, 공허속에서는 푸른색과 노란색의 안광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존재와 지겹게 싸워왔던 차라는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샌즈.'
걱정할 것은 없었다. 이미 자신은 샌즈를 이겼다. 두 번 상대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 존재가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순간 차라는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나타난 존재는 분명 샌즈였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분명 얼굴의 윗부분은 샌즈의 것이었다. 하지만 얼굴의 아랫부분은 파피루스의 것이었다.
상반신은 파피루스의 '전투육체'였다. 하지만 하반신은 원래의 것보다 길긴해도 상반신에 비하면 짧은 샌즈의 다리와 그의 슬리퍼였다.

"노력만 한다면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노력만 한다면,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움직이는 것은 오직 파피루스의 입뿐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샌즈와 파피루스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 기괴함. 차라는 그것을 어디선가 봤다고 생각했다.
바로, 자신의 영혼이 아직 조금의 주도권도 잡지 못했던 시간선.
그 시간선에서 알피스의 진연구소로 갔을때 봤던 융합체들.
"그래. 눈치챈거 같네. 이 힘을 얻었음에도 난 여전히 약해. 하지만 다른 괴물들은 아니지."
"진심이야?"
융합체. 그것은 알피스가 가장 숨기고 싶어했던 죄악이었다.
하지만 지금 알피스는 그녀가 가장 숨기고 싶어했던, 가장 가책을 느끼는 행위를 다시 저지르고 있었다.
"내가 이 힘을 얻은 순간, 나는 많은게 결여되는 것을 느꼈어. 알잖아. 원래의 나는 이보다 훨씬 소심했어. 죄책감도 잔뜩 느꼈지.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조금의 죄책감도 없어. 아니,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이 공허해."
차라는 일단 융합체를 향해 달려들어 칼을 휘두른다.
아직 융합체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지 못했기에 차라의 칼은 그대로 융합체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도 알아 거미들에게는 갈퀴가 있어. 엉??? 왜 전화 했어? 안녕. 그릴비네로 가지는 않을 거야."
"난 아무것도 안하는걸 좋아하거든. 일이 두배라는 것은 쉬는 시간도 두 배라는 뜻이지. 본론으로 들어가자구.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샌즈/파피루스의 융합체는 입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그 입에서는 샌즈와 파피루스가 반복해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모두 현재의 시간대와 이전의 시간대에서 한 말들이 뒤섞인말.
그 말이 끝나자 잘려나갔던 융합체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를 거리낌 없이 죽여온 차라였으나, 그 기괴한 모습과 죽지 않는 몸에는 살짝 거리낌을 느낀듯 주위를 둘러봤다.
알피스의 말대로라면 알피스는 의지를 가지기는 했지만, 그것을 자신이 아닌 다른 괴물들에게 의지를 다루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즉, 알피스 본인은 여전히 차라의 공격 한 번으로 죽일 수 있는 상태이리라.
"쳇."
차라는 도망가는 것이 마음에 안들기는 했지만 죽이기 힘든 융합체를 상대로 계속 시간을 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겼다.
융합체는 파피루스의 거대한 뼈와 샌즈의 공간이동 능력을 활용하며 차라를 몰아붙였지만, 이미 LOVE가 한계에 달한 차라에게는 샌즈의 공간이동 능력도 먹히지 않았다.
융합체는 차라를 공간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스스로를 공간이동할 수는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 차라를 추격. 차라는 융합체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며 융합체가 자신을 따라올때마다 융합체를 난도질했다.
재생에는 시간이 걸렸기에 그 사이 차라는 융합체와 제법 떨어질 수 있었고, 더 이상 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차라는 알피스를 찾으려 했다.
"내가 널 막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해?"
알피스를 찾던 차라의 귀에는 알피스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공허속에는 다른 형체가 나타났다.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세계는 살아남을거야."
이번에 나타난 형태는 의지를 얻어 새롭게 변한 모습을 한 언다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깨에는 메타톤 NEO의 빛의 날개가 달려있었고, 가슴팍 아래에는 그녀의 원래의 하트 문양 외에도 메타톤 NEO의 뒤집힌 하트가 박혀있었다.
그리고 언다인과 메타톤은 모두 알피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
알피스가 그런 그 둘을 융합체로 만들어버리자 그제야 차라는 정말로 알피스에게 감정이라는게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잘 놀아봐."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알피스의 인기척이 사라짐과 동시에 융합체는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날아오르며 창을 휘둘렀다.
차라는 고개를 숙여 융합체가 휘두른 창을 피하고 칼을 휘둘러 융합체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드라마! 로맨스! 피바다! 이번엔 저의 마음을 보는게 어떨까요? 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요! 제 팬클럽에 들어오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창을 겁내지 말라고. 전투 준비! 나, 언다인이, 널 쓰러트릴 것이다! 그것 보다는 힘 좀 더 써야할거다!"
언다인과 메타톤을 뒤섞은 융합체는 샌즈와 파피루스가 그랬듯 여러 말이 뒤섞인 말을 동시에 내뱉으며 다시 재생한다.
그리고 차라는 이들과의 싸움 역시 무의미함을 알고 알피스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넌 날 찾을 수 없어."
"이 빌어먹을 겁쟁이 오타쿠가……."
차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칼을 휘둘렀으나, 그녀의 칼끝은 잠시 공허를 맴돌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어디있든 찾을 수 있지."
알피스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다른 형상이 나타났다.
"아가……."
"인간……."
이번에 나타난 사람은 토리엘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아스고어의 것 역시 섞여 있었다.
어깨에 아스고어 특유의 어깨 장식을 하고, 오른팔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토리엘의 모습.
하지만 이미 다른 두 융합체를 본 차라는 방심하지 않았다.
아스고어와 토리엘의 융합체라면 그래도 여태까지의 융합체들 중에서는 상대하기 가장 편할터였다.
이들이라면 별 무리 없이 죽이고 지나갈 수도 있을것만 같았다.
차라는 융합체를 죽이고 지나가려는 생각으로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토리엘의 두 눈이 검게 물든다. 그녀의 입은 길게 주욱 찢어지며, 잘려나간 오른팔에서 덩쿨이 빠져나와 차라의 칼을 막아냈다.

"그 모든 일에도 세상은 여전히 죽거나 죽이거나잖아!"
차라의 칼을 튕겨낸 융합체는 찢어진 입으로 플라위의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넝쿨에 아스고어 특유의 붉은 삼지창을 만들어내 그것을 휘감은채 차라에게 창을 휘둘렀다.
"너도 저들과 별반 다를게 없구나."
"꽃들은 피어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죽어."
융합체는 불길을 일으키고 창을 휘두르고, 허공에 가시박힌 넝쿨들을 만들어내 차라를 노리며 세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건다.
차라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넝쿨들을 잘라내며 융합체에게 달려드나, 그 순간 날아온 창날이 차라의 등을 꿰뚫었다.
"인류 스타의 진정한 힘을 보시죠!"
"그만 도망가!"
차라의 뒤에 나타난 것은 언다인과 메타톤의 융합체. 언다인/메타톤의 융합체의 공격에 피해를 입은 차라가 몸을 피하려 했으나, 그 전에 날아온 거대한 뼈가 차라의 턱을 후려쳐 뒤로 날려보냈다.
"파피루스, 위대한 왕실 근위대의 수장!"
"야 좋네. 7은 행운의 숫자잖아."
이어서 나타난 것은 샌즈/파피루스의 융합체. 그 융합체는 이번에는 차라의 뒤에 거대한 뼈를 만들어내었고, 토리엘/아스고어/플라위의 융합체는 넝쿨로 휘감았던 붉은 삼지창을 던져 차라의 몸을 꿰뚫고 차라의 몸을 거대한 뼈에 못박았다.
"큭……."
차라는 몸을 빼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융합체가 된 괴물들의 힘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져 LOVE가 오른 자신의 힘으로도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바둥대는 차라의 앞에 세 명 혹은 일곱 명의 융합체는 차라의 앞에 섰고, 그들 중 가장 앞에는 다시 알피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래. 죽음에는 익숙하겠지."
"빌어먹을……!"
차라는 적의를 듬뿍 담아 알피스에게 칼을 던지지만, 차라가 집어던진 칼은 토리엘/아스고어/플라위의 융합체가 휘두른 넝쿨에 막혀 튕겨져 나갔다.
"익숙하다면 다시 죽어."
알피스는 자신의 붉은 눈동자를 차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알피스의 뒤에서 가만히 서있던 언다인/메타톤의 융합체가 날아와 창으로 차라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차라는 죽음을 맞이했다.
차라는 융합체에게 죽음을 맞이한 순간 자신이 힘들게 쌓아온 모든 EXP가 소멸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LOVE 역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로드는 되지 않았다. 가능한 것은 오직 리셋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되돌아갔다. 공허는 다시 메워져 지상이 생겨나고, 지하가 생겨나 모든 생명이 다시 탄생한다.
"……."
공허는 사라졌다. 지상도, 지하도 아닌 곳으로.
그리고 리셋이 됨에 따라 알피스가 흡수한 영혼들도 공허를 빠져나와 새로이 만들어진 생명들에 다시 깃든다.
그들의 '의지'는 여전히 알피스에게 있었으나, 영혼이 사라짐에 따라 그녀가 만들었던 융합체들 역시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차라 역시 공허에서 사라져, 모두가 사라진 순간 무표정했던 알피스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 다들 미안해……."
모든것은 성대한 쇼였다.
감정같은건 조금도 잃지 않았다. 알피스는 여전히 알피스였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만약 자신이 여전히 소심하고 겁많은 성격이라는 것을 차라가 안다면 차라는 그 사실을 이용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알피스는 자신의 본성을 억눌렀다. 모두를 자신의 아래에 내려다보고,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말판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차라를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모두가 죽고 자신만이 남았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줬다.
"언다인… 메타톤… 아스고어… 그리고 모두들……. 나… 난… 정말 끔찍한 녀석이야. 날 용서하지마……. 난 너희에게 정말 끔찍한 짓을 했어. 그리고 같은 짓을 계속 하겠지……."
그렇다고 해서 계속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프리스크.'
그녀가 이 새까만 공허에 자신의 몸을 맡긴 순간, 그녀는 자신의 이전 시간대에 대한 기억을 되찾았다.
그리고 차라의 내면에 남아있는 프리스크의 영혼 역시 느낄 수 있었다.
프리스크는 자신이 벌인 모든 일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물론, 알피스는 여전히 이 모든 일을 벌인 프리스크를 증오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 역시 프리스크임을 알았다.
'너는 나와 같아. 우리 둘 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어.'
'네가 정말 이 모든일을 뉘우친다면 이 모든일을 바꿀 수 있어.'
'네가 이 모든일을 돌이킬 수 있도록. 내가 바꿀테니까.'
생각을 마친 알피스는 마침내 세계가 리셋을 마쳤음을 알았다.
이제는 다시 자신의 본성을 짓누를 시간이었다.
알피스는 황금꽃 위에서 일어난 차라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내 속삭였다.
"이번에는 잘해야 할거야. 네가 다시 누군가를 죽인다면. 난 그들의 영혼으로 너를 단죄할테니."
귓가에서 들려오는 알피스의 목소리에 차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LOVE를 올리기 위해 괴물을 죽인다면 알피스는 그 괴물들의 영혼으로 다시 융합체를 만들어 차라를 공격해올 것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신은 프리스크의 영혼을 받지 못했다.
LOVE를 올리지 않은채 활동한다면 주도권을 다시 프리스크에게 빼앗길 수도 있었다.
차라는 속으로 알피스를 욕하며 일단 앞으로 걸어나갔다.
차라와 알피스 두 사람은 모두 힘든 싸움이 될것임을 예견하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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